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문학을 통해 우리에 뒤안길을 뒤돌아보는 시간"
상태바
"그림의 문학을 통해 우리에 뒤안길을 뒤돌아보는 시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0.21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금갤러리 저지예술인마을 입주 작가 김원구 초대 개인전
길 위에서 17 I 72x92cm I Watercolor on Paper
길 위에서 17 I 72x92cm I Watercolor on Paper

길은 태곳적에도 있었다. 태고에서 시작된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곳을 걸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 길에는 많은 사람이 애환이 서려 있다. 그리고 옛사람들이 걷던 그 길 위에는 그들의 삶에 지혜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원구는 그림의 언어로 그 모든 것을 채집해놓고 있었다. 지금까지 일상 속에서 남들의 시선에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길 위에서 만났던 풍경과 인물 등을 통해 우리와 함께 그림의 문학을 통해 우리에 뒤안길을 뒤돌아보기 위한 '2019 버금갤러리 김원구 초대 개인전'이 서귀포시 버금갤러리에서 지난 3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현재 한국수채화협회 제주도지회장과 한국미협 제주도지회, 제주수채화 협회 저지예술인마을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구 작가는 이번 초대 개인전에는 일상의 풍경과 인물 등의 수채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원구 초대전을 찾은 전시장에는 입구부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길을 만나고 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길은 우리가 가고자 한 어떤 목적지를 향해있다. 미지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불안하지만, 용기가 필요하다. 길의 시작은 아름다운 꽃길이고 낭만이 넘칠 수도 있지만, 조그만 더 들어가면서부터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면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여기저기 어디로 갈까. 잘 다듬어진 길에 들어서면 끝날 때쯤의 그 모습과 원시림이 우거진 곳에서는 가시밭과 앞을 보지 못할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때론 잘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바닷가로 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은 더 큰 지혜를 터득하고 여럿 갈래 길을 뚫고 나온 아름다운 모습에서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인간의 걸어가는 과정을 일상의 풍경을 빌려 그들의 어떤 길에서 무엇을 보고 걸었는가를 그림 언어로서 김원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가 보일듯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하늘레기' 이어 봄꽃, 여름꽃, 다음으로 풍경과 인물로 마무리하고 있다.    

전시된 김원구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아름다운 감성과 시선으로 심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물감의 농도 따라 변화를 즐기고 있었다. 눈부시도록 화려한 색상이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휘날릴 것만 같은 살아있는 생동감 넘치는 생생한 수국과 야생화의 향연은 누구나 이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탄성이 절로 날듯하다.

이번 작품 하나하나에는 서로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지만, 전시된 작품 모두를 하나의 파노라마로 이어나가면 우리가 보지 못한 작가의 세계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로 '인간의 도(道)'를 담고 있는 듯했다. 전시공간의 첫 시작은 작품 '하늘레기1'를 입장하는 관객에게 처음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으로 들어설 때부터 '하늘레기1'로부터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 하늘레기는 하늘타기의 제주 방언이다. 하늘레기 줄기는 제주 밭이나 산자락에서 방풍림이나 잡목이 우거진 가지를 타고 다른 덩굴식물과 치열한 경쟁 속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타원형으로 노랗게 익어가는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특히 하늘레기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잘 견디는 민초들의 삶과 유사하다. 김원구가 보는 민초의 삶도 하늘레기로 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작품 '5월'과 '6월'은 감상하는 내내 서로 대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5월은 약간 부족한 듯이 야산에 핀 철쭉의 모습, 6월은 사람의 손길로 잘 가꾸어진 풍성한 수국, 마치 서로 다른 조건 속에 자라는 두 꽃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라는 듯이 화두를 받은 느낌이었다. 이어 펼쳐진 작품 '마음의 풍경'은 작가의 이상향을 그린 것 같았다. 야생화 뒤로 자란 소나무와 신선이 살 것 같은 야산. 그 옆으로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린 길. 이상향을 향해 작가는 무려 수십 편의 작품 '길 위에서'를 완성하였다. 작품전시 공간도 잡초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삶을 하늘레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고, 이상향을 향해 수많은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 결국에는 사람이 태어나 수많은 길을 돌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황혼이 물들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어떤 길을 걸었느냐에 따라 얼굴 모습도 그의 뒤안길을 닮았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