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행사 통해 10~20명 첫 단체관광객 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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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행사 통해 10~20명 첫 단체관광객 내도
  • 김용덕 기자
  • 승인 2020.02.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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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도로 덜컹 거리는 버스에서 먼지 뒤집어 쓰는 '고생관광'
숙박시설 미비 음식은 미제통조림 등 밑반찬 가져와 식사
1958년 이동규가 시내 산지교 앞에 개설한 대한여행사 제주지사. 사진 오른쪽부터 이씨 부인. 이동규 사무실 옆으로 제주도관광안내소. KNA(대한국민항공사)지사 등 관련업소가 나란히 있었다.

1956년 제주도관광안내서를 최초로 만든 이동규는 반라(半裸)의 해녀 사진을 안내 책자에 넣어 큰 곤욕을 치렀다.

당시 '반라의 해녀사진'이 들어간 안내책자를 본 해녀들은 '해녀에 대한 모독'이라며 심하게 항의했다. 경찰에서도 이를 외설물로 간주, 이동규에게 시말서를 내라고 했다.

'당시 이동규는 "본인은 관광객들에게 친절과 성의를 다해 애쓰는 것과 달리 운전기사들은 버스를 거칠게 몰거나 식당에서도 관광객보다 먼저 맛있는 반찬을 먹겠다고 덤비는 판국이었다"라고 회상, 관광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관광 서비스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었던 당시 버스 운전기사들의 억지로 팁을 받아내기 위한 몰상식한 행위는 관광사업 진흥에 찬물이었다.

한마디로 제주관광 이미지를 격하시킨 것이다. 관광객 대상으로 만들어진 안내책자 역시 도민들에게는 한낱 '화제거리'에 불과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일반인보다 공직자나 군부(軍部) 출신의 중산층에 불과, 1년간 내도관광객은 고작 200~300명선에 그쳤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당시 이동규는 내도관광객 유치 증대를 위해 관광안내책자 초판 인쇄물을 들고 1957년 11월 상경, 반도호텔내에 있던 대한여행사(大韓旅行社)를 찾아가 지사(支社) 설립계약을 맺고 단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 제주관광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때만 해도 대한여행사는 지방 지사장들이 기부체납으로 설립된 우리나라의 단 하나밖에 없는 여행사였다.
그렇다면 당시 대한여행사는 어땠을까. 대한여행사는 각 지사에서 납부하는 열차승차권 일부 판매수수료로 운영했다. 각 지사 역시 열차 승차권 판매수수료로 운영했었다.

그러나 당시 대한여행사는 지사가 납부하는 열차 승차권 판매수수료 만으로 명맥을 유지했을 뿐, 각 지역 지사로 관광객을 송객하는 여행 알선이나 모객(募客) 업무는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당시 이동규는 상경해 지사 설립요건이 기부채납금 200만환을 단 10만환으로 인하함과 동시에 관광객 지방송객 계약을 유도해 냈다.

당시 이동규의 이 같은 노력으로 제주관광은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발판이 됐다. 이 때부터 10~20명의 단체관광객이 대한여행사를 통해 제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제주의 연륙교통수단이라곤 배편밖에 없었다. 때문에 제주로 오는 관광객들은 제주해협의 높은 파도 때문에 밤새 배멀미와 구토로 고생해야만 했다.

당시 배가 부두에 도착하면 이동규의 관광안내소 직원들이 배멀미 환자를 등에 업고 내려야 할 정도로 뱃길이 험했다.

대한여행사 제주지사가 설립된 1950년대 제주시에는 2층 기화집이 고작 10채 미만이었다. 일반 민가는 모두 초가였다. 지금처럼 수돗물도 없던 시기였다. 도로 포장도 안돼 모두 비포장도로였다.

이런 상태에서 일반버스를 전세내고 관광안내를 해야만 했다. 관광객들은 비포장도로에서 덜컹거리는 버스 소리와 오래된 버스의 엔진소음 등으로 귀가 멍한 상태에서 관광을 해야만 했다.

관광객들은 "이게 관광이냐"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비포장도로에서 일어나는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쓰며 제주관광의 상황을 온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고생관광'을 해야만 했다.

관광을 안내하는 사람이나 관광객 모두 고생관광에 나선 초기 제주관광은 숙박시설과 음식에서도 준비가 없었다.

숙박시설도 일제때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2층 집들이 더러 있었을 뿐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돼 있었다. 음식 역시 시원치 않아 일부 관광객들은 미제 통조림 등 밑반찬을 가져와 식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말이 '관광'이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 맞는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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