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느림의 미학으로 영혼을 위로받는 동백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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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느림의 미학으로 영혼을 위로받는 동백동산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2.23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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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생식물 250여 종과 각기 다른 다양한 꽃이 서식
제주의 자연을 담은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 힐 동백꽃들이 만발해 있는 모습.
제주의 자연을 담은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 힐 동백꽃들이 만발해 있는 모습.

제주의 자연을 담은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 힐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위치하고 이곳에는 30년 열정과 사랑으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6만여 평 부지에는 가을부터 봄까지 시기를 달리해서 피는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과 6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이한 동백 8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6종은 달콤하고 매혹적인 동백 향기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맞이한다.

동백(冬柏)은 추운 겨울에 피는 꽃이다. 나무 이름에 겨울 동(冬)이 들어갈 정도로 겨울의 의미가 강하다. 이는 만물이 모두 잠든 겨울에 홀로 붉은 꽃을 피우며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듯 언제부터인가 제주 4·3을 상징하는 꽃으로 선정됐다. 이 꽃의 4·3의 상징으로 된 배경에는 강요배 화백의 4·3 연작 시리즈인 '동백꽃 지다. 제주민중항쟁 전시회'의 표지화 및 작품으로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그 작품은 전면에 동백이 통꽃으로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에서 시작되었다. 작품의 좌측 상담부의 원경에 하얀 눈밭에서 토벌대들이 몰려 있고 한 사내가 나대(도끼형 도구)로 도망자의 목을 내리치는 모습과 하얀 눈밭에 흘린 붉은 피가 묘사되었다. 작가는 동백을 당시에 희생당한 제주도민으로 봤다. 그 후 동백은 제주 4·3의 상징 꽃으로 자리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동백을 통해서 수많은 세월 한을 품고 살아온 4·3희생자 가족들의 소원을 풀게 됨으로써 제주도민들에게 해원과 상생의 소중한 가치를 깨우치는 꽃으로 변화했다. 

이런 아픔과 상생의 묻어있는 동백이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구길 모습.
전구길 모습.

겨울이 끝날 무렵 카메리아 힐은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추위가 깊어질수록 하얗고 붉은 수십 여종의 아시아와 유럽 동백꽃이 만발하여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우아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동백꽃이 지면서 만들어진 붉은 꽃길은 차가운 겨울을 잊게 한다. 모든 자연이 잠시 쉬어 가는 겨울, 카멜리아 힐에서 따뜻한 동백의 아름다움이 펼쳐지고 있다.

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난봄 향기가 가득한 남쪽에서 동백꽃으로 추억 만들기가 시작된다. 가을부터 시작하는 동백은 봄까지 이어진다. 겨울철 눈 속에서 피는 붉은 꽃으로 유명한 동백은 예전에는 우리 조상들에게는 친근하고 절조의 상징이었다. 추운 겨울철의 세 친구라 불리는 대나무·소나무·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듯이, 동백꽃은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꽃 때문에 원산지인 동북아시아에서 오래전부터 사랑받았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 전체가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특유의 선명한 붉은색과 어우러져 처연한 느낌을 준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동백꽃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나 깊은 사랑에 비유되곤 했다. 한국에서는 과거에 혼례식 때 동백나무를 대나무와 함께 자기 항아리에 꽂아 부부가 함께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있다. 이런 선연(善緣)의 동백을 테마로 한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카멜리아 힐에서는 사계가 아름답다.

봄에는 강렬한 붉은색을 자랑하는 토종동백은 동백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사라지면 그 뒤로 제주를 상징하는 분홍의 참꽃을 시작으로 보라색의 꽃 잔디와 선홍, 분홍, 흰색 등 100여 종류의 철쭉이 피고 진다. 벚꽃과 튤립 등이 화려하게 카멜리아 힐을 수놓으며 생명의 아름다움이 넘쳐난다.

대온실 수국 터널 모습.
대온실 수국 터널 모습.

카멜리아 힐의 여름은 매혹적인 수국과 함께 시작되어 녹색의 숲으로 우거진다. 곱고 아름다운 수국과 은은한 치자 향, 그리고 영혼을 위로하는 푸른 숲의 생수처럼 시원한 바람이 휴식과 느림의 미학을 선물한다.

동백뿐만 아니라 제주의 자생식물 250여 종과 모양과 색깔과 향기가 각기 다른 다양한 꽃이 서식하고 있는 이곳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제주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되새기며 걷다 보면 새로운 삶의 활력을 느낄 수가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되는 자연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카멜리아 힐의 사랑과 치유의 숲에서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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