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이 살아있는 '미로(maze)문화'의 원조 '김녕미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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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이 살아있는 '미로(maze)문화'의 원조 '김녕미로공원'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8.2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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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미로에서 순간의 선택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미로 문화'의 원조 김녕미로공원 항공 전경 사진.
'미로 문화'의 원조 김녕미로공원 항공 전경 사진.

'인생은 미로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인생길은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의 순간이 연속이다. 크고 작은 선택의 길에서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이런 갈림길에서 선택은 행복과 불행이 교차한다. 이런 삶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김녕미로공원이다.

김녕미로공원은 제주대학교에서 관광학을 가르치던 미국인 더스틴 교수가 정년퇴임 후 제주도에서 보내고자 1983년부터 손수 황무지를 일구고 나무를 심어 1995년에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이다. 나무와 꽃에 관심이 많았던 교수는 강의가 없는 날은 언제나 미로공원 부지에 나무를 가꾸고 꽃도 심으며 김녕미로공원을 조성하였다.

김녕미로공원이 1995년에 정식적으로 문을 열었을 때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전통 미로공원이었다. 그 이후로 제주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로공원이 생겨났지만, 개장 이례 지금까지 4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내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녕미로공원이 유명세가 있는 것은 세계적인 미로 디자이너 에드린 피셔(Adrian Fishan)가 3년여의 노력 끝에 '제주 역사의 기행'을 담아 만들어낸 작품이다. 김녕미로공원의 아이디어는 더스틴 교수의 친구로부터 나왔다. 동료 교수가 1982년 어느 날 외국에 조경잡지에 실린 미로 디자이너 애드린피셔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더스틴 교수에게 제안으로 조성되었다.

1983년부터 1987년에 걸친 디자인 작업 끝에 기본디자인이 완성되고 1987년 11월11일에 첫 랠란디 나무를 산목하였다. 그 후 8년 동안 나무를 가꾸어 1995년 김녕미로공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1997년부터 입장료 1000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미로공원 운영에 들어갔다.

제주역사 기행을 주제로 한 김녕미로공원은 '미로(maze)문화'의 제주토착화를 목적으로 디자인을 제주에 맞게 구성함으로써 제주의 문화 자원화를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에 미로의 외곽선은 제주의 해안선을 상징적으로 옮겨놓아 제주도의 전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여기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주의 독특함을 실감 나게 디자인되었다. 

조랑말, 김녕사굴과 관련된 뱀, 고인돌, 배, 음양 등등의 제주의 대표적인 상징물 들이다. 이런 제주의 문화를 가지고 이방인 더스틴 교수가 김녕미로공원을 만들었다. 

1276년 몽골인들의 말을 제주에 들여와 방목했던 역사적인 사실을 조랑말로 표현하고 1970년대까지 제주에서 행해졌던 샤머니즘, 특히 김녕사굴과 관련된 전설의 뱀의 형상 등을 통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청동기 흔적인 고인돌, 17세기 말에 하멜이 제주도와 한국을 최초로 유럽 사회에 소개한 하멜의 이야기 등을 들었을 때 제주가 동북아의 중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방인 더스틴 교수는 제주도를 대단한 섬으로 보았던 것 같다. 우주의 음양 철학을 동아시아적인 관점에서 표현했고, 김녕미로공원의 미로가 놓인 방향은 실제의 동서남북을 따라 제주도가 위치한 방향과 일치한다.

김녕미로공원은 제주대학교에서 퇴직한 미국인 더스틴 교수가 1983년 손수 땅을 파고, 흙을 날라서 붓고, 나무를 심어 가꾼 공원에는 제주 사람들의 상징물들을 즐비하게 형상화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더스틴 교수가 제주에 왔을 때 처음 본 것은 검은 흙과 검은 돌이었을 것이다. 그 척박한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 사람들의 자연을 이겨내는 삶의 지혜를 봤을 것이다. 그 지혜의 원천은 샤머니즘, 조랑말, 고인돌, 음양 문화 등으로 본 듯하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힘든 현실을 벗어나 더 좋은 세상을 향해 가기 위한 '지혜'의 상징물이다. 제주의 상징물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김녕미로공원은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빌어 미로에서 빠져나가듯 인생의 힘든 미로에서 순간의 선택 중요성을 설립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김녕미로공원 설립자 더스틴 교수는 중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거쳐 제주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대학을 떠난 후에도 항상 지역의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다가 지난 2018년 5월 5일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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