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달을 빠뜨리고 낮에는 태양을 삼키는 외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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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달을 빠뜨리고 낮에는 태양을 삼키는 외도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8.1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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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제주에는 한라산을 비롯해 지역마다 독특한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다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월대천 전경 모습.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월대천 전경 모습.

  삶에 지친 중생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치유를 위해 소음이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 고려 시대 때 창건되었던 수정사지를 지나 외도천에 닿았다. 먼저 나를 반겨주는 늙고 늙은 소나무는 월대로 인도한다.

  냇물 주변에는 수령이 수백을 헤아리는 해송과 팽나무 고목들이 있고, 시원한 푸름이 가득하다. 제주도에 분포한 대부분의 하천은 건천이라 시냇물이 흐르는 곳은 찾아보기 드문 데 반해 외도천은 연중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다. 외도천은 귀양 와 정착한 후 유학을 전수한 제주 4현 중에 한 분인 '이미'가 처음 정착했던 곳으로 1500년경에 한그루씩 심었던 그때 그 소나무가 지금까지 무성하게 명맥을 유지하며 외도천에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이 유명한 곳에서 조선 시대 묵계들이 술잔에 달을 집어넣어 유희를 즐기며 시문을 읊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월대'라고 불리고 있다.

  월대는 외도 천변에 인접해 있는 평평한 대(臺)를 일컫는다. 도근천과 외도천이 합류하는 곳 가까이에 있으며 주위에는 5백 년 된 팽나무와 해송이 외도천 위로 휘늘어져 있어 경관이 좋은 곳이다. 지형이 반달과 같은 곳으로 옛날부터 밝은 달은 달이 뜰 때 주위와 어우러져서 물위에 비치는 달빛이 장관이었다. 마을에서 내려와 동쪽 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맑은 물가에 비쳐 밝은 달그림자를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누대라는 뜻에서 월대라고 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고 시문을 읊던 곳으로 유명하다. 월대천은 월대 앞을 흐르는 외도천을 달리 일컫는 말로 월대 인근에서 흐른다고 해서  월대천 이라고 하였다. 이곳은 물이 깊고 맑으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뱀장어와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옛 선사들이 가르쳤던 이 세상에 진리는 지금 물속에 비치는 태양의 모습처럼 바로 구체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 순간이 중요성을 두고 한 말은 아닐까 싶다. 

  시냇물이 흐르는 외도천은 밤에는 달을 빠뜨려놓고 낮에는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삼키고 있다. 그 모습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마치 탐방객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황홀경으로 젖어 든다.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해안중에 특이한 해변들이 많다. 한라산 남쪽은 주상절리대의 웅장한 해안선이 발달했다면 제주시 쪽은 아기자기하고 부드럽고 가냘픈 곡선의 아름다운 멋이 넘치는 해안선이다.

  월대를 지나자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바다가 있는 해안가로 제주 올레가 이어진다. 먼바다를 건너온 바닷바람은 순례객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고, 또한 바람은 해안가 야생화들을 애무하며 살포시 몸을 눕히고 있다. 저 풍경 앞에서 탐방객은 저절로 몸이 낮춰지며 걸음걸이는 더디기만 하다.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알작지 해안가 전경 모습.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알작지 해안가 전경 모습.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도의 독특한 매력이 숨어있는 알작지 해변에서 눈을 감고 정진에 드니 파도가 쓸고 가는 몽돌과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 저절로 탐방객은 삼매에 들어버린다. 화산섬의 독특한 검은 모래 해변, 고운 모래가 뒤덮고 있는 해변과 기이한 바위와 암석 그리고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선. 이곳을 지나가는 탐방객은 그 매력에 빠져 멋있는 추억이 될 것이다.
현무암이 풍화하여 생긴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이호해수욕장에는 많은 피서객과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호해수욕장은 유영구역이 매우 완만하여 해수욕하기에는 안전한 지역이다. 백사장의 모래 입경이 매우 작아 열전도율이 높으므로 한낮에는 맨발로 보행하기가 어렵지만, 피부병이나 무좀 환자들에게는 이로우므로 여름철이면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피부염 때문에 몰려온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아토피에는 이호해수욕장 모래찜질이 최고 효능을 자랑한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한 번쯤은 순례 때 찜질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육지와는 전혀 다른 지형과 기후를 보이는 최대 규모의 화산섬 제주에는 영산인 한라산을 비롯해 독특한 자연환경이 있다. 이곳은 제주도의 풍속과 풍토로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이런 불교와 민간신앙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특이한 형태의 신앙 모습이 전해오는 현장인, 제주 해안을 비롯해 중산간 마을마다 자주 보인다.

  이호해수욕장을 지나면 붉은왕돌할망당이 보인다. 붉은왕돌할망당은 팽나무와 보리수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오색천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 신비스러운 기운이 넘쳐난다. 제주에는 유난히 '할망당'이 많다. 제주 사람들은 제일 먼저 수확한 곡식이나, 바다에서 갓 잡은 해산물 중에 제일 좋은 것을 골라 먼저 할망당 할망께 올렸다. 제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제주할망당은 민초들에 간절한 기도처였다. 그 간절한 마음이 모여 지금 사람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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