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 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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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 별들의 이야기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8.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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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 '카페 제박' 주제 전시회 개최… 영상으로 '노인성'을 만난다.
대형 삼면 스크린을 통해 한라산에서 촬영한 '노인성 타임랩스' 영상을 볼 수 있다.
대형 삼면 스크린을 통해 한라산에서 촬영한 '노인성 타임랩스' 영상을 볼 수 있다.

  자동차의 균형을 잡아 안전주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가장치가 서스펜션이다. 현가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를 타고 몇 분 주행하면 불안하여 운전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멀미와 생체리듬의 변화가 오는 것을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알 것이다.

  지구도 균형을 잡고 공전과 자전의 운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의 현가장치가 있듯이 북극의 북극성과 남극의 노인성이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는 별과 지구의 움직임에 따라 삶에 영향과 연관이 많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하늘의 뜻으로 여겨 통치자인 임금은 천문도를 만들고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에서 명왕성에 이르기까지 태양계가 공전과 자전을 하며 돌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별이 함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것을 순간 관측을 놓쳐버리면 역법에 문제가 발생하여 국가적으로 큰 재앙이 닥칠 수도 있었다.

  고대로부터 별자리를 통해 망망대해 어둠의 바다에서 뱃사람들의 길을 인도했고, 우리 생활에 깊숙이 영향을 주었던 별들의 이야기가 '카페 제박 ART Cafe in Jeju National Museum'의 주제로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특별전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를 개최한 데 이어 후속 전시로 마련된 것이다. 지난 전시는 2019년의 첫 번째 특별 전시로 제주의 밤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는 '노인성'을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노인성(老人星)은 다른 말로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카노푸스'라고 불린다. 노인성은 적도 건너편 적위 -52°에 있기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고도가 낮아서 실제로 관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별이다. 실제 노인성은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별이며 크기도 태양의 70배가량 되는 거대한 별이다. 이 희귀하고 빛나는 별을 '노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약 2000년 전의 일이다. 옛사람들은 '노인'을 단지 나이 많은 사람, 시들어버린 육체를 가진 존재로만 보지 않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완전하고 이상적인 인간에 더 가까워지는 일이었으며 '오래 사는 것'은 곧 '인간으로서 완성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고 한다. 그들은 노인성에게 인간 최고의 가치인  '수명'을 부여했다. 노인성은 이후로도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별이 되었다.

  이렇게 인간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별과 별자리에 관한 생각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시기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이다. 별들의 이름과 역할, 위상에 관한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어떤 별들은 황제와 제국의 운명을 말하기도 했다.

국립제주박물관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의 이야기 전시장 입구.
국립제주박물관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의 이야기 전시장 입구.

  지난 전시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세 가지 주제로 소개했다. 1부는 '나라의 운명의 점치는 별', 2부는 '장수의 별', 3부는 '노인성이 비추는 땅, 제주'로 구성하여 노인성과 관련된 고천문, 역사, 미술, 문헌 자료와 더불어 지난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전시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영상물들이었다. 그중에 한라산 정상에서 드론, 타임랩스 기법을 활용해서 촬영한 '노인성의 뜨는 한라산의 밤 풍경'의 영상은 지난 전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번 특별전은 기존의 박물관 전시와 달리 유물이 아닌 관람객의 편안한 휴식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 누구라도 부담 없이 찾아와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카페'콘셉트로 전시공간을 연출하고 '국립제주박물관 카페'를 줄여서 '카페제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번 전시의 최고의 백미는 지난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호응을 얻었던 한라산에서 촬영한 '노인성 타임랩스'영상이다. 지난 전시에는 볼 수 없었던 미공개 촬영분까지 더하여 총 9분짜리 영상으로 새롭게 편집하였다. 전시장의 1/3을 차지하는 대형 삼면 스크린을 통하여 이전 보다 더욱 크고 웅장한 한라산과 노인성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지구는 북극성을 중심축으로 무한한 별들의 조합 속에 규칙에 따라 운행하지만, 1년, 12년, 60년, 100년 단위마다 마다 약간의 차이가 날 정도로 운행 각도가 바뀌고 다시 복원된다. 그래서 고대국가 이래 왕실의 조정이나 민가에서는 별을 통해 인간세계에 미칠 길흉을 예언하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가 가진 문화적 서사를 더욱더 풍부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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