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의 그림자와 한라산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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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그림자와 한라산에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8.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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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사진관 포토그래퍼 전현석
한라산과 오름 전현석 포토그래퍼 작품사진.
한라산과 오름 전현석 포토그래퍼 작품사진.

  제주 별밤을 배경으로 나만의 '갬성 사진'찰칵~

  '밤바다에서 별빛과 LED 조명이 만나', '밤하늘을 도화지 삼아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마법'… 별밤사진관의 사진들은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된다. 별밤사진관에서는 제주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라이트 페인팅 블러쉬, LED봉으로 천사 날개, 나만의 메시지 등을 그려 넣어 라이트 페인팅 기법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라이트 페인팅 기법이란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놓은 상태로 빛을 이용하여 허공에 그림이나 글을 사진 속에 넣을 수 있는 촬영 기법이다.

  JIBS '오마이 인생샷' 포토그래퍼로도 참여했던 별밤사진관 전현석 대표를 만났다. 밤에 찍은 사진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었던 전 대표는 제주에 내려와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별밤 사진'촬영 이벤트를 시작했다. 말할 필요 없이 반응이 뜨거웠고  '별밤사진관'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야간 관광 상품으로까지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별밤 사진'은 합성사진이 아니라 실사이면서도 환상적이고 낭만 가득한  '갬성 사진'을 소장할 수 있는 '낭만 체험' 야간 이벤트이다. 

  역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전현석 대표는 현재 별밤사진관 외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으로 360 VR과 드론 항공촬영 등을 이용한 영상콘텐츠의 촬영기법 R&D와 사업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전념을 다하고 있다. 그가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한 영상 촬영에 몰두하는 데는 단면의 사진을 넘어 입체적 영상을 통해 자신이 본 하늘과 숲 등 자연의 모습을 가감 없이 온전하게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평소 전 대표는 스스로 끈기가 부족하고 쉽게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사진과 영상은 그에게 지금까지 가장 오래토록 탐구하게 하고 열정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가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전 대표는 자신의 시선과 감동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좋아요', '멋져요', '잘 한다'등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관심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별밤사진관에서 제주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라이트 페인팅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
별밤사진관에서 제주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라이트 페인팅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제주를 운명처럼 만났다.

  전현석 대표는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때에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영화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었던 숲에 가고 싶었다. '원령공주'의 배경인 일본 규슈의 '야쿠시마 원시림'은 잠시 휴가를 내고 다녀오기에는 시간과 금전적, 체력적으로 선뜻 나서기가 무리였다.

  그는 제주를 선택했다. 첫 번째 여행에서 김영갑갤러리를 서성이고 오름의 그림자가 참 좋았다. 두 번째 주말여행에서는 이중섭갤러리를 가기로 정했다. 금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해 차를 렌트하고 네비게이션을 켜고 일단 이중섭갤러리로 향했다. 어두운 밤에 마주하는 꼬불꼬불한 산길(당시는 몰랐지만 성판악을 넘는 5.16도로이다) 운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운전할 자신이 없어 그는 주차장 같은 곳에서 비박을 했고, 아침에 눈을 뜨니 한라산 성판악 주차장이었다. 물 한 병과 카메라만 들고 정상에 올랐다.

  '이게 운명인가'. 현석씨는 '원령공주'가 숲에서 사슴신을 만나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한라산 정상에서 조릿대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 노루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노루의 눈빛에 자신의 마음은 불편함이 사라지고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길로 직장을 정리하고 제주로 이주했다. 그는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내 마음이 어지러우면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며, 자신을 빨리 추스르게 해 준 오름의 그림자와 한라산에 지금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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