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의 짙은 향이 말을 대신하고 있는 듯한 '정원'… 방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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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의 짙은 향이 말을 대신하고 있는 듯한 '정원'… 방림원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7.1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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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숙 원장의 흐르는 눈물로 가꾼 '인간승리'의 이야기가 있는 곳
방림원 입구 정문 앞 모습.
방림원 입구 정문 앞 모습.

세상 만물은 깊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려 집을 짓고 꽃을 심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이 가진 자연과 조화에서 속 깊은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집과 정원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을 닮는다. 한국인의 정원에는 한국인의 개성이 녹아있고 한국인의 채취가 배어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듯이 한라산 서쪽 자락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미를 가장 한국적인 미로 연출한 힐링 보타닉뮤지엄, 방림원이 있다.

방림원 방한숙 원장.
방림원 방한숙 원장.

방림원 방한숙 원장의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야생화를 소재로 시작한 정원 만들기에 무한한 후원자였을 정도로 서로의 성을 따서 '방림원'이란 이름을 지었을 만큼 부부의 애가 넘치는 정원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울창한 녹음을 따라 걷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내려놓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다다른 길.

그 초입에 방림원 야생화들이 먼 길 나와 객을 맞이한다.

나를 기다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반기며 "어서 오세요"라는 듯이 야생화의 짙은 향이 말을 대신하고 있다. 하늘에 은하수를 끌어당길 듯이 높이 솟은 한라산. 그 산 정상 백록담은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곳으로 전해진다. 선녀들이 내려오는 날이면 사방에 구름을 만들어 한라산 자체를 숨겨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한라산을 향해 합장한 힐링 보타닉뮤지엄, 방림원.

그곳에는 방림원 방한숙 원장의 흐르는 눈물로 바위를 닦고, 흐르는 땀으로 야생화를 가꾸고 있는 인간 승리의 이야기가 있다. 

방 원장이 야생화 가꾸기의 여정은 취미로부터 시작되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짓고 돌과 화분에 야생화를 심었다. 화분에 심은 야생화는 얼마 가지 않고 죽어버리는 데 반해 돌에 심은 것은 싱싱하게 잘 자랐다. 돌은 낮 동안에 열기를 저장해두었다가 밤새 따듯함을 유지하여 야생화가 잘 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화산암의 신비스러움에 빠진 그녀는 돌을 찾아 20여 년 전에 제주를 찾은 것이 인연이 되어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정착하였다.

제주에서 본격적인 야생화 작품 활동을 해오다가 많은 사람과 함께 야생화를 즐기고자  국내 최초의 야생화 전문 힐링 보타닉뮤지엄 방림원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방림원으로 들어가는 첫발자국은 짙은 야생화의 향과 새소리, 그리고 풀벌레의 향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침에 살포시 내려앉았던 안개는 이미 걸쳤지만, 흐르는 초여름의 땀방울이 발걸음을 늦춘다. 

방림원에는 제주의 토종 야생화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희귀한 식물, 전 세계의 야생식물 등의 자라고 있어 제주도의 식물자원 보고이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식물 90종과 귀화 식물 10종 등 모두 100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계절별로 아름다운 야생화를 즐길 수 있고, 세계 각국의 고사리 중 원숭이고사리, 넓적고사리, 금고사리, 과음고사리, 상록고사리, 참나무고사리 및 희귀한 고사리 약 400여 종과 식충 식물, 백두산 고산 식물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방림원은 제주의 화산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아름답다. 그 바위들 사이에서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장엄한 바위 절벽에 기운을 받은 폭포수는 쉼 없이 흘러내려 척박한 바위들을 촉촉이 적신다. 방림원 바위틈과 야생화가 피어난 곳곳에는 방한숙 원장의 애틋한 어머니의 그리움도 묻어있다.

제주로 이주한 방 원장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이 정원을 혼자 꾸밀 당시의 그녀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때마다 보고 싶었던 어머니를 가슴에 묻어두었을 것이다. 석부작길로 들어서기 앞에는 커다란 비석 하나와 작은 비석 하나가 있다. 이것은 방 원장이 직접 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으로써 어머니의 모습을 대신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정원을 더욱더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는 모습을 보여 주무로써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다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방림원에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마음을 비우고 숲길로 들어가면 작은 오르막 끝에 또 다른 만남이 있다. 방림원의 개구리들이다. 만남의 전시장에는 수많은 각국의 개구리 모형이라는 모형을 다 수집해 놓은 곳이다. 이는 여자의 작은 체구로 이 거대한 정원을 조성할 때 외롭고 힘들어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흘리며 울 때 옆에서 같이 울어주었던 개구리가 그녀에게는 위안과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후로 개구리와 방 원장의 인연의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방림원에는 야생화를 비롯한 크고 작은 생명이 어우러져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서로의 경계가 허물고 하나가 되는 곳. 그래서 방림원에 이르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귀하게 여기는 그런 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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