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8배 매립 제주신항 '반대'..."30년 전 실패한 전철을 다시 밟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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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 8배 매립 제주신항 '반대'..."30년 전 실패한 전철을 다시 밟는 것"
  • 진순현 기자
  • 승인 2019.08.0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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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매립 8배 면적의 바다를 매립하는 제주신항 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
제주신항 조감도
제주신항 조감도

현재의 탑동매립 8배 면적에 달하는 제주신항 개발 사업(이하 신항계획)에 대해 ‘과연 제주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신항계획을 심의 확정해 2일자로 지정 고시했다. 신항 계획은 총사업비 2조8760억원을 투입해 22만t급을 포함한 크루즈 4선석, 국내여객 9선석, 130만㎡ 규모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아울러 여기에 필요한 바다 매립면적이 128만3000㎡으로 탑동매립(16만5000㎡) 규모의 8배에 달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특히 신항계획은 항만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B/C분석)을 맞추기 위해 공유수면 매립 면적을 지나치게 넓게 계획한, 본말이 전도된 사업”이라고 직격했다.

이들은 “매립지의 상업시설 분양과 임대를 통해 수익을 충당하려 하기 때문이다. 민자유치를 통해 3분의 1에 달하는 건설비를 충당하는 것인데 그것도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이들은 “강정에 이미 15만t급 2선석을 배치할 수 있는 크루즈항만을 건설했는데, 제주항에 10만t급 이상 4선석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예산낭비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정에 민군복합항을 계획할 때는 정부가 크루즈 입항을 강조했다. 그러나 완공된 이후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크루즈항만을 제주시에 더 확대하겠다는 것은 완벽한 모순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크루즈선 기항을 통한 지역 연계 경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크루즈선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제주시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이동하는 곳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고 신항계획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게다가 “크루즈관광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무시한 채 국제적 관광지를 논하며 크루즈 관광 확충을 위한 신항만을 건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더군다나 현재 동문시장, 중앙로 지하상가가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항만건설로 인해 상권이 충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신항계획은 극심한 해양환경 피해를 시작으로 용두암과 용연일대, 용담 2~3동으로 월파피해가 전이돼 도민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환경 파괴에 따른 어장파괴와 그에 따른 어민피해문제, 과도한 상업시설에 따른 기존 상권과의 충돌문제 등 숱한 문제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신항 계획이 과연 제주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따졌다.

한편 당초 신항 계획은 지난 2016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제주신항만 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하려 하다가 기획재정부가 고시 보류를 요청하면서 몇 년 동안 멈춘 상태였다. 하지만 발표된 지 4년이 지나고도 더 큰 논란으로 번져가고 있는 제2공항 계획처럼 제주신항도 과대한 수치로 부풀린 관광객숫자에 짜 맞춘 전형적인 대규모 토건사업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탑동 매립 전, 바릇잡이(보말잡이) 광경
탑동 매립 전, 바릇잡이(보말잡이) 광경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검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해안지역은 화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탑동해안도 마찬가지였다. 탑동해안은 제주시내의 가장 중심가에 있는 해안으로서 햇빛이 비추면 조그맣고 까만 ‘먹돌’(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급냉현무암)이 반짝반짝 빛을 내던 곳이었다. 썰물이 되면 주민들이 몰려나와 빛나는 먹돌과 함께 저녁거리를 위한 바릇잡이(게, 고둥 등을 잡는 일)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게다가 이곳은 각종 어류가 산란 하는 제주 앞바다의 모태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1차 매립이 조금 이뤄지더니 1980년대 후반 군사정권을 등에 업은 범양건영 등 대기업이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립을 강행했다.

30년 전, 탑동매립 공사 장면
30년 전, 탑동매립 공사 장면

탑동매립 이후 범양건영은 공사비용보다 훨씬 높게 땅을 팔아 부당 이익을 얻었고, 이곳엔 대형유통할인업체, 호텔 등이 들어섰다. 매립 이후에는 해마다 월파 피해가 반복됐다. 아름다운 먹돌 해안을 없애고 매립을 해서 도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즉 탑동매립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다. 도민들의 휴식처이자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탑동을 사기업에 내주고는 매해 월파 등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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