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선사한 한여름밤 '반딧불이 트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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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선사한 한여름밤 '반딧불이 트리'를 만나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6.2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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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4일까지 세 번째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열려
청수리 곶자왈 숲길 안 숲 내음과 짝짓기를 위해 자신을 뽐내며 불빛을 뿜어내는 반딧불 모습.
청수리 곶자왈 숲길 안 숲 내음과 짝짓기를 위해 자신을 뽐내며 불빛을 뿜어내는 반딧불 모습.

지난 23일 제3회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제주시 한경면 웃뜨르빛센터에는 자신을 뽐내며 불빛을 품어내는 반딧불 모습으로 인해 신비감마저 들었다. 고요한 여름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거닐거나 연인의 손길을 따라 어두운 숲을 거닐면, 밤공기와 함께 숲 내음과 짝짓기를 위해 자신을 뽐내며 뿜어내는 반딧불이 불빛이 만나 우리들의 심신을 위로하고 자연이 선사한 선물에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청수리(淸水)는 맑은 물이 있는 마을로 청수리 곶자왈에서는 6~7월 사이에 운문산반딧불이와 8월말부터 10월에 출현하는 늦반딧불이 2종이 살고 있다. 운문산반딧불이는 경북 청주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본 고장보다 청수리 곶자왈에서 더 많은 개체수가 서식하고 있다. 운문산 반딧불이는 마을로 내려오지 않고 숲에서만 모여살고 깜빡임이 느려 뚜렷이 보이는 노란빛의 잔치는 다른 종류 반딧불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자연이 만든 한여름 밤 '반딧불이 트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청수리 곶자왈에서 운문산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할 수 있는 데는 온도와 습도가 높고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소와 말을 방목해 왔고, 숯가마터나 목초지, 꼴 베던 곳으로 잡목림이 빼곡하게 우거져 있다. 잡목림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온도와 습도가 잘 유지되고, 소똥과 말똥을 먹고 사는 반딧불이 먹이인 민달팽이가 많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어둠이 깃든 청수리 숲을 거닐며 신비로운 반딧불이를 만나는 체험 코스는 A숲터널길 2.6km( 70분), B테우리길 3.0km(80분), C미지의 숲길 1.5km(어린이코스, 40분)로 세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체험티켓은 당일 오후 4시부터 선착순으로 배부하고, 코스별로 8시부터 9시30분까지 나뉘어 진행된다. 올해에는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가 나서 페이스 페인팅, 먹거리 장터 등 체험부스도 마련했다. 체험티켓을 구매하면 장터에서 하귤쥬스를 구매할 수 있는 할인권도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청수리마을기업 홈페이지(http://www.cheongsuri.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딧불이 축제는 청수리 곶자왈에 반딧불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의 안전과 환경 보존을 위해 마련된 측면도 있다. 그만큼 관광객과 도민들에게 알려져 있어 40여 일간의 축제기간 중에 매년 1만 명 이상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축제장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부스 운영.
축제장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부스 운영.

아들과 함께 온 한 서귀포시에 거주한다는 A씨는 "친구네 가족이 전날 저녁 방문했는데 너무 좋다고 추천을 해 한번 와봤는데 밤마실 나온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행객 B씨는 "어둠 속에서 숲의 향기와 반딧불이의 조합은 이제껏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해봤다"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의 선물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청수리 마을기업 관계자는 "주변지역 개발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환경을 보전하고 청정지역으로 마을을 브랜드화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마을의 이익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매우 다행"이라며 8월말부터는 곤충체험 프로그램과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마을사업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제장이 온 어린이 페이스페인팅하고 있는 모습.
축제장에 온 어린이 페이스페인팅하고 있는 모습.

이제 3회째를 맞는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는 더욱 많은 도내외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정 자연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 원칙하에 다채로운 체험부스와 프로그램, 반딧불이를 활용한 굿즈, 캐릭터 버스 등 축제를 더욱 세련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제주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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