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건립된 '해녀박물관'… 옛 제주 해녀·여성들의 삶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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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건립된 '해녀박물관'… 옛 제주 해녀·여성들의 삶을 조명
  • 제주관광신문
  • 승인 2019.11.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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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철주 군수와 출장 가는 승용차 안에서 해녀 문화의 실체가 태동한다. 갑자기 "이과장, 해녀박물관 건립하는 국비 예산이 이수꽈?" "예, 어촌민속관건립사업 과목이 있습니다"하고 대답을 했다. 그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하고 여운을 남긴다. 해녀 문화, 어촌민속, 해양유물 등 해양문화 박물관을 만들자는 주문이다. "예, 당장 계획을 수립해서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신 군수는 "문화가 지방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는 것이 평소 가진 소신이었다. 제주가 삼다의 섬이라서 북제주군에 삼다를 상징하는 문화의 흔적을 만들자는 뜻이다. 삼다는 여자, 바람, 돌을 상징한다.  바람은 행원리에 풍력이 있고,  돌은 돌문화공원 사업을 시작하고 있고, 여자는 해녀를 포함한 여성 역사관을 짓는다면 명실상부한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북제주군을 만들겠다고 담담히 얘기해준다. 필자는 기필코 신 군수 뜻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검토 결과 어촌민속전시관건립사업 연차별 계획에 제주시가 신청된 상태였다. 제주시 김태환 시장이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다. 북제주군 해녀 항일기념탑이 있는 곳에 해녀문화 등 해양문화를 담은 어촌민속전시관건립계획을 제주도에 건의했지만, 제주시와 협의하라는 통보다. 이런 와중에 북제주군 지역 출신인 김태환 시장이 해녀 문화를 주제로 한 어촌민속관은 해녀 항일기념탑이 있는 곳에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승적 양보를 해준 덕분에 사업을 추진하는데 탄력이 붙었다.

한고비를 넘기자 국비 예산확보가 절벽처럼 버티고 있었다. 신 군수는 해녀 문화를 포함한 여성 역사관도 함께 검토하자는 주문이다. 제주도 관련과와 예산확보방안을 절충하다가 수포가 되고 어촌민속전시관만을 짓기로 하였다. 결국에는 어촌민속전시관 사업비는 국비 30억, 도비 15억, 군비는 15억 이상 투입하여야 할인지는 모르지만 국비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 군수는 국회로 기획예산처로, 필자는 해양수산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기획예산처에서 문제예산으로 분류돼 탈락했다. 하지만 문제예산은 다시 한번 예산 신청을 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2001년 10월 무렵 당시 청와대 이기호 수석에게 예산 편성 결과를 확인해 줄 것을 신 군수가 부탁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메아리는 북제주군이 문제예산 신청이 안 됐다는 것이다. 필자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 신청했다는 해양수산부 담당 사무관은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이 된 상태이다. 문제예산 신청과정에 부산시 기장군으로 바꿔치기한 것을 확인했다.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제주 출신 전승규 차관이 바뀐 탓도 있다고 본다. 그때 심정은 제주라는 지역이 중앙에서 어떤 존재일까. 필자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으로 멍했다. 역시 지역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제주 출신 인재가 중앙부처 곳곳에 근무한다면 이런 예산전쟁은 벌일 필요가 없는데 하고 회한이 비행기와 함께 차오른다.

신군수에게  기획예산처를 움직여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어떠한 대책도 없다는 출장 결과를 보고했다. 신 군수는 단호하게 군비로 이 사업을 추진하자고 하면서 답답하셨던지 돌 문화박물관 현장에 다녀오겠다고 나가셨다.

그런데 신 군수께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의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 군수는 기획예산처 김병일 차관이 필요한 예산이 없느냐는 안부 전화가 왔다고 한다. 마침 어촌민속전시관 예산 신청과정을 설명했고, 그 상황을 듣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이렇게 환희와 실망이 롤러코스터처럼 교차하는 긴 하루가 서쪽에 기대선 채 웃고 있었다. 역시 진인사대천명이란 소신 앞에 어촌민속전시관 예산을 확보하였다. 필자는 하루는 "군수님 어떻게 중앙 인맥을 관리하는 비결이 무엇입니까"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 답은 단순했다. 때로는 중앙 공무원은 좌천을 당할 경우가 있는데 그때 신의를 지키고 끈끈한 관심과 응원을 보낸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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