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꿈처럼 가슴 떨림이 전해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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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꿈처럼 가슴 떨림이 전해지는 곳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2.0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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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천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생태 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
귤 향과 바다 내음이 가득한 신흥1리 마을회관 전경 모습.
귤 향과 바다 내음이 가득한 신흥1리 마을회관 전경 모습.

겨울이라고 농촌 들녘은 농한기지만, 분주하기는 사시사철 마찬가지. 오늘은 감귤 향과 바다 내음이 가득한 남원읍 신흥1리에 발길이 닿았다.

요즘은 제주의 여행 패턴도 많이 변하고 있다. 기존의 관광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오지 마을에서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발견하고 그것을 SNS에 나만의 여행 후기를 올리면 그곳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명소가 돼 있다. 이는 제주도를 너무 많이 방문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광 패턴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움을 찾는 재미가 제주여행의 또 다른 묘미일 것이다.

동쪽 끝자락에 해안변을 끼고 취락이 형성된 신흥1리는 표선면과 경계를 이루며 해안변이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이다. 화창한 날씨에는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바다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고기잡이 배, 그 위로 태양이 비추면 금빛으로 은은히 출렁이는 파도. 생각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처럼 가슴 떨림이 전해지는 곳이다.

신흥1리는 해안변을 따라 최초로 주민이 정착하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현재 보말동과 방구동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졌다. 송천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생태 경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방구동은 마을 형상이 거북이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길이 난 곳이 모두 거북이 다리나 꼬리, 머리 부위를 통과하여 마치 마을의 지형이 거북이 몸통이 동네를 에워싸고 있는 듯이 예사롭지가 않다. 보말동은 '보말'은 잔돌이라는 뜻과 고둥을 이르는 제주어로 볼 수가 있어 고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올레와 연결된 원앙새 길이 조성되어 숨어있는 여행지로 신흥1리가 새롭게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어업과 감귤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고 마을에서는 농가 소득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을 확산하기 위하여 고망낚시 체험, 귤 수확체험 등 각종 농촌체험장을 개장했다.

신흥1리에는 1780년경에 이씨가 방구동 (신흥리 349번지)에 거주하다가 그 후손이 끊겨 혈연적 유례는 없고 1791년 표선면 토산리에서 경주 김씨가 방구동으로 넘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마을 형성이 됐다. 보말동에는 1835년 속칭 슬디란곳에 김신창 씨라는 사람이 기거하게 되면서 보말동이란 부락이 형성되었다고 전한다. 

본래 이곳은 정의군 서중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온천리, 동의리 일부와 동중면 안좌리, 토산리의 일부를 병합하여 "새로 일어나라"는 뜻으로 신흥리라 하여 제주군에 편입됐다가 1980년 12월 1일 남원 면이 남원읍으로 승격되면서 신흥1리가 되었다.

신흥1리 마을 입구 사진.
신흥1리 마을 입구 사진.
신흥1리 마을 전경 사진.
신흥1리 마을 전경 사진.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에는 숨어 있는 비경이 가득하다. 

신흥1리사무소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2.5km로 올라가면 신흥리와 토산리 경계인 송천에 이른다. 이 곳에는 신흥 1리의 비경 중의 하나인 어위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데서 어위폭포 라고 불리지만 지금은 안전망을 확보해 누구나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1리가 유·무형의 마을 자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흥1리 주민들이 농촌현장포럼에서 선정한 마을 대표 자원이다. 어위폭포에서 다시 직선거리로 650m 정도 내려오면 팽팽물이 나온다. 이 주위를 둘러싼 절벽이 마치 병풍을 친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팽팽'은 병풍의 제주어로 '팽풍'의 변형어이다. 주위 풍광과 어우러진 절벽 사이로 물이 마르지 않고 원앙새가 날아오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을 걷는 것은 하나의 수행에 가깝다. 분명 길가에 세워있는 차량은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인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마을 전체가 고요하기만 하고 길 잃은 고양이가 사람을 보자 슬그머니 줄행랑을 치고 나뭇가지에 둘러앉은 참새들은 시간을 가는 줄 모르게 신이나 있는 듯하다.

걷다 보니 어느새 바다까지 내려왔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고망낚시를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망낚시는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에 바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보말을 잡아 미끼로 바위 구멍에 넣어 낚시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손쉽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사실 신흥1리에는 특별한 곳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들렸던 마을 곳곳에는 숨어있는 비경과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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