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과 해안이 어우러져 올레길 1코스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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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과 해안이 어우러져 올레길 1코스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19.05.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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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바다, 사람은 예로부터 바다를 동경하고 바다에 의지하여 살아왔다. 바다는 때론 도전에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에 든 사람은 이내 인간의 도리와 엄연함을 알게 된다.
바다에는 어디에든 얽힌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들은 긴 세월을 거치면서 마침내 전설이 된다. 그 전설에 사람들은 지친 가슴에 위안 받고 염원을 담았다. 바다에 염원을 담고 하늘을 받쳐 든 마을 제주시 구좌읍에 종달리가 있다.
진시황 때 일이다. 진시황의 제주도의 지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제주에 고종달을 파견하였다. 제주는 지리적으로 큰 인물이 많이 나와 중국을 괴롭힐 것 같아 미리 예방적인 차원에서 고종달을 시켜 제주의 물길을 끊으라고 했다.
진시황은 제주에 좋은 샘물이 없으면 자연히 인재가 못 나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종달리는 현재의 위치가 아니었다. 현재의 종달리 경내이긴 하지만, 윤드리 오름 앞에 넓은 평지가 있었는데 이곳 대머들에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여기는 토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물징거라는 샘물이 솟아 흐르고 있었다.
고종달이가 종달리에 상륙하여 제일 먼저 종달리 물징거의 수맥을 없애버렸다. 물이 끓어지자 동네 사람들은 물을 찾아 바다 쪽으로 이주하여 지금의 종달리를 이루게 되었다.

끝이 시작되는 동네, 종달리

종달리는 한라산 동쪽 끝 해안가에 위치하여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남쪽에서부터 북쪽 해안까지 이어지는 넓은 모래 해안이 펼쳐있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는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 사시사철 철새들의 좋은 한 철을 보내기에 좋은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된 한라산 봉우리행렬이 동거문오름, 손자봉, 용눈이오름, 은월봉으로 이어지다가 땅끝에 우뚝 솟아있는 지미오름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제주 목의 동쪽 끝 마을, 종처럼 생긴 지미봉 인근에 생긴 마을, 제주의 서쪽 한경면 두모리가 섬의 머리라면 꼬리의 끝부분이라는 데서 유래한 종달리. 사실은 끝은 시작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였을까? 요즘 제주에는 올레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데 올레 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앞에 보이는 말미오름을 돌고 종달리 포구를 경유하는 곳이기에 여기를 지나간 올레꾼들은 가장 제주도적인 풍경을 잊지 못하는 곳일 것이다.
종달리 마을은 고요하다. 훼손되지 않은 원형의 그대로의 좁다란 돌담으로 이루어진 마을 길이 이어진다. 올레 1코스의 종점이면서 2코스가 시작되는 광치기 해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길은 태곳적에도 이었다. 태고에서 시작된 길 위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올레라고 명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길은 원래 올레였다. 염전이었던 곳에는 철새들이 드나드는 갈대숲이 무성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소금을 등에 이고 제주 시내까지 팔려나갈 때의 우리 어머니들은 설움 속에 이 돌담에 기대어 얼마나 울었을까?
또한, 수백 년 동안 떡 버티고 서 있는 돌담 하나하나에도 이 마을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굴곡진 역사의 현장을 함께 했을 것이다. 마을 기슭을 버티고 서 있는 지미 오름에는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구축한 두 개의 진지동굴이 있으나 현재는 폐쇄되었지만, 그때의 아픈 역사에 이어 다시 불어 닥친 4·3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고 이 동네 어른들은 그 시절 아픈 기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지미오름은 넓고 울창한 품으로도 감출 수 없는 슬픈 역사가 강물처럼 지금도 흐른다.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름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올레에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많은 사람이 애환이 서려 있는 종달리 마을 올레를 벗어나니 종달리 포구가 나온다. 포구 앞으로 소가 길게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섬 속에 섬 우도가 자리하고 있고 그 옆으로 성산 일출봉이 긴 세월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종달리 포구 앞으로 하얀 백사장으로 철새들이 날아다니고, 검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흩어져 있어 어느 하나 절경을 이루지 않는 곳이 없다.
포구는 고깃배들로 늘 분주하다. 포구를 떠나는 도항선이 막 닿을 올리고 너른 바다를 향해 떠난다. 앞으로 지나 10분 후면 우도에 도착한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바다로 떠나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그렇게 삶에 풍랑을 헤쳐 나가며 지금까지 이어왔다.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살아서일까? 종달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고요하고 침묵만이 흐른다. 그들은 바다를 벗 삼아 배우며 살아왔을 터 마치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바르게 앉아 수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처럼 소박하면서도 넉넉함으로 나에게는 더 큰 기쁨을 준다.
한 폭의 묵화처럼 펼쳐진 종달리 풍경 속을 거닐다 보면 생애의 기쁨이 사라진 이들이 다시 살아야 할 이유를 얻게 되는 곳이다.         <한기완 기자/hankiwan@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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