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이 손수 만든 '등'… 행복한 세상을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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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이 손수 만든 '등'… 행복한 세상을 기원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8.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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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산지천 등축제… 밝은 지혜의 등불로 따뜻한 세상을 기원
제주 등 축제에 쓰여질 여러가지 형태의 등 들이 만들어진 모습.
제주 등 축제에 쓰여질 여러가지 형태의 등 들이 만들어진 모습.

  무명으로 가득 찬 어두운 마음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처럼 제주를 밝아지고 따뜻한 마음의 불빛이 넘쳐나기를 기원하는 제주 등 축제가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제주산지천 일대에서 제주불교신문이 주최·주관하여 봉행할 예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너무 가난하여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부처님에게 등을 올릴 형편이 못 되었다. 여인은 부처님께 올릴 등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종일토록 구걸하러 다녀 겨우 동전 두 닢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등과 기름을 사고 부처님의 가는 길목에다 작은 등불을 밝히고 간절히 기원했다.

  "부처님 공양물을 올릴 만큼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 겨우 보잘것없는 작은 등불 하나 밝혀 부처님의 크신 공덕을 찬양하오니 저의 간절한 작은 정성을 어여삐 여겨 다음 생애에 태어나 성불하게 해주십시오." 밤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이 밝힌 등이 하나둘 꺼져갈 때 그녀의 등만은 훨훨 더 환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부처님 제자 아난은 이 등불을 끄려하였지만, 꺼지지 않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의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이기에 절대 커지지 않느니 부질없이 애쓰지 말라" 고했다. 그 후 그 여인은 이 공덕으로 30겹이 지난 뒤에 성불하여 '수미등과 여래' 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처럼 연등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상을 부처님의 밝은 지혜를 밝게 비춤을 상징하듯이 제주도 내 불자들이 빛으로 전하는 행복한 세상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등 축제에 공양할 등 제작 현장을 돌아봤다.

  이번에 제주 산지천을 환하게 밝힐 전통 등들은 제주 불자들이 손수 만든 것들이다. 제주 등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제주 불자들은 30도를 웃도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지땀을 흘리며 지난 12일부터 등 축제가 열리는 날까지 한국불교태고종 제주교구종무원 작업장에서 만들고 있다.

제주 등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제주 불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등 제작에 열중하는 모습.
제주 등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제주 불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등 제작에 열중하는 모습.

  가난했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이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켰던 등불 공덕이 수미등광여래가 되었듯이 제주 불자들 역시  '연등불부처님' 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개막식 날인 다음달 6일까지 연등 제작에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전통 한지 등 강습회에 참가한 우바새(남자 불자), 우바인(여자 불자)들은 설계도면에 따라 단단한 철사로 뼈대를 만들어 배접과정을 거치고 채색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순수 전통 한지 등의 작품이 완성되어 나아갔다.

  이번 축제에 출품할 한지 등은 순수 아마추어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공동체와 화합을 중요시 하는 승가 법도처럼 사부대중(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익히는 수행의 일부이기도 하고 모든 과정마다 인내심과 끈기를 길러주는 수행이 연속이다. 특히, 전통 한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본뜬 후에 시접을 만들고 풀칠을 하는 과정은 단순한 반복이 연속이지만, 순수한 집중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해지는 삼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제격인 듯했다.

  골조와 배접까지는 공동 작업의 단계라면 채색과정부터는 불자들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 다양한 아이디어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로 만들어갈 수 있다. 물감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그림을 그려 넣거나, 먹물로 붓글씨로 예쁘게 만들 수 있듯이 다양한 표현기법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등 제작과정에서 예술적인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데서 교육적인 효과와 더불어 참가자들의 소소한 창조의 기쁨을 맛보면서 전통 한지 공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번 제주 등 축제 전통 등 강습을 이끄는 이도현 불자는 "이 전통 등 만들기를 통해 전통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이번 등 축제를 총괄하고 있는 제주불교신문 김군호 이사는 "이번 전통등 강습을 시작으로 제주 등 축제준비가 본격화됐다" 며 "제주불자들뿐만 아니라 도민과 관광객들이 제주 등 축제를 통해 제주불교를 이해하고 제주 관광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했다.

  한편 이번에 만들고 있는 전통 한지 등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제주 등 축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에 출품했던 전통한지등 작품들과 함께 전시하여 깊어가는 가을밤에 산지천 일대를 아름다운 등불로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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