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 내일을 위해 결코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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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산다, 내일을 위해 결코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8.2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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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살이가 참 좋은 공방 ‘우연 수집’ 이강산 & 박나영 부부
40년 된 칙칙한 한남동 전세방을 리모델링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왼쪽부터 리모델링 전, 리모델링 후 방과 화장실 사진)
40년 된 칙칙한 한남동 전세방을 리모델링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왼쪽부터 리모델링 전, 리모델링 후 방과 화장실 사진)

  전세방 셀프 인테리어로 '100만 명' 파워블로거가 되다

  "글을 쓰고 싶었어요…". 공방 '우연 수집' 이강산(39)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이 대표는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단번에 파워블로거가 됐다. 40년 된 한남동의 전세 단칸방을 개조하고 셀프 인테리어 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방문객 100만 명이 방문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마침내 자신의 책 <숨고 싶은 집>을 출간했다. 이후 김포 전세집 개조와 생활을 담은 <도시골 사람>이라는 책도 펴냈다. 

  임시로 사는 전셋집을 리모델링한 이유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질문들에 강산씨는 "집이 임시일지 모르나 온전하게 사는 현재가 소중하고 나의 가치관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답한다.

  2010~11년 당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전세대란으로 2030세대의 시름이 컸고, 현실 반영적 소비, 즉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비 트렌드가 시작되는 초창기였다. 강산씨는 본인을 비롯해 2030세대의 이러한 욕구와 시대적 현상을 대변하고 소통하며 나름의 대안과 해소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달달한 만남의 시작… '나도 제주에 가고 싶다'

  이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2013년에 종로구 서촌마을에서 편집샵을 열었다. 편집샵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난 계기가 되었으니 후회가 없는 행보이다.

  아내 박나영(35)씨는 편집숍 맞은편에서 천으로 가방을 만들어 파는 가방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도 서촌 생활이 녹녹치 않았다. 6년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었고, 수익을 맞추려고 김밥도 말아 팔았다.

  어느 날 나영씨는 동네 친구 강산씨가 제주로 이주했다는 블로그 메시지에  '나도 가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강산씨는 나영씨에게 펜션 메니저 일을 알아봐 주었고, 나영씨는 주저 없이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이강산씨 와 박나영씨 부부 모습이 담백하다.
이강산씨 와 박나영씨 부부 모습이 담백하다.

  이들은 아는 사람이 둘 밖에 없어 '꽁냥꽁냥(?)' 놀다보니 제주에 내려온 지 1년(?) 만에 지금의 공방 '우연 수집'을 작업실 겸 신혼살림집으로 차렸다.
 
  효율성 높은 제주살이, "적게 벌고 적게 써요~"

공방 우연 수집에서 만든 반지와 유목이 잘 어울린다.
공방 우연 수집에서 만든 반지와 유목이 잘 어울린다.

  공방 '우연 수집'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다. 아름아름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과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지 만들기, 가방 만들기 공방수업을 하고, 유투브 영상도 만들고 이따금씩 문화 공연도 기획한다. 

  이강산씨 부부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체 콘텐츠를 온라인 마케팅과 택배 서비스로 판매하고, 화상통화로 소통하며 열심히 일한다. 오히려 돈 쓸 일도 적고 조금 벌어도 되니 제주살이는 효율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불안함이 덜 든다고 전한다.

  이강산 대표는 "이 생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60억을 버는 게 목표"라며 웃는다. 2층 규모의  문화공간을 꾸려 공연과 전시 공간, 공방수업, 살림집을 할 수 있는 땅과 집을 사고, 1년 운영비를 계산해 보니 60억 원이란다.

  짧게는 돈을 모아서 겨울마다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목표이다. 작년에는 태국 치앙마이를 다녀왔고, 그 여행에서 지금 공방에서 하고 있는 반지수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늘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순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그에게 '고향'이라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보다 현재 살고 있는 곳,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세대이다.

  더욱 급격하게 다가올 사회문화적 변화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도 이강산씨 부부는 섬이 갖는 고립감과 자연의 여유, 적당한 인프라를 갖춘 제주살이가 참 좋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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