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大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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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大吉' 하세요
  • 김용덕 기자
  • 승인 2020.02.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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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제주관광신문 편집인
김용덕 제주관광신문 편집인

지난 4일은 '새 철 드는 날'인 봄이 왔다는 입춘(立春)이었다.

이 날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첩(帖)을 대문에 써 붙인다.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밝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다"는 뜻이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도 있다.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뜻이다.

이번 경자년(更子年) 입춘에는 입춘첩 하나 만들어 기둥에 붙이고 아이들과 함께 대자연으로 나가 새봄을 맞으면 어떨까.

대자연 속에서 옛사람들이 불렀던 노래를 듣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김태오 작사, 박태현 작곡의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가 절로 나올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번 입춘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는다. 자연의 순리다. 그 속에서 사는 우리네 삶 또한 그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포함, 동양에서는 해(태양)’를 우주 생명력의 원천으로 간주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시인 황진이는 다음과 같은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란 작품을 남겼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임 오신 밤에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는 이 짧은 시에서 '동짓달 기나긴 밤을 암흑과 절망의 밤이 아니라 사랑하는 임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밤으로 승화'시켰다. 동짓달은 주역의 60괘에서 복괘(復卦)에 해당한다. 복괘는 곤(坤) 아래에 진(震)이 있는 형상이다. 이런 복괘의 형상에서 우리 조상들은 새로운 희망과 도약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비록 양효가 하나뿐이지만 그 하나의 양효를 발판으로 점점 더 많은 양효를 길러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입춘 날 옛사람들은 새 봄의 새 생명들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경축행사를 벌였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춘번자(春幡子) 또는 춘첩자(春帖子)를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행사였다. 지금도 많은 집에서 입춘첩을 대문에 써 붙이곤 한다. 춘번자 또는 춘첩자는 입춘이 되기 전 새봄을 맞이하는 시를 미리 지어 놓았다가 입춘 날에 그것을 종이에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인 것이었다.

춘첩자에 쓰는 연상시(延祥詩)라고 했다. 새 봄의 상서로움을 맞이하는 시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같은 글로 새 봄의 상서로움을 맞이 했다. 서양화가 '모네'는 계절과 빛의 변화에 따라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연작을 많이 남겼다. 클로드 모네의 '봄'은 봄의 색깔들이 모두 담겨있는 듯 보이는 그림이다. 풀밭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여인의 옷 위로 따스한 '빛 망울'이 어른거리는 그림이다. 지금의 절기는 입춘이다. 하지만 아직 봄이라고 느끼기엔 추운 날씨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이 있듯 입춘 무렵에는 반드시 추위가 있다. 날씨는 아직 많이 춥다. 그래도 입춘이다. 모두 큰 행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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