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왔던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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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왔던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0.21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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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옛 문화와 역사를 원형 그대로 되살린 박물관
옛 제주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주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전통 가옥인 초가집 사진.
옛 제주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주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전통 가옥인 초가집 사진.

백사장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표선. 새로운 풍경과 오래된 것들의 공존하는 마을. 서귀포시 표선에는 신구의 조화가 새롭게 떠오르는 곳에 조선말 제주의 옛 문화와 역사를 원형 그대로 생생하게 되살려 놓은 박물관, 제주민속촌이 그 이름만큼이나 제주 사람들의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제주민속박물관이나 국립제주박물관 등도 있지만, 교과서에서 느낄 수 없는 제주의 민속을 다양하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체험학습장으로 꼽으라면 당연히 '제주민속촌'일 것이다.

제주도민이 실제로 생활하였던 100여 채의 전통가옥과 민속유물 등을 오랜 조사연구와 고증을 거쳐 보존해 놓은 제주민속촌은 제주도의 산촌, 어촌, 관아를 비롯하여 토속 신앙촌, 장터 등 옛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살아있는 가장 제주다운 곳이다.

어릴 때는 바닷가 갯바위에서 물장구치던 여름이 좋았고, 한창때는 봄바람에 마음을 띄울 때도 있었다. 언제부터 가을이 좋아졌다. 화려했던 시절을 내려놓고 다가올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 그래서 어쩌면 더 가을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느껴질지는 모르겠다. 눈부신 계절이 엊그제였는데 그 아쉬움을 달래볼 장소로 '제주민속촌'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옛 제주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주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전통 가옥인 초가집 사진.
옛 제주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주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전통 가옥인 초가집 사진.

제주민속촌은 어린이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고, 청소년들에게는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접하고 어른에게는 지난 세월 되새기며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을 살려 과학적이고 자연에 순응했던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제주 전통마을을 재현한 곳에는 내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문화체험을 할 수가 있다. 바람이 많은 제주는 먼저 집을 낮게 지었다. 태풍의 길목에 있는 제주는 겨울에는 시베리아 추운 한파가 여기까지 미치는 곳이라 자원도 부족한 이곳에서 자연을 이겨내기 위한 각가지 방법이 총동원 된 흔적을 제주의 전통가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무암으로 단단하게 벽을 쌓고 척박한 땅에 잘 자라는 띠(제주어로 '새')를 이용하여 초가집을 지었다. 제주 사람들은 남향집을 선호했다. 제주의 집들은 넓은 마당을 남쪽으로 향하게 하면서 뒤뜰보다는 조금 낮게 건축을 했다. 그리고 집을 크게 삼등분하여 가운데는 마루를 놓고 양옆으로 방을 배치하고 곡식창고 고팡을 두었다. 앞마당에는 넓은 그대로 남겨놓고 뒤뜰에는 '우영팟'이라 하는 텃밭을 만들었다. 뒤뜰에는 집에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었다. 여름에는 마루의 뒷문과 앞문을 열어놓으면 뒤뜰에 채소밭에서 나오는 시원한 공기가 뜨거운 열기가 넘치는 마당을 향해 마루를 지나간다. 공기 대류 현상을 이용한 지혜가 엿보인다. 그때는 선풍기 없이도 더위를 이길 수가 있었다. 겨울은 뒷문을 닫아버리면 마당의 따듯한 공기가 집안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이곳 제주 민속촌에서 관람하는 제주의 전통 가옥을 보면서 제주 사람의 과학적인 사고와 실용주의 정신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는 제주가 섬이라는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근세를 거쳐 근대까지 이어오는 과정까지 지리적인 환경 요인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열도, 그리고 한반도의 틈바구니에 선진문화를 내륙보다 더 빨리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곳에서 촬영했던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이 말해주듯이 한양에서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유배를 제주에 오면서도 많은 신지식을 전했을 것이다. 이런 제주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제주 정신을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민속촌이다.

이곳에서 제주 사람의 삶을 더 알고 싶으면 제주의 전통 마을을 다 돌고 난 다음 꼭 토속 신앙촌에 들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곳에는 제주사람들의 척박한 제주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삶의 심성을 느낄 수가 있다.

제주도의 풍속과 풍토로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그렇게 불교와 민간신앙이 공존하는 특이한 형태의 신앙 모습이 전해온다. 그래서 제주에는 마을마다 영험한 기운이 넘치는 터나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할망신을 모신 신당이 많다. 가난한 제주 사람들은 부처님께 올릴 시주 돈이 없어 절에 갈 형편이 못됐다. 그러다 보면 절보다 찾기 쉬운 할망당을 찾게 되었다. 제주의 할망당을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여기에서나마 심방집과 포제단, 해신당, 미륵당,본향당, 점집 등을 들려 이 순간만이라도 제주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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