원주민과 이주민 구분이 아니라, 제주의 감성과 철학을 함께하는 이디인(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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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과 이주민 구분이 아니라, 제주의 감성과 철학을 함께하는 이디인(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이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6.14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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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주생활 & 여행 에피소드

긍정 마인드로 건강하게 사람들과 함께하는 김은정씨

지난 겨울 시옷서점에서는 '은정과 함께하는 책읽기 <정책들>' 팟캐스트가 진행되었다. 시옷서점 대표 김신숙 시인과 이주민 김은정씨가 함께 한 <정책들>은 '바르게 책을 읽는다' 는 의미로, 이들은 '바르게 책읽기' 란 책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비평하기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책 읽는 팟캐스트' 를 기획했다. <정책들> 팟캐스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추천하고 사회자 김은정씨와 대담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김신숙 대표가 사회자로 김은정씨를 섭외한 데는 이제까지 만난 이주민 중에 가장 제주 문제를 긍정적이고 건강한 태도로 해답을 찾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구분보다 '이디인(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 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길과 공간을 정확한 면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주 감성과 철학을 이해하며 제주의 길을 살아 숨 쉬는 생물로 바라보는 '이디인' 과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원주민들이 이주민을 만날 때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방안의 공기가 한순간 '환기' 되는 기분을 얻을 때도 있지만, 잠깐의 환기로 방안 전체 공기나 공간이 순식간에 바뀔 수는 없다. 제주의 영역을 뜯어 먹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련되지 못하거나 케케묵은 것이 있다면 그 찌든 때까지 닦아 낼 수 있는 깊은 고민과 애정으로 지평을 넓혀가는 이디인들의 활동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고 강조했다.
조랑말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고,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옆에서 돗자리를 깔고 추리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죽이며 지내고 싶었다는 김은정씨는 스님들이 신는 털고무신과 몸빼 바지를 입고 다녀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이지 않는 삶,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제주살이를 얘기한다.
서울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논술강사를 하던 김은정씨는 2010년에 조천에서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제주이주 열풍의 중심에 있던 대흘초등학교에서 아이를 키웠고 이주민으로서 최초로 어머니회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대흘초등학교는 이주민이 반을 넘게 차지했고, 아이 키우기 좋은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원주민과 이주민 학부모 간 소통 역할을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이가 중학교를 가면서 삼화지구로 이사했고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이주민으로서 최초로 지역구 도의원에도 도전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지만, 그녀 자신은 매우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씩씩하게 훌훌 털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선거이후 올해 3월에는 삼화지구마을회를 꾸려 '아기옷 만들기' , '아코디언 배우기' 등 아이와 엄마들의 생활복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위한 네트워킹과 교류활동을 해나갈 계획들을 세워 나가고 있다.
그녀는 '팟캐스트 <정책들>에서 평범한 사람 이야기,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네트워크가 없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며, 기회가 된다면 '읽은 척 할 수 있는 책 문구' , '이 문구를 말하면 멋있어 보인다. 한번 외워 보실까요' ,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등과 같이 좀 더 편하고 유쾌한 형식과 이야기들을 팟캐스트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웹툰도 배워서 돈 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많은 그녀이다.
최근 꿈 많은 은정씨가 제주경찰청 성평등정책 담당에 공채 입사하여, 앞서 서술한 꿈들은 잠시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구부러진 길을 돌아가다 만나는 낮은 돌담길과 들꽃을 감상하며 더 유쾌하고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을 채워갈 게 분명해 보인다.

<이정민 기자 / newgod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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