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태민안·무사안녕·풍어기원…그 마음담아 세운 제주 神
상태바
국태민안·무사안녕·풍어기원…그 마음담아 세운 제주 神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6.07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박하고 거칠고 볼품 없지만 친숙한 느낌…동자복·서자복
건입동 만수사 터에 있는 동자복 모습.
건입동 만수사 터에 있는 동자복 모습.
용담1동 용연 옆 해륜사 안에 있는 서자복 모습.
용담1동 용연 옆 해륜사 안에 있는 서자복 모습.

제주는 1만8000 신들의 사는 곳이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주 사람들은 많은 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들의 사는 집으로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듯이 많은 신을 모셨던 흔적이 제주에는 흔히 볼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복신 미륵이 제주시에 있다. 복신미륵은 제주성 관덕정을 중심으로 건입동 만수사 터에 동자복과 용담1동 용연 옆 해륜사 안에 서자복이 동·서에서 서로 멀리서 마주 보며 서 있다. 서자복은 옛날 제주성의 서쪽에서 성안을 수호하는 기능을 맡았고 동자복은 '자복신(재물과 복의 신)', '자복미륵', '미륵불', '큰 어른'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돌하르방과 같은 형태의 돌 모자를 쓰고 있으며, 인자하게 내려다보는 눈, 우뚝한 코, 지그시 다문 입, 커다란 귀 등에서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서자복 곁에는 높이 75㎝, 둘레 100㎝가 되는 남근을 상징하는 동자상이 서 있는데, 여기에 걸터앉아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고 있다. 정확한 제작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로 추정하며, 마을을 수호하고 아들 낳기를 바라는 민간신앙과 불교가 결합했음을 알 수가 있다. 동자복은 서자복과 모습이 비슷하나 눈 위에 눈썹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옛날 용궁에 살던 이무기 한 마리가 하늘로 승천하고 싶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가지면 승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용은 한라산으로 들어가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나와 용연 계곡을 통해 무사히 몸을 숨겨 빠져나왔다. 그리고 용연이 끝나는 바닷가에서 승천하려는 순간 산신령께 들키고 말았다. 대노한 한라산 신령은 화살을 쏘아 용을 바다에 떨어뜨렸다. 용은 승천하지 못한 한과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울부짖다가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위로 변한 것이 용두암이다"라는 전설이 내려오는 용두암과 용연 따라 이어지는 곳에 서자복이 있다. 용은 부처님이 있는 법당과 부처님이 법을 설하신 불법을 수호한다는 의미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친근한 동물이다. 그런 용이 제주 바다를 수호하며 해안가를 지키는 모습에서 제주 사람들은 예전부터 불교와 민간신앙이 공존하고 있음을 짐작된다. 

용연은 용이 살았던 연못으로 그 영험함 때문에 예전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도민의 안녕과 편안을 기원했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옛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명소였고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세를 지키고 있다. 마을 해녀와 어부들은 가정과 바다 밭에서의 무사 안녕과 해산물의 풍어 등을 기원하기 위해 마음의 텃밭인 미륵도량 해륜사에 서자복을 모신듯하다.

가람 뒤로 펼쳐있는 용연은 푸른 녹음이 물들어 가고 구름다리 위로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세상사는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세간은 삶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조각배타고 나간 남편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바다 나가 돌아오지 못한 조상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미륵부처 서자복을 세웠다. 제주석에 미래세계 부처님을 세세하게 표현을 하지 않고 간결하고 투박하게 표현하였지만 민초들의 마음만은 서자복미륵 얼굴에 가득하다.

동자복으로 잘 알려진 복신 미륵은 자복(資福), 자복미륵으로 그 형상이 특이할뿐더러 다공질 현무암으로 조성된 석상으로 자식을 얻기 위한 제주사람들이 기자 신앙을 느낄 수 있다. 해륜사에 위치한 서자복과 함께 동자복은 둘 다 달걀 모양의 둥그스름하고 얌전한 얼굴에 벙거지 같은 감투를 써서 할망과 하르방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제주시를 애호하고 있다.

미륵은 석가모니부처님의 뒤를 이어 세상에 출현해 중생을 구제할 부처님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처럼 때가 되면 재림할 재림 불이다. 서자복과 동자복 미륵부처는 제주의 미래를 내다보며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서 천리안으로 세상을 앞질러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세워있는 미륵부처는 보통 투박하고 거칠게 민간인들의 손에 만들어져 볼품이 없지만 무척 친숙한 느낌인 것처럼 서자복과 동자복 역시 제주사람들의 얼굴을 닮아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