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ᄒᆞᆫ이 담긴 춤과 소리' 그 멋스러움을 이어가는 ᄒᆞᆫ비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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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ᄒᆞᆫ이 담긴 춤과 소리' 그 멋스러움을 이어가는 ᄒᆞᆫ비무용단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9.30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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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을 통해 제주인의 한을 풀고 신명 나는 제주를 만들어 나간다

  육체의 언어라고 표현하는 춤은 인간 내면의 고뇌와 이야기를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 감명 깊게 보여준다. 우주의 중심점인 '나'에서 출발하여 우주를 떠받치는 큰 기운의 움직임에 따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꼬불꼬불 흘러가듯이 우주에 몸을 맡기는 데서 춤은 시작된다.
춤에 음악은 우주의 떠받치는 흐름에 기운을 향해 가는 안내 역할을 하고 그 행위를 표현하는 방식이 춤사위이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에 따라 춤사위가 펼쳐지고 숨을 뱃속 깊이 들이마시고 난 다음 잠깐 멈추고 자연스럽게 내쉬어 비우는 반복적인 행위를 음악에 맞춰 이어가는 것이 춤에 동작이다. 날숨은 체내에 생체작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여러 유해한 기체를 배출하고 들숨은 빠져나온 기체가 저장되었던 공간에 다시 산소를 비롯한 유익한 공기를 채워나가는 생체활동이다. 그러므로 비운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없어진 공간에 다시 신선하고 유익함을 채우기 위한 수행 과정이고, 이는 곧 비움의 반복적인 과정이 춤사위이다.

  비움의 미학을 몸의 움직임에 따라 우주와 나,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표현하는 예술의 극치인, 춤을 통해 도민들의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ᄒᆞᆫ비 무용단(단장 강혜인)이 있다.

  2004년 창단한 ᄒᆞᆫ비무용단은 강혜인 단장을 중심으로 그동안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제주인의 삶과 정서가 담긴 춤과 소리를 발굴하고 재창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제주 전통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현대문화로 승화시키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강혜인 단장은 "물질과 경제 중심의 생활이 주가 되어버린 오늘날에도 우리 제주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고유 민속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지만, 우리 제주인의 삶과 정서가 담긴 춤과 소리 속에 고유 민속 문화가 온전히 바로 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ᄒᆞᆫ비무용단 단원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온 얼과 혼이 담기 소리와 춤을 찾아 보전하고 전승하려는 일념 하나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제주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4·3 추모기간이 다가오면 희생된 곳을 찾아가 진혼무 등으로 대중들을 찾아가 아름다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혼비무용단은 매년 정기공연과 석가탄신일에는 도내 절 초청공연, 설문대할망 소리 및 사물놀이 축제, 세월호 침몰 희생자 위령제, 탐라 문화제 등에도 참가한다. 제주지역 무용단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ᄒᆞᆫ비무용단은 제주도립요양원, 성지요양원, 성이시돌요양원 등을 찾아가는 문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이처럼 문화예술 사각지대에서 공공성을 넓힌 문화 향유에 앞장서고 있는 이 단체는 무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한국전통 무용으로서 도민의 삶을 더욱더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혼비무용단을 찾은 날에도 연습장에는 단원들이 모여 해녀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해녀 춤은 테왁 하나에 몸을 의지해 비창과 작살을 갖고 바다 깊은 곳을 누비는 해녀 삶의 이야기다. 제주민요의 장단에 맞춰 사계절 깊은 바닷속을 헤매며 고된 물질을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피곤과 고달픔도 물속에서는 편안하고 희망의 노래로 승화시켜나간다. 해녀 춤에서 제주 여인들의 한(恨)이 흐르고 있다. 물질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해녀들의 강한 삶의 의지를 스포트라이트 불빛에 아름다운 춤사위는 더해만 갔다.

  가득 찼을 때 자연적으로 비워지고 비워졌을 때 가득 채워지듯 비움과 가득 참은 다르지 않다. 규칙적인 전진과 후퇴의 법칙,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무릎 굽힘과 폄, 죄었다 풀었다의 감고 풀기의 원리가 숨어있는 춤은 맺고 풂의 원리이다. 맺힘은 막힌 것으로 한(恨)으로 남는다. 한은 극복되고 풀어야 하며, 풀림은 막힌 것을 해결하는 과정으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이다. 한을 풀었다고 해서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성숙을 위한 도약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맺고 풂의 반복의 각양각색의 춤사위를 통해 춤의 예술이 완성돼간다.

  ᄒᆞᆫ비무용단 강혜인 단장은 "제주는 인구가 적고 지역적인 한계 때문에 무용예술분야는 어려운 현실이다"며 "우리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온 얼과 혼이 담긴 소리와 춤을 찾아 보전하고 전승하는 소박한 일념하나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전통무용을 통해 제주인의 한을 풀고 신명 나는 제주를 건설하는데 일조하는 ᄒᆞᆫ비무용단의 모습에서 새로운 제주의 비전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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