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계곡에 낙천적이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상태바
감산 계곡에 낙천적이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3.21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조화로운 사계절이 아름다운 안덕계곡
감산리 마을의 중심부에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안덕계곡 모습.
감산리 마을의 중심부에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안덕계곡 모습.

안덕면 감산리는 마을의 중심부에 태고의 신비를 자랑하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안덕계곡이 있다. 감산리를 상징하는 안덕 계곡은 평평한 암반들과 맑은 계곡물 사이로 양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안덕계곡은 예로부터 많은 선비가 찾았던 곳이다. 제주에 유배 온 추사 김정희 선생도 이곳을 찾아 절경에 탄복했다고 할 정도로 물과 계곡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원래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졌던 안덕계곡은 이보다 더 상류에 있다. 이곳으로 대평에서 화순으로 이어지는 올레 9코스가 지나간다.

감산천이라고도 불리는 창고천은 전설에 의하면 고려조 목종 10년에 하늘이 울고 땅이 진동하면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이레 만에'군산'이 솟아오르면서 이 일대가 계곡이 패었다고 한다. 이 계곡에 가득 차고 넘치게 시냇물이 암벽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가니 치안치덕(治安治德)한 곳이라는 뜻에서 '안덕'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계곡의 양안은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양쪽 기슭에는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종가시나무, 생달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희귀식물인 담팔수와 상사화 등이 자생하고 있다. 이 밖에도 3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하층 식물인 양치류가 많이 서식,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일 뿐 아니라 상록수림 지대를 형성하고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창고천 일대로 이뤄진 안덕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원시 주거 형태의 하나인 '바위 그늘' 집터가 여러 군데 있어 고고학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역이다. 조선의 명필이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대정으로 유배 왔을 때 이곳 창고천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창고천의 물이 좋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지 그는 편지에서 이곳에서 귀양살이했던 권진응을 부러워하면서 좋은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창고천 산책길 모습.
창고천 산책길 모습.

안덕계곡으로 출발해 창고천 하류를 따라 화순화력발전소 입구로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있다. 안덕계곡 안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기암괴석이 계곡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창고천 주변으로 산책하기 편하게 위험한 곳마다 테크를 깔아 놓아 안전하게 주변을 감상하며 걷기 편안한 산책길이 몇 년 전에 개장했다. 길은 계곡을 비켜나 월라봉 기슭을 따라 농로와 목장이 어우러진 오솔길로 이어진다.

화순화력발전소에서 북쪽 방향으로 700m 정도 올라와 월라봉에서 등산로 입구와 마주하는 창고천 절벽 하단에 하천급류의 계속되는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창고천 바위그늘동굴'이 있다. 이곳의 지형은 감산리에서 월라봉 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창고천작이 화순리에 들어오면서 'S'자형으로 굽이치는데, 이 꺾이는 부분에 바위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논을 개척한 김광종 비석 사진.
논을 개척한 김광종 비석 사진.

창고천변을 따라 난 오솔길이 안덕계곡으로 이어진다. 그 길에서 만나는 한 인물이 있다. 황개천 속칭 도체비비레라는 곳, 양지바른 곳에 '김광종영세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안내자가 없이는 찾기가 힘든 이곳은 화순에서 동쪽으로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심하게 꺾이는 골목으로 500m 들어가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숲길 옆에 있다. 

김광종은 한경면 저지리 사람으로 창고천의 물을 끌어들여 1만여 평의 논을 개척한 사람이다. 그는 황개천의 바위를 뚫고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농업의 개척자로 비용을 오직 자신의 재산으로 마련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전조(田祖)로 모셔 제사를 지내며 지난 1938년 5월 화순리 답회(畓會)가 후손들과 협의, 이곳에 비를 세웠다.

비문의 상단 중앙 부분은 약간 깨어져 떨어졌다. 원래 비석 옆으로 조금 큰 비석은 김광종의 후손들이 앞의 비석을 보완하기 위해 1960년대(?)에 세운 것으로 '通政大夫金公光宗永世不忘碑'라고 되어 있고 한글로 행적을 소개하였다. 이 비석이 있는 곳에서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당시 수로 공사를 했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감산리는 넓은 바다에 접해 있고 또한 여러 오름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4계절 물이 흐르는 감산천, 관광명승지인 안덕계곡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안덕계곡은 나무들과 바위 위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고 넓게 해준다. 조상들의 전통을 보존·계승하고 있는 사람들, 낙천적이고 정이 많은 감산 계곡에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