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멋진 풍광을 보이는 한라산 영실 존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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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멋진 풍광을 보이는 한라산 영실 존자암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0.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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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수로 길에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실 물과 언 물을 하원저수지로 보내어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원수로길 모습.
영실 물과 언 물을 하원저수지로 보내어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원수로길 모습.

하늘에 은하수를 끌어당길 듯 높이 솟은 한라산. 그 산 정상 백록담은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는 곳으로 전해져왔다. 선녀들이 내려오는 날이면 사방에 구름을 만들어 한라산 자체를 숨겨버린다고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제주 섬 중앙에 신비스럽게 우뚝 서 있는 한라산은 옛사람들은 영주산이라 부르며 삼신산의 하나로 여겨 정상에 오르는 이는 그리 흔치 않았다고 전한다.

이렇게 영험하여 아무나 접근할 수 없었던 한라산은 석가여래가 열반 후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이 세상에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거주하는 500명의 성자인 오백나한이 한라산 영실에 상주하는 영산중에 영산이라고 전한다. 오백나한을 '오백 장군'이라고도 불리지만, 옛 제주 사람들은 자신의 간절한 소원을 구하기 위해 오백나한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특히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은 오백나한에게 빌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소박한 '미륵신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라산은 아이를 주는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미륵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믿기기 때문이다. 오백나한이 상주하는 영실과 이어지는 '불래오름'의 불래(佛來)도 '하늘에서 온 미륵부처들이 있는 산'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영험한 기운이 넘쳐나기 때문에 산 자체가 기도처요, 부처님의 도량이다.

옛날에는 한라산을 등반할 때 관음사에서 시작하여 정상에 올라 영실 존자암으로 하산했다. 

사계절 각각이 옷 색깔이 다른 영실에 위치한 존자암 사진.
사계절 각각이 옷 색깔이 다른 영실에 위치한 존자암 사진.

존자암으로 가는 길은 영실 입구 주차장에서 세존사리탑 존자암 입구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에 들어선 존자암 입구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에 흰 눈이 덮인 사이로 백골만 앙상한 나무들이 마치 수행자가 수행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고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소생하며 수많은 식물이 꽃향기가 그윽하다.

녹음이 우거지고 흰 구름과 안개가 감도는 여름철이 되면 신선과 선녀가 금방이라도 내려 올 것 같고 가을이면 기암절벽 사이로 단풍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루는 곳이다. 이렇듯 영실은 사계절 각각이 옷 색깔이 다르며 미륵부처님이 오시기에 충분한 곳에 존자암이 자리하고 있다.

서귀포시 하원동에 소재 불래오름 남서 능선 1300m 지점 계곡 남동향에 있는 존자암은 제주에 삼성(고·양·부)이 처음 일어난 탐라국 시대 때 창건되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특히 존자암은 부처님의 16 아라한 중 발타라존자가 불법을 전하기 위해 제주도에 와 수행하면서 불교를 전하였던 도량으로 제주불교계에서는 알려져 있다.

존자암에는 한·중·일 불교 최초 전래지로서 탐라국 제6 존자 발타라존자가 2550년전 인도에서 모셔온 세존 사리탑이 모셔져 있어 탐라국 역사와 한국불교 역사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성스러운 성지이기도 하다.

존자암에서 내려와 영실 주차장에서 영실 등산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500m 올라가다 남쪽 길가에 '하원수로길' 안내표시판이 보인다. 그곳에서부터 밑으로 내리는 길이 하원 수로길이다. 서귀포시 중문동 하원 마을에 논을 만들어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1950년대 후반기 전국적으로 6·25전쟁을 겪은 후 빈곤에 허덕이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영실 물과 언 물을 하원저수지로 보내어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로길을 조성하였다.

그 후 주변 도로들이 개설되기 전까지는 한라산 등반코스로 이용했던 길이었다. 이 길은 영실 존자암과 불래오름, 숯가마 터, 무오항일발상지 법정사, 화전마을 터전 등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조상들의 삶의 추억이 깃든 생태문화 탐방로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움막을 짓고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대표적인 산열매인 표고버섯과 시로미, 그리고 오미자를 채취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불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법정항일탑 사진.
불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법정항일탑 사진.

하원수로 길이 한라산둘레 길과 만나는 곳에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지가 위치하고 있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기미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난 제주도 내 최초 최대의 항일운동이자 1910년대 불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다.

1919년대의 3.1운동을 비롯하여 민족 항일의식을 전국적으로 확산 시켜 나가는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법정사는 '법정악' 능선 해발 680m 지점에 있으며 당시 항일지사들의 체포와 동시에 일본 순사들에 의해 불태워졌고 지금은 축대 등 일부 건물 흔적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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