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안내소 첫 개소…오픈했으나 개점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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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안내소 첫 개소…오픈했으나 개점 휴업
  • 김용덕 기자
  • 승인 2020.01.1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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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제주시 칠성통에 2평 남짓 사무실 마련 - 안내원 완장 낀 여직원 부두 나가 관광객 모집
행인들 "간판보고 뭐하는 곳이냐" 고개 갸우뚱
당시 화객선이 드나들었던 제주부두. 이 곳은 이제 제주~부산, 제주~목포 등 큰 여객선이 드나드는 제주항으로 변모했다.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당시 화객선이 드나들었던 제주부두. 이 곳은 이제 제주~부산, 제주~목포 등 큰 여객선이 드나드는 제주항으로 변모했다.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당시 이동규씨가 구상한 '한라산 안내사업'은 1954년 한라산 입산금지조치가 해제, 당시 제7대 길성운(吉聖運) 제주도지사의 "관광사업을 할 수 있는 도민이 있으면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겠다"는 발표문이 신문 등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에 이른다.

이씨는 비로서 관광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나 두터웠다. 당시 한라산에는 봄이 왔으나 관광제주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한 겨울이었다.

이씨가 구상했던 '전경활용 한라산 안내사업'도 먹구름만 잔뜩 낀 냉혹한 현실이었다. 당시 길성운 도지사의 관광사업을 할 대도민 발표도 헛바퀴였다. 누구하나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1991년 당시 도내 모 일간지에 몸담었던 기자는 제주관광의 창시자인 이동규씨를 직접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1950년대 제주관광의 실체와 자괴감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이씨는 "관광사업을 할 도민조차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내가 계획한 한라산 안내사업도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면서 "관광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관광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전혀 몰랐었다"고 회상했었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이씨의 관광사업 계획구상을 어느정도 눈치챈 당시 신상묵(辛相默)16대 제주도경찰국장은 이씨를 불러 관광사업을 하도록 계속 권유했다.

길성운 제주도시사의 관광시책에 맞아 떨어지고 제주경찰도 한라산 공비소탕에서 벗어나 한라산을 널리 알리는 것이 국내정서에 도움된다는 나름의 필요성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1991년 당시 이동규씨를 취재했던 기자는 이씨로부터 "제주도 당국이 요청하는 민간인 관광사업자가 아닐 뿐 아니라 혼자 관광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못냈다"고 했었다.

당시 신 국장은 이씨에게 비록 경찰관이지만 직접 관광사업을 할 경우 뒷바지는 물론 도의회에다 관관사업 예산 승인 요청까지 해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우선 간판부터 올리고 시작하라고 계속 독려한다.

이씨는 신 국장의 계속적인 권유에 힙입어 제주시 칠성통에 2평 남짓한 외상점포를 얻어 사무실을 마련, '제주관광안내소(濟州觀光案內所)'란 간판을 내걸었다. 그 때가 1955년 4월 10일. 바야흐로 제주관광의 첫 문을 연 것이다.

모두가 관광이 낯설고 어설프기만 할 때. 지나는 행인들은 간판을 보고 "뭐하는 곳이냐"며 교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마디로 낫놓고 'ㄱ'자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직원도 뽑았다. 여직원들은 '제주관광안내원'이란 완장을 팔에 끼게하고 지금의 제주항인 '부두'에 나가 여객선이 입출항할 때 서성거리도록 만들었다.

당시 이씨는 "관광안내원이 우선 관광객들의 눈에 띄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했다.

관광안내소란 간판을 내걸고 문을 연지 4개월이 넘도록 손님(관광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당시 1950년대 초반 제주는 제주해협(濟州海峽)을 넘나든다는 비장한 각오없이는 손쉽게 드나들 수 없는 절해고도(絶海孤島)였다.

제주인들이 이른바 육지부로 나갈 때는 부적을 몸에 지니고 가다 바다에 던지며 무사항해를 빌었던 모험의 뱃길이었기 때문이다.

칠흙의 바다, 배 밑바닥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제주해협의 높은 파도, 이 험한 뱃길을 타고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그나마 출장길의 공무원이나 당시 잔류하고 있었던 모슬포 제1훈련소에 근무하는 아들을 면회오는 부모가 고작이었다. 한마디로 오픈했으나 '開店休業'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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