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 없는 오늘' 가족의 소중함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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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 없는 오늘' 가족의 소중함으로 채운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6.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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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 세화리에 둥지를 튼 강충일 & 김보령 부부

세화리 아래층 남자 & 위층 여자…

남편 강충일씨가 1층 창고를 개조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내부 모습.

강충일&김보령 부부는 보령씨가 초등학교시절 제주에 살았던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주고 싶어 제주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은 얼마 전까지 시부모님과 함께 세화리 해변가에서 카페를 경영하다가, 지난해에 독립해 나왔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건물 위 아래층을 임대해 남편 충일씨는 1층 창고를 개조해 카페 '에릭에스프레소'를 개업하고 위층에서는 부인 보령씨가 영어스튜디오 '플레이웰(Play-well)'을 운영하고 있다. 플레이웰은 즐겁게 놀면서 영어에 노출되도록 영어 그림책을 읽고 놀이식 수업을 하는 영어놀이터이다. 세화리 인근에 거주하는 외국인 선생님들과도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강충일&김보령 부부는 과학도 출신이다. 남편 강충일씨는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경비행기 파일럿을 꿈꾸기도 한 그는 제주에 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부인 보령씨는 '남편이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내릴 때 보면 실험하듯이 커피를 내린다'고 전했다. 그는 실험도구 다루듯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꼼꼼하고 정성스레 닦고 원두콩을 숙성시키고 관리하느라 매일 늦은 시간 퇴근한다. 이공계 출신답지 않게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하는 그는 동네 도서관에서 커피 강의도 하고 어르신들과도 수더분하게 잘 지낸다.

김보령씨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더 좋아서 뉴욕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그녀는 뉴욕대학교 교육대학에서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뉴욕시립대학교(CUNY)에서 입학생,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ESL을 가르치는 강사로도 근무했다.

그녀에게 5년의 뉴욕생활은 과학보다 좋았던 영어를 배우고, 댄스교실, 요리교실, 콘서트, 미술관, 박물관 등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배우고 돌아다녔던 시기이다. 뉴욕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다양성을 배우고 더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성격이나 스타일까지도 바뀌었다. 함께 공부하던 한 선배가 그녀에게 '30대이기에 할 수 있는 일, 40대, 50대가 되어서 할 수 없을지 모르는 일들은 꼭 해보라'는 조언이 가장 마음에 새겨졌다고 한다. 현재도 그녀는 '지금 여기 제주'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보다 힘든 '엄마',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제주에 온 첫 해 찍은 가족사진. 아기띠로 안고 다니던 아이가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가 되었다.

김보령씨는 제주살이가 처음이 아니다. 서귀포의료원에 근무하셨던 아빠를 따라 3년 동안 서귀포에서 살았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서귀포서초등학교를 다녔던 서귀포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다. 아빠와 함께 바다낚시를 다녔던 기억, 태풍이 오는 날에 주상절리로 구경을 갔던 기억, 외돌개로 소풍갔던 기억, 해녀 굿을 봤던 기억 등 주말마다 다닌 소풍의 추억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녀에게 제주는 휴양지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그녀의 막내 동생은 서귀포 태생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아빠와 함께한 추억은 제주가 가장 크다.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자신은 공부를 하느라 아버지는 병원을 운영하시느라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그녀가 유학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일명  '분당강남파', '유학파'인 보령씨가 유명 영어학원 강사로 고액 과외선생으로 또는 교수로서 더 화려한(?)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온전한 가족공동체로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한 가족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새기며, 그녀가 초등학교 시절 보았던 제주가 하염없이 개발되어 가는 게 아쉬워도 '그래도 제주는 제주'라며, 언제까지 주어질지 모르는 제주살이를 만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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