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의 세계로 떠나는 새로운 차원의 미각 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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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 세계로 떠나는 새로운 차원의 미각 문화여행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3.2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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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초콜릿을 살펴볼 수 있는 기초미각 문화의 전당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위치한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초콜릿박물관 전경 모습.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위치한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초콜릿박물관 전경 모습.

문뜩,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젊을 때 나의 모든 열정을 받치던 일터에서 은퇴하고 난 후 노년의 꿈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이런 자신의 노년을 화려한 제2의 삶을 사는 초콜릿 박물관 한예석 관장을 만났다. 그녀는 젊은 시절은 외국계 은행에 36년 동안을 일하다가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초콜릿 박물관을 개관하고 더 멋진 삶을 향유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예석 관장이 제주에 둥지를 트기까지는 1978년에서 1979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도 한 관장의 부부는 각자 자기의 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은행에서 새로 바뀌는 컴퓨터 기종에 맞추어 전산프로그램을 다시 짜는 기획을 해야 했고 남편은 '아가들을 위한 모든 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아가방'이라는 메이커를 가지고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이태리, 프랑스, 영국으로 혈혈단신 혼자서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그때 한 관장에게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떤 기업이 창업하여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종업원이든 창업자 자신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조직의 논리, 자본의 논리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자기가 창업한 회사라도 자기는 없다"며 "나중에는 사람이 만들었어도 만든 그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기업이란 거의 없는 법인데 남편은 저렇게 신나서 '아가방' 창업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를 보고 말릴 수가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관장은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와 자랑스럽게, 틈틈이 혼자 만든 사업계획서를 그녀 앞에 내밀었을 때 남편에게 "나도 나의 사업계획서가 있답니다. 나는 우리가 늙은 후 아이들도 다 품에서 떠날 때, 당신에게 호형호제하며 지금은 없으면 못살 것 같이 당신을 반기고 따르는 사람들이 언젠가 제 욕심을 따라 당신을 등질 때, 그동안 추구하던 돈과 사람과 조직에 지치고 곤비하여, 자연이 자연스럽고, 사람의 사람다움이 그리워지는 그때를 위하여 나는 지금부터 조용히 준비할 계획이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언제가 자연 속에서 초콜릿 워크숍을 할 계획은 그때부터 차곡차곡 진행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초콜릿 역사를 알 수 있는 역사관 모습.
초콜릿 역사를 알 수 있는 역사관 모습.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전시관.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전시관.

초콜릿의 전래역사와 유럽을 선두로 변천과 발전을 지속해온 지구상의 모든 초콜릿을 감상할 수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위치한 초콜릿박물관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규모의 초콜릿 전문 박물관이다.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제주 고유의 송이 석으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은 유럽 스타일의 이국적인 고성의 느낌을 주며 1500여 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 위에서 느끼는 아늑함은 내방객들에게 아늑함과 낭만의 서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초콜릿 박물관은 독일 쾰른의 초콜릿 박물관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규모로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개장한 초콜릿과 카카오 전문 박물관이다. 초콜릿의 전래역사와 유럽을 선두로 변천과 발전을 지속해온 지구상의 모든 초콜릿에 대해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초미각 문화의 전당이다. 최고의 품질의 초콜릿이 무엇인지, 대량으로 생산하는 Indusrial 초콜릿과 그 맛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The Real Chocolate Place"(초콜릿 맛의 명소)이다.

이뿐만 아니라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0도 이내, 그중에서도 연중 고온다습한 영대 지역에서 생장하는 작물이고 연간 강우량이 2500mm 이상, 평균기온 섭씨 25도 이상이어야 하는 등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 생육 조건이 갖춰야 잘 자라는 카카오나무가 초콜릿박물관에서 자라고 있다.

노후에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찾아오는 손님과 낮에는 낚시질하고 등산하며 같이 놀아주고, 저녁에는 자신의 빚은 포도주 들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다음날 객이 떠날 때 그의 손에 손주나 아이들 주라며 손수 만든 초콜릿을 쥐여주면서 사는 것. 그래서 그의 아이들이나 손자들에게 늘 인기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초콜릿박물관은 그렇게 한예석 관장의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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