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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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1.20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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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만남이란 주제가 잘 어울리는 곳
여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논지물 모습.
여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논지물 모습.

푸른 바다의 전설과 수억 년 화산섬의 비밀을 간직한 제주도. 어디를 가든 평화로운 모습과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일상에 지쳐서 떠나고 싶을 때 모두 떠올린다는 아름다운 섬. 겨울 바다의 낭만의 더 아름답다는 겨울 사이로 불러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귀포시 예례동에 발길이 닿았다.

문화와 민속이 살아 숨 쉬는 예례동은 상예1·2동과 하례1·2동으로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다. 통일신라 시대의 유적지인 상예동 적석 시설물 (積石 施設物) 과 숙종 10년(1105)부터 충렬왕 26년(1330)까지 열리(延來·猊來)라 마을 이름을 불러오며 문화 민속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서북쪽으로 보이는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인  군산 모습.
서북쪽으로 보이는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인 군산 모습.

상예2동은 한라산을 병풍 삼아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앞에 있는 군산에는 마을에서 1시간 코스인 산책로와 운동 시설이 개설됐다. 동쪽에는 천혜의 관광지인 중문 관광단지, 대유수렵장, 서쪽으로는 산방산과 송악산, 조각공원이 있어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란 주제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처럼 마을 주변 곳곳에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어 작지만 제주 관광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마을이다.

하예동에는 환해장성과 당포연대 등 역사적 유적과 바닷물을 이용한 담수욕장인 논짓물이 유명하다. 동북쪽으로는 한라산이 자태를 뽐내고 있고 서북쪽으로는 이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인 군산이 늠름하게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남쪽으로는 태평양이 논짓물을 끼고 있어 마을 사람들 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시원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겨울철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귤이 황금빛으로 남아있는 감귤원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서는 감귤 노랗게 익어가는 풍경을 귤림추색이라 한다. 예전에는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듯이 자식 대학 공부 시킬 만큼 큰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여의치가 않다고 한다. 상예동 마을 초입부터 감귤원이 이어지고 있고 풍요로움과 아름다운 경치가 눈을 부시게 한다. 그 길은 마을로 이어지고 마치 감귤 숲 터널을 지나가듯 양옆으로 감귤원이 계속 이어진다. 감귤 따다 잠시 쉬고 있는 삼촌을 만났다. 올해처럼 감귤이 풍작이 되어 비 상품 감귤이 처리하기 곤란할 정도로 흔하디흔한 감귤이지만 여자삼춘에게 감귤 한 알 얻어먹기가 미안해 "귤 팔아 달라"고 했다. 배낭하나 딸랑 메고 가는 나의 행색을 본 농부가 네 속맘을 알아 차렸는지 배낭 가득 공짜로 감귤을 넣어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여자삼춘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소중하게 1년 내내 힘들게 농사지은 감귤을 낯선 이방인에게 나눠주는 모습에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추운 겨울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보이는 해안 길 모습.
추운 겨울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보이는 해안 길 모습.

열리 해안 길은 사계절이 야생화가 이어지는 꽃길이다. 추운 겨울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만발해 있다. 이곳부터가 월평에서 대평 포구까지 이어지는 올레 8코스 열리 해안 길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뷰파인더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작품이 된다. 이곳에서의 사진은 아마추어나 프로가 따로 없는 듯하다. 푸드덕푸드덕 나의 발걸음에 놀란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을수록 다른 생명이 더 평화스러운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겁에 질린 듯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아름다움 해안 절벽 위에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좋은 곳에 을씨년스럽게 건축하다 만 휴양단지가 눈살을 찌푸리는 현장까지 왔다. 처음 이곳에 외자를 유치해 50층짜리 빌딩도 들어선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예례휴양단지가 결국에는 큰 탈이나 지금은 흉물스러운 곳으로 변해버렸다. 이곳 주민들의 마을 인심마저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논짓물에는 겨울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마다 움츠리다가 주변 경관에 흠뻑 취해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바닷가로 들어간다. 논지천은 순 우리말인 '논지물'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해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이라 해 '논지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앞바다에는 돌고래가 놀고 논지물에는 사람들이 멱을 감는다. 겨울이라 그런 풍경을 볼 수는 없지만, 여름에는 다시 한번 더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 나왔다.

예례동 앞바다에는 돌고래가 뛰어노는 바닷가를 끼고 있는 오래된 동네, 서귀포시 예례동에는 골목마다 조성된 감귤원에는 수확을 만끽하는 농부들의 풍요로움이 있어 여전히 멋스러움이 더하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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