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삶의 공유는 수월했지만, 작품에 대해 공유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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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삶의 공유는 수월했지만, 작품에 대해 공유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0.13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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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부터 부부화가 박준석·최재령 JRJS 展

부부의 인연을 맺은 박준석·최재령 화가 부부가 지난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갤러리 비오톱에서 'JRJS 展'을 열고 있다.

아내 최재령 작가는 세종대학교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7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 이층 레지던시 1기 참여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남편 박준석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부부가 되어 제주도에 정착한 지 어느새 4년째, 그동안 서로 다르게 자란 생활환경, 생활 방식, 습관을 맞춰나가면서 각자의 작품 활동을 하고 삶을 이어나가기에 급급했다. '부부작가', '화가 부부'라는 이름 아래 요즘 관심 있게 보는 것들, 그림을 그리는 방법,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함께 전시는 이번 처음이다.

서로가 화가라는 관점에서는 비슷한 삶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작품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는 서로 다르고 공유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재령 작가의 '회화적인 삶'과 박준석 작가의 '나무 그리기'를 동시에 감상하다 보니 소재만이 다를 뿐 너무나 공통점이 많이 발견된다.

'회화적인 삶'에서의 감동은 우리 생활의 공간인 공동주택 안에서의 일상은 자신의 본래 면목을 알아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듯하다. 꾸밈없는 그대로 즉 누구의 눈치와 간섭도 없이 가식을 모두 털고 자기만이 공간에서 나의 본래 면목으로 돌아와 있는 모습을 회화적인 기법으로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큰 울림을 준다.

박준석. 나무그리기19-3, 130x162cm, 캔버스, 한지에 과슈, 2019
박준석. 나무그리기19-3, 130x162cm, 캔버스, 한지에 과슈, 2019

박준석 작가의 '나무 그리기'는 보는 관람자의 시각에 따라 느낌과 해석이 다르겠지만, 무성한 나뭇가지를 벗겨버린 나무 몸통을 상상하게 한다. 나무가 잘 자라는 조건은 풍부한 빛과 물, 그리고 공기 중에 떠도는 공기량에 따라 좌우된다. 나무는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옆에 다른 식물과 치열한 경쟁을 한다. 자신이 더 잘 자라기 위해 모든 가지와 잎을 총동원한다.

인간 삶도 그러하듯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권모술수와 위선, 그리고 교만함을 박준석 작가는 추상화된 나무의 벗겨낸 껍질을 통해 옳고 그름이 없고, 좋고 나쁨이 없는 우리에 '본래 면목'으로 돌아가자는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속 장면과 같은 일상의 공간과 추상화된 나무의 밑동과 원형을 우리 인간의 본래면목을 찾자는 주제는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두 작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부터 '나의 본래 면목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의 본래 면목은 무엇일까? 상념에 상념으로 이어졌다. 나를 감싸는 이 몸뚱어리는 위선과 교만, 그리고 허영에 저리고 절인 가식덩어리로 쌓인 나의 모습을 꾸짖는 듯했다. 인간의 모순이 덩어리를 최재령과 박준석은 두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해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박준석의 작품을 보는 내내 나무의 일부분인 밑동과 특정 부위에 주목했다. 그리고 최재령의 작품은 지붕 있는 집 하나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지붕을 모두 없애고 안을 보여주고 있다. 집에 구조는 모두가 비슷하고 삶의 방식 역시 비슷비슷하다. 자연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나무를 키우는 것은 빛과 물, 그리고 공중에 떠다니는 공기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그 자리를 차지할 때는 상황이 급변한다. 인간의 가식을 최 작가는 지붕을 벗겨버렸고, 박 작가는 두꺼운 나무 속껍질을 벗겨다. 두 작품 모두가 본래 면목을 찾아 우리에게 주인공인 삶을 요구하고 있는듯했다.

박준석은 재현을 넘어서 자연의 개념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리기 위하여, 나무를 관찰하고 속성을 파헤쳐 자연의 부분의 모습을 우리 인간 삶과 연결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최재령. 회화적인삶,150.0x173.5cm, 캔버스에아크릴, 2019
최재령. 회화적인삶,150.0x173.5cm, 캔버스에아크릴, 2019

최재령은 영상 이미지 혹은 영화와 같은 장면들의 움직임을 연결하고 이미지를 통한 느낌이나 순간적인 감정을 포착하여 회화 작품으로 표현했다. 둘의 이러한 작품 속에는 둘은 이미 자연을 보는 방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자연 그대로를 관찰하는 박 작가와 인공적인 연출, 즉 수많은 작가의 연출해내는 장면 속에서 영감을 얻는 최 작가는 크게 세상을 보는 시각으로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부부는 똑같은 세상을 자기가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을 통해서 우리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었다.

둘의 이러한 시각차는 서로가 보지 못한 부분을 공유하고 더욱더 서로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문의 010-3008-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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