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별법 개정안 '멀고도 높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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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특별법 개정안 '멀고도 높은 산'
  • 정영훈 기자
  • 승인 2020.05.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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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처리 무산돼 자동폐기 수순
정부·국회·제주출신 국회의원·제주도의회 모두 한통속

4·3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자동폐기됐다.국가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4·3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불법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20대 국회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국회는 지난 20일 오후 본회의를 끝으로 20대 국회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이날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법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 등 무려 100여개의 법안이 상정돼 처리됐다.

그러나 4·3특별법 개정안은 본회의는 커녕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4·3특별법 개정법률안은 2017년 12월 19일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것을 비롯해 총 5건이 발의됐으나, 심사는 2018년 9월 11일과 2019년 4월 1일, 그후 1년 여만인 지난 12일 등 고작 3번이 전부였다.

이번 마지막 임시회에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에서도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서는 등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4·3특별법의 처리를 약속하면서 처리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72주기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실질적인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치권과 국회에도 '4·3 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지원해 나가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피해자 배·보상액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예산 타령'과 '형평성 타령'을 하며 사실상 딴지를 걸었다. 행안부는 배·보상 다른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과 재정 여건 등을 종합 검토해 입법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재부는 막대한 재원 등을 감안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의 '약속'도 깨졌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정치력 부재', 미래통합당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였다.

특히 제주출신 국회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행안부와 기재부의 합의'를 발표하며 미래통합당의 결단만 남았다고 발표했다가 정부부처 합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망신살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과 제주도의원들은 '정부 합의' 해프닝과 관련해 정부당국에 대해 어떠한 비판적 입장도 내놓지 않으면서 '중앙 눈치보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정부와 국회, 제주출신 국회의원, 제주도의원 모두 제도의회가 4·3특별법 개정안 약속을 저버린 셈이다.

4·3특별법 개정안이 결국 자동폐기되도록 모두가 한통속이었다. 21대 국회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4·3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과 불법군사재판 무효화 등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4·3피해자들에게는 멀고도 높은 산으로 밖에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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