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풍광을 그대로 재현한 인공미가 넘치는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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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풍광을 그대로 재현한 인공미가 넘치는 공원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9.1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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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가득
노리매 공원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인 인공호수 전경 사진.
노리매 공원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인 인공호수 전경 사진.

볼수록 새롭고 알수록 매력 넘치는 곳이 제주도이다. 이곳에 제주도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서귀포시 대정읍에 노리매 공원이 있다. 노리매는 순우리말로 자연 속에서 현대적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12년 전에 처음 문을 연 이후에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이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 이는 자연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 속에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매화가 있는 도시형 공원이다. 봄에 피는 수선화, 매화, 목련, 작약, 겨울에 피는 동백과 하귤나무, 녹차나무, 조팝나무 등 다양한 꽃과 나무가 있어 사계절 내내 자연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런 가운데 투박한 제주의 돌과 어우러진 건물은 인공폭포, 인공호수와 함께 인공과 자연의 결합을 통해 현대인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정겨운 제주 특유의 돌담 너머로 시작되는 노리매 공원은 먼저 매화의 꽃에 대한 설명부터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을 안내한다. 

제주의 투박한 돌담과 어우러진 사이로 여름내 푸름을 간직했던 매실나무는 올해도 풍년이었는지 가지마다 축 늘어지고 낙엽이 지고 있고 한쪽에는 겨우살이를 위해 벌써 정전작업이 한창이다. 시간이 빠름을 낙엽수를 보면서 깨닫게 되고 세월이 무상감을 느끼게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이 사랑했던 나무 매화나무 사진.
퇴계 이황 선생이 사랑했던 나무 매화나무 사진.

퇴계 이황 선생이 사랑했던 나무가 매화이다. 그는 평생을 매화라는 단일 소재로 여든다섯 제목(85선)에 118편의 시문을 자필로 자서한 퇴계매회시첩을 남겼다. 이황 선생이 나이 60세에 완공한 도산선원에도 매화 여러 주를 심어 유명한 도산 매원을 이룩했듯이 옛 선현들이 매화의 자태는 선비의 곧은 지조로 즐겨 비유되었다. 이곳 노리매 공원의 위치한 대정읍 관내는 조선시대 때에는 제주의 행정구역인 3현 중에 대정현이 위치했던 곳으로 예로부터 많은 선비와 유배를 왔던 고고한 선비들이 모여 살았기에 그 후손들이 매화 사랑이 노리매공원을 만들어진 듯하다.  

제주는 화산섬이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한라산이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19,000년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 분화구는 끊임없이 용암이 분출된 비교적 젊은 산이다. 한반도 이남에서 가장 너른 품을 가진 뭍 생명의 고장이자 어머니 같은 한라산의 웅장함과 역사의 테마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는 화산 산책길에 들어서면 제주의 화산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눈짐작만으로 알 수 있다. 공원 군데군데 전시해 놓은 화산이 폭발하면 만들어진 화산탄들이 제주에 온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추억이 될 것이다.

인공 섬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건축한 정자와 테우 사진.
인공 섬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건축한 정자와 테우 사진.

노리매 공원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은 인공호수로 보인다. 제주의 흙은 투수성이 좋아 물 저장성이 없다. 그런 땅에 인공 호수를 만들어 주변 환경과 조화시킨 것은 대단한 작품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특히 연못 가운데 인공 섬을 조성하고 그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건축한 정자가 예스럽다.

호수 가운데 있는 노리매 정자는 이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건축학적 가치가 높다. 이 정자는 해담 홍완표 대목장 작품이다. 홍완표 대목장은 1976년 당대 최고의 도편수 조원재 선생의 제자 김명성, 정대기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면서 대목 일을 시작했다. 강릉 보현사, 서울 창덕궁, 양양 낙산사 등 전국 수백 개 사찰의 신축과 개보수 공사에 참여할 정도이다. 그는 2009년 강원도 중요문화재 제21호 대목장으로 선정됐다. 이런 분에 작품을 노리매 공원에서 만나는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큰 행운일 것이다.

노리매 공원은 현대적 감각에 풍요로운 자연에 서정과 빈틈없는 인공의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주의 풍경을 더욱더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도록 인공호수와 인공폭포는 자연의 기품을 한껏 드러내며 주변 정취를 아우른다. 그 가운데 한국전통의 고유한 멋을 대표하는 한옥 정자로 여백의 미를 더하여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제주의 관광지마다 나름의 독특함이 있다. 똑같은 화산탄이라도 어느 지역 어느 곳에 전시되었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느낌과 이미지가 각각이다.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잠시나마 매화꽃 길을 따라 녹차 나무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렇게 많은 것이 있고 그것을 얻어 갈 수 있다는 것에 탄성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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