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올레' 제주 불교 순례길, 유배의 길과 만나다
상태바
'오라올레' 제주 불교 순례길, 유배의 길과 만나다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5.16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다와 한라산을 잇는 길을 찾아 1

[편집자 주]제주의 길은 바다에서 출발하여 중산간을 거쳐 한라산 백록담을 향해 한질과 올레, 그리고 모세혈관처럼 가늘게 난 오솔길로 한라산 백록담까지 이어졌다. 한질은 제주도 한 바퀴를 도는 일주도로였다. 그래서 제주의 한질은 올레뿐만 아니라 산길, 마을 길, 모든 길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한질을 중심으로 바다와 한라산을 잇는 길을 따라 함께 걷기 위해 두차례 길을 찾아 나선다. 

한라산 백록담을 향해 한질과 올레, 그리고 모세혈관처럼 가늘게 난 오솔길이 한라산 백록담까지 이어졌다.

오라올레의 시작은 최익현 선생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고종 12년 을해년 봄에 최익현 선생은 귀양살이에서 풀려난다. 그는 귀양살이에서 풀려나자마자 등산 채비를 하고 한라산을 향해 떠난다. 제주 성 남문에서 출발하여 오라동 고지래 마을 터 입구를 거쳐 방선문을 지나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그 후 100년이 훨씬 지난 후 면암 최익현 선생을 흠모하던 한 젊은이가 그가 지나갔던 그 길을 찾아냈다. 최익현 선생의 지나갔던 그 길 위에는 옛 선인들의 풍류와 그들이 추구했던 삶이 배어 있고, 제주민초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양식을 찾아다녔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해방되기를 소원하며 신령스런 한라 산신을 의지하기 위해 한라산에 기도터도 만들었다.
한라산 골짜기 바위마다 일 년 사시사철 촛불과 향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는다. 그런 간절함을 갖고 많은 제주 사람은 이 길을 지나갔고, 오늘도 지나간다. 선비에게는 풍류, 민초들에게는 한이 서려있는 이 길을 찾아낸 그 젊은이는 그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제주불교성지순례 지계의 길'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이미 오라올레가 지나가고 최익현 선생이 한라산을 올라가기 위해 잠시 쉬고 갔던 방선문으로 이어지는 제주유배의 길도 만들어 졌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은 걷기에 가장 좋은 길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동 도령모루동산 아래 관음정사에서 제주불교성지순례 지계의 길이 출발한다. 오라동 마을뒷길을 따라 걷다가 오라초등학교를 지나 한내천의 고지교에 다다르면 오라올레와 마주친다. 여기부터가 오라올레의 출발점이다. 한내는 한라산 용진각에서 발원하여 21km를 거쳐 용연바다로 흘러가는 길목에 있다.

아무 곳을 향해 절을 해도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곳.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물굽이마다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주불자들에게는 한라산 자락 구석구석에는 부처님이 없는 곳이 없다.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라산 자체가 도량이 된다. 그래서 아무 곳을 향해 절을 해도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두 분류로 걷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하나는 운동과 힐링을 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선조들의 살았던 삶의 흔적을 느끼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기 위한 구도의 마음으로 걷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다. 오라 올레가 시작되는 고지교는 예전에 고지래 마을이 있었던 곳으로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폐허가 되어 잃어버린 마을이 있는 곳이다.
고지래 마을의 유래는 성안에서 볼 때는 높은 곳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으로 한천이 아름답고, 냇가 양옆으로 울창하게 숲이 펼쳐지면서 기암괴석이 나한처럼 버티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한천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옛 시인 묵계들이 한천을 따라 방선문까지 철쭉의 피는 시절에는 봄놀이를 즐기던 그런 곳으로 유명했다.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옛 시인 묵계들이 한천을 따라 봄놀이를 즐기던 곳.

면암 최익현은 홍선대원군의 실정을 상소하였다가 제주까지 유배 왔던 조선 말기 대표적인 학자이며 항일투사였던 분이다.
최익현 선생은 유배지에서 풀려 제주를 떠나기 전 한라산을 올랐다. 최익현 선생은 이 길을 지나 관음사를 거쳐 한라산 등정을 했다. 그러므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분의 발자취도 함께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최익현 선생은 말을 타고 남문통을 출발하여 서사라를 거쳐 오라동 한내에 도착했다. 다시 100년이 지난 그 자리에서 그분을 만난다.
하지만 최익현 선생이 지나갔던 이 길은 이미 산업화로 아스팔트와 고층의 건물들로 옛 정취는 모두 사라져버려 아쉬움이 더한다. 그러나 한내로 난 오라 올레로 들어서면 길에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옛 선인이 다녔던 그 길을 걷기 위해 오색빛깔 등산복 차림으로 밀려드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가 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원시림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듯이 도심 속에 빼어난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다음호에 계속)

<한기완 기자/hankiwan@hanmai.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