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한 , '제3회 한진 풍경 전'
상태바
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한 , '제3회 한진 풍경 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10.16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의 공간과 풍경, 그리고 소환된 과거의 기억과 풍경을 표현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멀리 우도를 쳐다보고 관조하며 그린 작품.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멀리 우도를 쳐다보고 관조하며 그린 작품.

남도의 끝자락에 고구마같이 생긴 섬이 바람과 파도에 의해 부유하듯 떠 있다. 돌과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하고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어 '삼무'라 제주의 정신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산의 소리, 바다의 해조음, 한라 들녘을 스치는 바람의 요란함은 몇천 년을 이어오는 동안 제주 사람들의 지혜와 비원이 담긴 아련한 흔적들이 곳곳에 거칠게 새겨져 있다. 이런 흔적들을 한진 작가가 모아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든 '제3회 한진 풍경展'이 '부유하는 섬'을 주제로 지난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제주시 도남동 소재 갤러리 비오톱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 1일부터 29까지는 노형동 갤러리카페-플레이스 꽃섬으로 장소를 이동하여 연장 전시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한진 작가는 2005년 제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여 2009년 제주문예회관에서 제1회 개인전 '동향'전을 개최했고 2019년 서울 서우 갤러리에서 제2회 개인전을 열었다. 

2011년 이중섭미술관에서 길 위의 희망 전을 시작으로 2012년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섬의 무게, 풍토의 시간전(제주청년작가전), 2013년 문화곳간, 쉼에서 local to local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2013년 open to you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2019년 5월 서울 피카디리 국제미술관, '서울의 미술계는 안녕한가'등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유하는 섬'을 본 한진 작가는 어느 날 낯선 거리를 지나 칠 때 건너편 거리에서 신기루 같은 제주의 풍경이 짧은 시간 연상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지금 서 있는 현재의 공간과 풍경 그리고 소환된 과거의 기억과 풍경의 모습들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한 작가가 작업을 준비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다수의 심리적 공간이 존재할 수 있듯 한 사람에게도 다수의 공간이 심리적으로 서로 공존하게 된다"며 "지난날의 환경과 경험들이 내 안에서 서로 혼합되고 경계에 있는 심리 상태를 투영함으로써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해본다"라고 했다. 이어 "가상의 공간과 물리적 공간, 심리적 공간이 한데 묶여 일상을 살아가는 현재의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헤아려보기도 한다"라고 했다.

작가는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멀리 우도를 쳐다보고 관조하고 있다. 섬 속에 섬 우도가 있다.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농사 짓을 땅이 모자라다 보니 대부분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우도 사람들. 그러나 섬에 육지라는 본섬도 삶은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 그곳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외지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작가는 표현하는 듯하다.

노란 밑바탕 색 너머에 피어있는 유채꽃, 그 뒤로 아련히 보이는 제주의 랜드마크처럼 버티고 있는 다랑쉬오름에서 제주의 지난날의 피비린내 나는 아픔을 보는 듯하다.

노란색은 빨강, 파랑과 함께 일차색 중 하나로 다른 색을 섞어서 만들 수 없는 색이라고 한다. 노랑은 밝은색이며, 낙관적이며 유쾌하다. 노란빛은 태양을 상징하고 일반적으로 즐겁고 흥겨운 인상을 주는데 주황과 빨강과 배색한 노랑은 삶의 환희와 에너지를 표현하지만, 노랑은 다른 색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불안전하다고 한다.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이 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듯 하다.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이 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듯 하다.

작가는 순수한 노랑색을 통해 제주의 현재 시대 상황을 낙관적이고 유쾌한 아름다운 모습처럼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다른 색의 영향을 많이 받는 노랑색에 다른 색을 섞으면서 밝음에서 어둠으로 오버랩하고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 길 위에서 뒤안길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면 4월의 유채꽃 뒤로 70여 년 전 비극의 다랑쉬오름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겪었던 희미한 기억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며, 작가가 말했듯이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이 순간들의 감정과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제주에 옛 정취는 개발의 경제 논리로 파괴되어 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듯하다. 제주 사람들의 떠난 빈 곳. 이 공간은 단순히 빈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고 지붕이 내려앉고 파편들이 여기저기 마구 튀어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결국에는 굴삭기의 요란한 굉음으로 지우개처럼 완전히 깨끗이 지워버린 세상에 새롭게 그려지는 세상을 고발하는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