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紙畵의 독자성을 확립한 제주 출신 김정출 화가

전통 한지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새로운 예술적 가능성 제시

2020-05-22     한기완 기자

한지(韓紙)는 한국에서 전통방식으로 손으로 뜬 종이를 말한다. 한지는 현대와 같이 여러 가지 지식전달 매체가 없던 시대에 상당히 중요한 서사 재료였다. 질기고 부드러우며 탄력성과 번짐성, 그리고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를 재료로 하여 작품 활동 하는 미술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작가들 사이에 한지화(韓紙畵)의 독자성 확립과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제주 출신 김정출 화백이 있다. 세종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출 화백은 한지화로 자연의 사실적인 풍경화와 더불어 그의 내면에 침잠한 심상과 감성이 구상적 또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천착해온 김정출 작가는 한지화를 고집하고 있다. 한지 그림이란 일반 수채화나 유화처럼 물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에 초목염료나 화학 염료로 다양한 색깔을 염색한 후 염색된 한지를 찢거나 잘라 붙여서 만든 그림을 말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고유의 한지를 사용하여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켜 새로운 장르의 예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가 한지에 그려놓은 사실적인 나무와 돌, 물 같은 사물은 모두 한지를 자르거나 찢어 놓은 다음 붙여서 완성한 작품으로서 한지의 풍경화는 매우 사실적이며 신인상파 '쇠라'의 그림처럼 병치에 의한 선명한 색체가 눈에 띈다. 이처럼 김 화백의 한지화 특징은 한지만이 갖는 솜털같이 올라오는 '보풀'을 이용한 기다란 섬유질에서 연유한 현상이기도 하다. 찢긴 부분에는 섬유질이 촘촘하게 얽혀 있지만, 바깥쪽으로 갈수록 섬유질의 수가 줄어들면서 점차 투명해져 배경의 색을 다단계의 그러데이션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한지만의 가진 그러데이션 색채 효과를 김 화백의 한지화에 오롯이 담았다.

김정출 화백은 고향 제주를 떠나 40년이 되어간다. 그녀는 고향을 떠났지만, 친구들과는 시시때때로 연락하며 지내다 보니 마음만은 항상 고향에 있다고 하다. 그래서 그녀가 고향을 그리며 '오름·나의 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지난 2008년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에 그녀의 꿈은 제주의 모습을 종이로 그리는 일이었다.    

그녀가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0년 2월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경인 미술관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가지는 동안 자신의 고향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지로 제작한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며 자란 김정출 작가는 제주 자연의 소재에서 벗어나 6번째 개인전에서부터는 제주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참나 모습을 찾는 구도자의 모습처럼 완숙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김정출

2019년 작품 '숲의 소리'에서의 김정출 화백의 말 하고자 한 의미를 느낄 수가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그녀의 오래되고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내고, 그 추억과 현재의 모습을 결합한 미래의 새로운 꿈을 설계하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고향에서 만나는 천지연 폭포수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이 하모니는 그녀의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는데 충분한 소재가 될 것 같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거치고 더 큰 세상에서 우뚝 선, 그녀. 중년에서의 세상을 보는 눈에서 때로는 질풍처럼, 때로는 한가로운 아기의 걸음마처럼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생동감 넘치는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화백의 삶이 그 끝이 어딘 줄 모르고 앞으로만 달리는 그 길에서 새로운 꿈이 궁금해 온다. 

김 화백의 꿈꾸는 삶은 지금보다도 또 다른 삶을 음악으로 확장하여 자신의 남은 삶을 음악과 함께 하고 싶은 꿈과 한지 화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려는 꿈으로 현재 한국한지화협회를 설립 인가를 받아있다.

지난 2월에 열렸던 '제6회 김정출 한지화전' 꿈을 담다에서 그녀의 앞으로 나아갈 그 꿈을 펼쳐놓았다. 한지화의 꿈과 이상에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지화는 다원적인 사상과 조형 의식, 붓 그림 이상의 사실적인 묘사력, 한지만이 갖는 보풀, 즉 찢어진 곳에 나타나는 솜털처럼 기다란 섬유질의 특징을 살려 스푸마토 기법을 이용한다. 미술적 작품과 함께 한지에서 드러난 색채의 시각과 스며든 천연안료의 후각, 악기 형상의 청각이 어우러진 감각이 하모니를 화가 김정출은 꿈꾸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