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평화 예술프로젝트 '섬의 노래' 기획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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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평화 예술프로젝트 '섬의 노래' 기획특별전 개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12.3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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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비극 역사, 평화의 예술로 승화
이원석_징용, 너의 잘못이 아니야_2019_화이버글라스_100_80_230cm
이원석_징용, 너의 잘못이 아니야_2019_화이버글라스_100_80_230cm
천칭야오, M14 Girls and dear Mr. Chiang_130x130cm_Acrylic paint on canvas, 2018
천칭야오, M14 Girls and dear Mr. Chiang_130x130cm_Acrylic paint on canvas, 2018
김운성.김서경_평화의 소녀상_2011_조각설치
김운성.김서경_평화의 소녀상_2011_조각설치

한반도와 중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동아시아에 있다. 이들은 20세기를 지나면서 제국주의와 국가주의에 의한 폭력을 겪은 나라들이다. 동아시아는 21세기 들어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지워지지 않은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작동하고 있는 참혹한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 상처는 가까운 과거 역사라서 지금까지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제주도와 오키나와, 타이완은 전쟁과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과 저항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섬이다. 동질의 역사를 가진 세 섬의 예술가들은 전쟁과 국가폭력의 역사가 만든 망각에 대한 저항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것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며 폭력과 망각에 저항하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섬의 노래'이다. 동아시아 평화 예술 프로젝트 준비위원회는 이것을 '평화의 예술'이라고 부르기를 선언했다.

긴 세월 동안의 억압과 침묵의 강을 건너 치유와 저항의 메시지로 예술 공론의 장을 만들어온 동아시아 평화예술인들은 서로의 뜻을 나누고 넓히기 위하여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어깨를 걸고 함께 나아가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역사의 고통을 딛고 현실의 지평을 열어온 동아시아 예술인들은 우리 공동의 미래를 향한 마음으로 연대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그 일환으로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과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조직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31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과 포지션민제주에서 제주4·3 71주년 기념 동아시아 평화 예술프로젝트 '섬의 노래' 기획특별전을 열고 있다.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 등 동시대 아픔을 가진 섬의 역사를 예술로 이야기하며 연대하는 전시가 이번 제주에서 처음 열리고 있는데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5개국에서 86명의 작가가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주제기획전(섬의 노래)과 특별전 1 표현의 부자유전@제주, 그리고 특별전2. 2019여순평화예술제: 손가락총@제주 등의 3가지 테마 주제로 펼쳐지고 있다.

섬의 연대를 전제로 하는 이번 전시 <EAPAP 2019>는 주제 전 제목을 '섬의 노래'로 했다. 그것은 오키나와 출신의 밴드 BOOM의 노래<시마우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섬의 노래'를 뜻하는 제목에서 보이듯이 오키나와 전쟁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이 노래는 섬의 상처와 고통을 평화메시지로 연결하고 있다. 오키나와전투 이래 지금까지도 오키나와는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대립을 상징하는 장소로서, 평화의 요석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 서사를 가진 이 노래의 제목을 제주와 타이완과의 연대에 대입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의 서사를 도출하는 실마리를 잡기 위함이다.

이 전시의 출품 작가들은 각각의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자신이 마주하는 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 섬의 항쟁과 학살은 물론 한반도와 홍콩, 베트남의 예술가들이 각각의 역사와 현실을 바탕으로 평화의 서사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배나 비행기 없이는 타국으로 갈 수 없는 섬이다. 최근의 홍콩은 민주주의 의제로 인해 고립무원의 섬과 같은 위치에 있다. 베트남 예술가들도 표현의 자유라는 면에서 더 많은 자유와 연대를 원하고 있다.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모든 나라, 지역, 도시의 예술가들은 섬의 노래를 통하여 고립을 넘어 연결을 원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개별의 나라, 지역, 도시의 문제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의 고리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연대의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연례행사로 개최하여 동아시아 평화예술 네트워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전시는 두 개의 특별전을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그 하나는 <표현의 부자유전@제주>이며, 다른 하나는 '2019 여순평화예술제 : 손가락총'의 제주 순회전이다. 이 두 전시를 통하여 EAPAP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도시와 나라 단위로 나뉘어 있는 동아시아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연결해보는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다. 올여름 일본 열도와 동아시아를 들끓게 했던 일본 정부의 예술 탄압에 다시 주목하고 70년 전에 한반도의 여수와 순천에서 냉전의 출발을 보였던 여순 항쟁을 재조명함으로써 EAPAP의 평화 의제는 더욱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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