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람·여자 등 추상적이던 개념을 유형화시킨 미로
상태바
돌·바람·여자 등 추상적이던 개념을 유형화시킨 미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1.05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없이 가야 하는 인생길은 발로 뛰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메이즈랜드 돌미로와 바람미로, 여자미로 3가지 테마 미로 전경 사진.
메이즈랜드 돌미로와 바람미로, 여자미로 3가지 테마 미로 전경 사진.

일상의 수고도 덜고 복잡한 생각도 정리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열심히 달리고 온 인생길.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지와 자극을 받는다. 먼바다에서부터 시간은 다시 시작된다. 절망은 희망을 불러오고 빛과 함께 새로운 출발의 시작은 여행에서부터일 것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 기슭 아래 자연을 감상하고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기쁜 휴식을 얻고 그들의 절절한 염원의 에너지를 담고 갈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미로공원 메이즈랜드가 제주시 구좌읍에 있다.

돌과 바람,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것은 고난의 상징이며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제주인의 강인한 정신을 말한다. 그리고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다는 삼무는 순박하게 살아가면서 질서가 있고, 가난과 곤경에 부딪혀도 자주·자조·자강하면서 자력적인 요소와 서로 믿고 도우며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을 말한다. 메이즈랜드는 이런 제주 사람들의 정신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야기하고 마음에 남루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미로로 형상화하여 조성된 세계최대 미로테마파크 이다.

메이즈랜드에는 돌미로와 바람미로, 여자미로의 3가지 테마 미로를 통해 여행자에게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여정의 출발점은 바람미로로부터 시작된다. 바람미로로 들어서면 태풍의 회오리 모양으로 조성된 미로에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측백나무로 총 길이 1,355m를 조성하였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바닷가 작은 마을까지 제주 섬, 전체에게 공평하게 부는 것은 바람이다. 제주는 이렇듯 바람의 섬이다. 그 덕에 제주에는 제주만이 특별한 것들이 많다. 메이즈랜드를 창업한 이동한 대표는 제주의 바람에 주목하고 이곳에 찾는 사람들이 미로를 찾아가는 동안 바람을 이겨낸 옛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얻어가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바람미로에서 나오면 여자미로가 여행객을 맞는다. 물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해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산다화와 랠란타로 1,461m를 조성하여 제주 여인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보는 듯하다. 특히, 제주의 강인한 여인의 상징은 아마도 해녀일 것이다. 제주의 해녀는 자연에 관한 고유한 지식체계로써 배려와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제주 여인들의 제주의 혼이고 정신이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갖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하는 단어, 어머니. 그 제주 어머니의 인생과 바다 이야기를 여자미로에서 생각하며 걷다 보면 내가 그렇게 찾지 못했던 삶의 해답이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덕정 돌하르방을 형상화한 돌미로로 들어서면 규모에 놀란다. 10만여 개 제주 현무암으로 높이 1.8m와 전체 길이 2,381m 조성한 돌 미로에는 더울 때면 물안개가 가득한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로운 길과 불길한 길의 갈림길 모습.
이로운 길과 불길한 길의 갈림길 모습.
마지막 미로를 통과하면 보이는 성취의 종.
마지막 미로를 통과하면 보이는 성취의 종.

미로에 들어서면 마음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꼬불꼬불한 미로를 지나가다 보면 막히면 돌아 나오고, 나오다 막히면 또 들어갔다 돌아 나오는 것이 반복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이 이루어지다 보면 마음도 조급하지만, 미로를 탈출할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런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혜를 발휘한다. 그 지혜는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내 안에 있는 지혜를 스스로 꺼내 쓴 것을 알아차릴 때 이 여행의 행복은 최고조에 이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로를 통과하면 성취의 종을 크게 울리면 여정은 마무리된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만인의 축복 받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메이즈랜드 이동한 대표이사는 "삶의 여정에는 온갖 번뇌와 고통도 있고, 행동에 따라서 이로운 길과 불길한 길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며 "우리는 인간의 삶을 미로의 인생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즈랜드의 탄생은 가장 제주다운 아이템인 현무암으로 아름다운 돌오름, 앞마당에 비자림의 향기를 더하여 제주만이 가진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했다.

마음 졸이며 끝없이 가야 하는 인생길은 발로 뛰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그 때문에 나 자신과의 싸움과도 포기할 수가 없다. 마침내 미로를 모두 통과하면 성취의 종을 울릴 수가 있듯이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지만,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인생의 다음 걸음은 이 기억에서 출발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