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 몸살이 난게 아니라 중병에 걸려… 깨끗한 바다는 제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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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몸살이 난게 아니라 중병에 걸려… 깨끗한 바다는 제주의 미래
  • 제주관광신문
  • 승인 2019.09.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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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속이 각종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제주바다 속이 각종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날이다. 용두암 해안도로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향긋한 커피 향을 송두리째 뺏어 가는 충격이 다가왔다. 아! 바다가 이래도 되나. 제주 바다가 몸살이 난 게 아니라 중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검은 잔해가 바다를 뒤덮어놓기 시작이다. 어처구니없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검은 행렬에 분노가 치민다. 자연의 바다는 힘이 원천인 데 반해 인간의 바다는 초라함에 그지없다. 하지만 바다는 낮음의 덕 때문에 온갖 잡동사니의 창고가 된다. 그러한 포용력이 바다가 갖는 위대함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바다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무관심 때문에 바다를 괴롭힌다.

  인간은 바다에 악랄하게 위해를 가한다. 늘 인내하던 바다가 인간의 무례가 지나친 것 같으면 발광을 한다.  바다는 스스로 혁명을 한다. 바다는 세상을 뒤엎어놓는다. 바다의 경외함을  인간에게 알려 준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바다의 위엄을 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바다를 계속 파괴해 오고 있다. 좀 편리함 때문에 자연을 이겨내려고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지만, 몇 번이나 사용될까. 과연, 자연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자연과의 타협이다. 그 합의는 자연의 자유스러움을 이용하겠다는 인간의 양보이다. 또한 자연에 배려하는 함의이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자연에 횡포를 부린다. 안전이라는 이유로 편의라는 명분으로 가해지는 파괴행위에  바다는 속수무책이다. 그러하지 않은가. 그런 안전시설, 생산시설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제주의 자연에 순응하는 공법을 마련하자는 거다. 이에 대해 절실히 고민한 흔적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예컨대 파도를 막으려는 파제벽과 홍수를 막으려는 배수개선과 하천정비시설들이 자연의 횡포를 완벽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바다는 인간이 생각하는 데로 순응할까. 그렇지 않은 게 불행하다. 현실은 배수개선과 하천정비시설의 효과는 최소한의 홍수를 막을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바다를 흙탕물로 뒤범벅이 되게 한다. 결국에는 바다를 죽어가게 할 것이다.

  이러한 배수개선시설 공법 때문에 황폐해져 갈 미래의 바다를 예측했던 분이 계시다. 북제주군에 배수개선사업을 처음 도입할 때이다. 배수개선사업을 어떻게 시설할 것이냐는 방법론 때문에 고민한다. 배수개선사업이 바다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하는 성찰이라도 한 흔적이 있다. 그분은 고 신철주 군수이시다. 배수개선사업 시설지침대로 바다로 물길을 낸다면 과연 바다가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신 군수 입장에서 자연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에 대한 정책결정권자로서 고민이었다.

  배수개선사업 현장인 한림읍 월령리에서 전 과장들과 함께 토론한 적도 있다. 바다로 물길을 낼 것이 아니라 속칭 숨골(물이 빠지는 구멍) 위치에 저수지(침전조)를 만들자는 군수의 제안이다. 숨골로 물을 침투하게 하고, 나머지 저장된 물을 이용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군수의 의견은 시설지침에 의해서 무력화됐다. 그 결과 월령리의 배수개선사업은 완벽한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 효과는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온갖 쓰레기들이 바다로 몰려든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된다. 어촌계에서는 청소하느라고 원성이다.

  그렇게 시설을 해야만 했을까. 그렇게 구조물의 기능만을 강조되어야만 하는가. 과연 차선책이라든가 보완 대안은 없었을까. 정말 한심하다. 지역 실정을 외면한 시설지침이란 공룡은 처참한 오늘의 바다를 만들어 놓았다. 우려되는 것은 제주 바다가 죽으면 제주특별자치도도 함께 죽어 갈 것이다. 명심해야 할 우리의 미래다.

  필자는 해양수산연구원장 당시에 처음으로 배수개선과 하천정비지구의 말구에 접한 연안환경조사를 처음 시작하게 했다. 그리고 해양수산국장 재직 시에 배수개선사업과 하천정비사업의 구조를 변경할 것을 원 지사에게 건의했던 적도 있다. 즉 배수개선과 하천정비사업의 구간마다 보를 설치해서 물을 차단하고 최소한의 물만 바다로 흘러가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이다. 오늘도 비가 온다면 검은 행렬이 바다에서 춤을 추며 놀아도 아무 관심이 없다.

  우리는 제주 바다를 깨끗하게 보전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다는 제주의 생명이다. 제주의 매력이다. 제주의 미래다. 이러한 관점에서 깨끗한 바다 한가운데 웅장하게 서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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