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한 마리 턱~ 용궁짬뽕'에 식당 안이 '술렁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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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한 마리 턱~ 용궁짬뽕'에 식당 안이 '술렁 술렁'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7.14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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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해수욕장 인근 '수타명가' 박윤현 대표
수타명가의 명품인 대표 메뉴(용궁짬뽕)와 인기 메뉴(크림탕수육) 음식사진.
수타명가의 명품인 대표 메뉴(용궁짬뽕)와 인기 메뉴(크림탕수육) 음식사진.

곽지해수욕장 근처에 자리한 '수타명가'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아준 박윤현 셰프의 한쪽 팔뚝에는 용을 쓰는 문어 한 마리가 단단하게 휘감겨 있었다. 문어를 손질하고 나온 그의 팔뚝은 문어의 빨판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넓은 뚝배기에 문어 한 마리가 올려 진 용궁짬뽕이 나오자 식당 안은 순식간에 웅성댔다. 한 손님은 양해를 구하듯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옆 테이블 음식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대표 메뉴는 용궁짬뽕만이 아니다. 이른 오후였지만 재료가 소진되어 주문할 수 없었던 갈비짬뽕과 고소하고 상큼한 크림탕수육도 인기 메뉴 중 하나이다. 박 셰프는 조만간 야심차게 준비한 랍스타 짬뽕과 계절음식으로 한치 짬뽕도 선보일 예정이다. 
 
"돈 욕심은 없다 일 욕심이 많을 뿐이다"

수타명가 박윤현 대표가 면을 뽑는 모습.
수타명가 박윤현 대표가 면을 뽑는 모습.

수타면을 치는 박윤현 셰프의 표정 또한 여유롭고 유려하다. '수타명가'라는 업장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올해 40세인 그는 벌써 중식업계 경력이 20년이 넘었다. 신안군 비금도 출신으로 가난하고 험했던 어린 시절에 일찍이 육지로 나와 자기 앞길을 헤쳐 오며 살아왔다. 그는 만 14살에 타향살이를 시작해 용접공, 중국집 배달원, 주방 보조 등 앞뒤 안 가리고 일을 해오다 20살에 서울 마포에서 수타면을 처음 배웠다. 수타면을 만지면서 진짜 면을 만지는 '면장'이 되는 꿈과 희망을 찾았다. 그 꿈과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깨 너머로 배우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텼더니 길이 보였다고 한다.   

박윤현씨는 '돈 욕심은 없는데 일 욕심이 많았다'며, 그만큼 일복도 많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한다. 그는 일할 때면 정말 성질이 불같다고 자평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나 직원들이 우스개로 '쌈닭'이라는 둥 더 심한 표현이 많다고 한다.

그가 2011년 처음 중식당 사장이 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오만해지고 손님들의 불만이나 참견 등이 듣기 싫고 일에도 불만이 한없이 쌓였던 적이 있다고 한다. 희한하게 불만이 쌓일수록 음식의 맛도 제대로 나지 않아 결국 큰 실패를 맞은 첫 개업이었다. 몇 년의 시간을 방황하며 마음이 비워지는 순간 다시 음식 맛이 돌아오는 것을 경험했다. 박 셰프는 지금도 당시 가졌던 성공에 대한 오만함을 잊지 않고 셰프로서의 주관과 고집을 지켜내며 그 균형감을 잘 유지해 나가며 사는 것, 삶의 전반에서 그 긴장감을 놓지 않고 살고자 노력한다.

곽지해수욕장 근처에 박윤현대표가 운영하는 수타명가 입구 모습.
곽지해수욕장 근처에 박윤현대표가 운영하는 수타명가 입구 모습.

꾸준히 주변을 돌보고 함께 나누는 세상 꿈꾼다

박 셰프는 개인적으로 힘든 때에 제주에 머리를 식히러 잠시 여행 왔다가 밤길 차창 밖에서 나는 시골냄새에 그만 정착을 하게 된 것이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그사이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셋이다. 많은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다져가며 살게 되었다. 삼도1동에서 개업할 당시 매년 나눔행사를 열고 관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등 그는 자신의 영역에서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주변을 돌보고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껏 거친 숨결을 몰아쉬어 온 만큼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그의 따뜻하고 세찬 심장 박동소리를 느낄 수 있어 듣는 이도 함께 따뜻해진다.   

그는 가끔 갯바위 돌돔 낚시를 즐기는 것이 가장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마라도에서 65cm 돌돔을 낚았을 때 손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6자 돌돔을 잡았던 행운만큼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박 셰프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지금처럼 솔직하고 당당하게 한걸음씩 더 나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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