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제주도에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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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제주도에 설립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1.2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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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건축 양식을 접목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 설계
한국전통공법과 의장으로 만들어진 담장이 현대와 조선 시대의 조합을 연출한 모습.
한국전통공법과 의장으로 만들어진 담장이 현대와 조선 시대의 조합을 연출한 모습.

산방산에서 만들어진 거센 바람이 탑으로 불어 닥친다. 그러나 탑은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이 바위에 홀로선 푸른 소나무처럼 삼매에 들었다. '본래 너의 면목이 무엇이냐? 그리고 어디로 가느냐?' 화두를 들고 상념에 상념으로 이어진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에게 본래 참 나를 찾으라는 듯 서귀포시 상천, 한라산 기슭에 '본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본태박물관은 '본태(本態)'의 의미는 본래의 형태, 즉 문자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한 뜻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이런 인류 문화적 소산에 담긴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제주도에 박물관이 설립됐다.

본태 박물관은 건축물 자체가 미술품이다. 한라산 서남쪽 기슭에 산방산을 마주하며 서 있는 박물관은 한국에 자연과 인간이 일대일 전통조경방식에 현대건축 양식을 접목하여 제주의 자연을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산방산에서 보면 숲에 작은 탑처럼 보일 뿐이다.

이는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당대 최고의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졌다. 그는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를 고민하여 박물관 설계를 진행하였고, 그가 추구하는 노출 콘크리트에 자연의 숨결과 따뜻한 색감을 지닌 한국전통 공예품을 담아 담백한 목조건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안도 타다오는 근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영향을 받아 그의 작품과 유사한 면이 곳곳에 보인다. 본태박물관의 독특한 경치와 경계에서도 안도 특유의 프레임을 통한 자연 보기가 나타난다. 그의 건축에서 물과 빛·노출 콘크리트의 건축가로 불리며 완벽한 기하학 구조가 절묘하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평온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낸다. 

본태박물관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부터 감상은 시작된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관람객에게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는 듯이 입구가 미로같이 길을 안내한다. 그 길은 안도 타다오가 자신의 미술품을 보려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깊은 명상 속에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홍보담당자가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본태박물관의 연혁을 들으며 제일 먼저 2관으로 들어갔다.

깊은 처마 아래로 높은 홀과 주 전시실이 연결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높이의 볼륨감이 강조되었다. 1층에는 팝 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 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등의 전시되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백남준을 비롯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현대미술품이 관람자의 마음을 황홀감에 빠져들게 한다.

이곳에서 눈높이로 펼쳐지는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과 모슬봉, 단산의 풍경에 전혀 눈이 거슬리지 않는 L자형 평면에 두 개의 닮은 형상 평면의 병립으로 시설 전체의 공통의 리듬에 긴장감 속에 조화로움이 인상적이다.

2층 실내 다리를 지나 미로와 같은 좁은 통로를 통해 안도 타다오의 명상실로 이어진다.

2관에서 1관 진입로에 들어서면 콘크리트 구조물건 중앙에 한국전통공법과 의장으로 만들어진 담장이 현대와 조선 시대의 조합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현대와 전통예술의 만남이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리듯 하다.

제1관은 한국 전통공예품 전시공간이다. 2층부터 1층까지 한 획으로 이루어져 복도 없이 한 공간이 차례대로 펼쳐지는 소박하고 인간적인 공간이다.

다양한 소반과 목가구, 보자기 등을 전시하여 화려함과 소박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통수공예품에서 우리 민족에 아름다운 미를 감상할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공간에 설치 된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 작품.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공간에 설치 된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 작품.

이어지는 3관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공간으로 대표작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과 한 점의 야요이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목상여 사진.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목상여 사진.

4관에는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꽃상여와 꼭두의 미학' 전을 만나는 신선함이 있다. 상여와 관련 부속품인 꼭두와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는 상여의 모습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옆으로 이어지는 불교 미술관 여행으로 관람은 마무리된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4관에서 나오니 눈부신 자연광이 눈을 부시게 한다. 전시관과 전시관이 틈으로 보여 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의 만남, 그 속에서 우리에 본래 면목, 즉 참 나를 찾는 공간이 되기를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본태 박물관 설립자의 큰 뜻이 숨어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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