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숲에서 피톤치드 즐기며 흑염소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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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서 피톤치드 즐기며 흑염소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곳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2.0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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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마리의 흑염소가 3000마리 관광 목장으로 발전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고이 오름 편백나무 숲길 모습.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고이 오름 편백나무 숲길 모습.

지쳐있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쉼표 같은 목장. 도시에서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제주토종흑염소 목장이 서귀포시 남원 한남리에 있다.

제주토종흑염소 목장을 창업한 권송덕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 숨 가쁘게 세계를 향해 뛰다 잠시 멈추었을 때는 이미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삶을 포기에 이르렀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13년 전 남원 한남리 이곳으로 들어왔다. 건강을 추스르기 위해 무작정 라디오 한 대를 들고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흑염소 이야기를 듣고 제주 토종 흑염소 13마리를 사서 이곳에서 사육하게 되었다. 주변 편벽나무 숲이 우거진 고이 오름을 주변으로 터를 잡은 권 대표는 목장을 일구기 시작한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세계 36개 나라에서 천연대리석을 수입하여 탄탄대로 사업을 펼치다가 건강이 악화하여 사업을 청산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들어올 때는 모든 사람이 걱정과 반대도 많았었다. 하지만 그는 삶마저 포기한 상태에서 13마리의 흑염소를 의지하며 이 자리에 정착했다.

처음 이곳은 워낙 외딴곳이라서 전기는 물론 시설도 없었다. 초창기에는 촛불을 켜고 생활하고 돈네코에서 물을 길어올 정도로 열악했다. 목장에 필요한 축사 및 여러 시설들을 만들기 위해 공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기술을 배웠다. 그러면서 염소들이 머물 축사도 짓고, 가족들이 살집도 만들면서 흑염소 목장의 큰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밤낮없이 목장을 가꾸기에 열중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꿈에 그리던 목장의 모습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3~4년이 지나면서 목장이 아름답고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흑염소가 아닌 귀여운 하얀염소도 볼 수 있다.
흑염소가 아닌 귀여운 하얀염소도 볼 수 있다.

고이 오름의 부드러운 능선과 편백나무 숲, 그리고 야생식물로 가득 차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토종흑염소 목장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 온다.

고이 오름의 편백 숲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목장의 능선에서 귀염둥이 흑염소들과 어울리다 보면 일상의 잡념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지고 이미 대자연의 품속에서 동화되어 마음이 편안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유익한 자연학습 체험장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부부에게는 정겨운 데이트 코스로, 어르신들에게는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로 제주토종흑염소 목장은 목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추억이 넘쳐난다.

6만여 평 부지에 다양한 자연생태체험장 안내 표지판.
6만여 평 부지에 다양한 자연생태체험장 안내 표지판.

제주토종흑염소 목장은 그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자연이 잘 보존돼있다. 제주에서는 6만여 평 부지에 처음으로 자연생태체험을 표방하여 목장이 모든 것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목장이다. 이곳에는 흑염소와 일반 염소가 3000 마리가 생활하고 있으며 시간에 따라 흑염소를 직접 만날 수 있고 먹이를 주면 함께 즐길 수 있다.

편백숲에서 피톤치드를 즐기며 산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이 오름 정상에 오른다. 고이 오름 전망대에 이르면 발아래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한라산과 태평양이 시작되는 서귀포 앞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중산간 지역의 풍력발전기와 한라산에서 걸쳐있는 구름 속에서 솟아난 장관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백미이다.

목장에는 4개의 체험 시설이 있다. 고이 오름 둘레길은 편백숲을 따라 걷는 오름 산책은 제주의 유명한 올레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드넓은 목장과 자연림을 양쪽에 끼고 가고, 숲속 오솔길은 종종걸음으로 원시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 보면 풍광이 아기자기한 멋스러움이 넘치는 자연과 하나가 된다.

흑염소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달려오는 모습.
흑염소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달려오는 모습.

편백숲을 나와 흑염소 먹이 주기 체험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흑염소들과 평소 느껴보지 못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다 보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염소들의 큰 눈망울을 바라보며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염소들의 순수한 눈빛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쌓인다. 

이 밖에도 산뜻하고 싱그러운 화훼류와 수목 공간을 통해 자연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정원 쉼터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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