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가 경이로움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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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가 경이로움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1.05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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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 있다.
월정리 바다 모습.
월정리 바다 모습.
월정리 해안도로 모습.
월정리 해안도로 모습.

한라산 동북 사면에 있고 매우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평활한 대지를 이루고 있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왔다.

전국에서 구좌 당근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당근 수확이 한창이고 겨울 바다 풍경을 보기 위해 월정리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추운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연인들로 가득하다.

월정리 해변이 유명세를 보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구좌해안도로가 생기고 월정리 해변이 이어지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은 한라산 순상화산체로 주로 점성이 낮은 현무암류로 이루어져 용암동굴이 발달되어 있다. 바다와 접해 있는 북쪽은 약 3km의 거리들 두고 이웃 마을과 경계를 이루며 마치 직삼각형을 세운 것 같은 해변마을이다.

해안은 조개껍질의 백사로 이루어져 농토 대부분이 모래로 덮여 있어 척박한 마을이다.

월정리 해변을 걷기 이전에 먼저 마을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밭담과 마을이 어우러져 한 폭의 평화스럽고 따뜻한 이미지가 넘치는 그림이 펼쳐진다.

이맘때 걷기에는 쌀쌀한 느낌이 들지만, 불편함보다는 드넓은 들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여 마음을 씻는 기분이 든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이어지는 골목길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며 지나간다.

요즘 여행의 트렌드가 여행지에 찍은 사진을 SNS에서 실시간으로 올려서 여행의 감성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유행이다.   

얼마 걷지 않고도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낮으막한 집 사이로 작은 골목들이 아름다운 동화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족히 4~50년은 넘긴 것 같은 집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 반갑고 친숙한 풍경이다. 

어는 집 앞을 지나가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대문 중간에 구멍을 파고 만든 작은 우편함. 지금은 휴대폰이 일상화되어 버린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연애편지라는 것은 낯선 풍경일 수도 있지만, 연애편지를 써봤던 그 시절 청춘이라면 이 앞에서 꽤 기다렸을 것이다. 답장은 언제 오렸나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추억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마을 복지회관 앞을 지나가려니 삼촌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해녀 삼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곳에 살짝 동석했다. 

제주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척박한 땅으로만은 살 수가 없다 보니 대부분 바다에 의지해 사라온 월정리 여자 삼촌들은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배워 운명처럼 해녀가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살기 위해 뛰어든 바다. 온몸을 옥죄는 고무 옷에 무거운 납덩어리를 매달고도 물속으로 들어가면 삼촌들은 더 편안하다고 한다. 삼촌들은 스스로 바다의 딸이라고 부르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바다는 고맙게도 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내주는 평생직장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바다에서 욕심을 부렸다가는 생사를 알 수가 없는 곳이 이기에 그녀들에게 바다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라고 한다.

월정리 해안은 백사장과 점성과 유동성이 낮은 큰 빌레용암이 넓게 펼쳐져 있다. 용암동굴 뿐만 아니라 빌레용암이 굳어질 때 빵처럼 부풀어 올라 용암동산을 만들어낸 튜물러스와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흐른 방향과 평행하게 부풀어 올라 컨베이어벨트처럼 만들어진 프렛셔린지 등의 특이한 지질구조를 여기서 볼 수 있다.

용암동굴 지대는 용암동굴의 함몰에 의해 작은 기복이 발달하여 있다. 이 함몰 된 곳을 제주에서는 '숨골'이라 부르고 지표를 흐르던 물이 지하로 유입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지질 영향으로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외에 월정리 일대에 동굴시추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9년 6월에 새롭게 발견된 남지미동굴이 있다.

제주 바다는 오랜 세월 사람들을 불러들여 살게 했고, 오늘날 먼 데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한쪽을 내준다.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언제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는 바다, 그중에 많은 이야기가 전해오는 월정리에는 몇 해 전 해안도로가 연결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부터이다. 바삐 사느라 지치고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섬 안에 있는 구좌 월정리는 사철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경이로움으로 여행자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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