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제주다운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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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제주다운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마을로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2.1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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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자연경관과 평화스럽게 펼쳐있는 마을 전경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등, 사진촬영장소로 유명한 제주에서 가장 큰 연하못 모습.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등, 사진촬영장소로 유명한 제주에서 가장 큰 연하못 모습.

정처 없이 나부끼고 바람 따라 비껴가는 듯 낙엽은 아래로 몸을 내려놓는다. 길 없는 길이 어디 있겠는가, 본래 있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에 이치. 그 오랜 길을 찾아 산을 세우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든 마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가 고내봉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로 연꽃으로 유명한 하가리는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작품 활동 최적지 유명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단지 제주에 일상적인 농촌에 불과했던 마을이 지금은 가장 제주다운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해 여행객들뿐 아니라 도민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는 마을이 됐다. 이곳이 유명세가 시작된 것은 더럭분교 교사가 오색빛깔 아름다운 색으로 전체를 새롭게 꾸며놓은 시골 학교가 어느 대기업 광고에 소개되면서부터 알려지게 됐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카페가 생기고 맛집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마을의 유명관광지로 변했다.

고내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하가리 마을 전경.
고내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하가리 마을 전경.

하가리 동쪽은 신엄리 서쪽은 상가리, 남쪽은 한라산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고 북서쪽에는 고내봉이 인접하여 1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해묵은 팽나무, 제주에서 가장 큰 연하못이 있어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등, 사진촬영장소로 유명해졌다. 

마을의 지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남고북저형 지형으로 경사면의 끝자락에 있다. 한라산에서 뻗어 내린 능선이 동산을 이룬 뒤 마을 안쪽으로 오면서 낮아져 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곳에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 한가운데 서 있으면 한라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가운데 연하못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있는 고내봉은 크고 작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어우러져 마치 한 송이 예쁜 연꽃이 피어난 지형을 하고 있다. 오름 봉우리가 마치 한 잎 한 잎 저마다 장엄한 연꽃을 연상케 하는 풍경과 하가리 연하못과의 인연이 궁금할 뿐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만으로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이 심겨 있는 보광사 입구에 난 올레 15코스를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니 안개 낀 한라산 주변으로 펼쳐진 오름 군락과 평화스럽게 펼쳐있는 마을 전경, 수려한 자연경관에 잠시도 눈을 땔 수 없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진한 솔잎 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겨울 철새들도 자기가 살던 곳으로 찾아와 겨울나기를 위한 둥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보광사로 이르는 길에는 제주의 샌 바람이 불어오고 숲속에 곧게 뻗은 나무는 청정한 수행자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니 말굽형 분화구로 보이는 분지 안에 편안하게 누워있는 영혼들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고내봉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올레 15코스와 헤어질 때가 됐다. 애월읍 납읍리에서 시작된 올레 15코스는 고내봉을 걸쳐 고내포구로 이어지는 길이다. 고내봉 정상에서 하가리 쪽 애월농협조합유통센타 옆으로 산책로를 따라 내려왔을 때는 내 앞에 펼쳐진 하가리의 가장 유명한 연하지가 기다린다.

연하지는 제주 제일의 봉천수 연못이다. "이 마을 행인들을 약탈하는 야적 패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신임판관이 이곳을 지나갈 때 습격할 음모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뚝할망은 이를 관가에 알렸다. 이에 관군이 출동해 야적들을 소탕했는데 그 과정에서 '뚝할망'은 야적의 칼에 맞아 죽었다"라는 '뚝할망' 전설이 전해오는 연못이다.

이 연못의 연꽃은 19세기 중엽 제주목사 한응호가 지방 순시 중 이곳에 들러 연꽃잎으로 술을 빚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1976년에는 혹한으로 연꽃이 동사해 없어졌다 다시 2년 후 발아돼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하가리 마을 안에는 아직도 옛 돌담 골목길이 많이 있다.
하가리 마을 안에는 아직도 옛 돌담 골목길이 많이 있다.

하가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마을처럼 시대가 알 수 없는 두 채의 가옥이 제주특별자치도 민속문화재로 등록된 가옥이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마을이다.

이곳은 세상 모든 생명이 다 공존하는 듯 생명의 소리가 요란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마을 분위기에 취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은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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