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빠진 못난 자신을 들여다보는 용기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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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빠진 못난 자신을 들여다보는 용기를 얻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8.0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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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나무 공유 '리틀농장' 브랜드 디렉터 이루미씨

 

강정마을 한 카페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새겨졌다.
강정마을 한 카페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새겨졌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무기력과 우울감이 엄습하다.

  이루미씨는 남편 직장이 제주로 이전하면서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함께 이주한 케이스이다. 4년차를 맞는 그녀의 제주살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물론 그녀도 다른 이주민들처럼 처음 첫해에는 소꿉놀이 하듯이 예쁘고 행복한 제주 생활을 시작했다. 알찬 제주살이를 위해 디자인 회사에도 입사했다.

  당시 입사한 회사에서는 상가 간판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40대 초반인 그녀에게 도시에서 내려온 도도하고 어린 여자 디자이너라는 시선으로 대하거나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집안 어른이 조카 혼내듯이'진행되는 자영업 대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결국 난관에 부딪히며 첫 직장을 그만 두었다.  

  유아용품 브랜드 이미지, 심볼 로고, 패키지 디자인 등 제품 이미지 기획 및 디자인 디렉터로서 경력을 쌓아 왔던 이씨가 관련 산업 기반이 약한 제주에서 적절한 일자리뿐 아니라 시장 조사가 안 되는 점, 자괴감과 단절, 소통 부재, 뒤처짐과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시간들에 맞닥뜨려지며 조급함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무기력과 우울감이 엄습해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스크로 고생하며 심신이 모두 피폐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다시 출구를 찾아… 마음에 당 충전!!!

리틀농장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리틀농장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이루미씨가 최근 입사한 회사에서는 귤나무 공유 '리틀농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틀농장은 소비자들이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나만의 귤나무'를 분양받는다. 한 해 동안 귤나무의 성장을 공유하고 도시와 농촌, 사람 사이가 연결됨으로써 힐링과 위로가 되는 정서적 공간을 꿈꾸는 '마음에 당 충전' 프로젝트이다.

  도시에 있는 리틀농장 회원들은 명찰과 카드가 발급되고 수확된 신선한 귤과 귤로 만든 리틀스낵을 받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만의 귤나무'수확 체험과 리프레쉬 오두막, 리틀회관 이용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특별한 제주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감귤을 말려서 만든 리틀스낵.
감귤을 말려서 만든 리틀스낵.
이루미씨가 디자인한 캐릭터 모음.
이루미씨가 디자인한 캐릭터 모음.

  '리틀농장'프로젝트는 루미씨 본인에게 치유의 시간이 주어져 더 특별하다. 자식들을 대학 보냈다 해서 대학나무라 불렀던 귤나무, 예전 같지 않은 귤 농장과 농촌 살리기에 전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가고 있다.

  육지의 새침한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농촌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과 말투, 행동, 투박하지만 따뜻한 시골의 정서를 느끼며 다시 살게 하는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특히, 부모세대가 일군 귤 농장을 가공식품과 관광이 접목될 수 있도록 도약시키고자 하는 회사 대표의 진정성이 루미씨의 심장을 더 뛰게 한다. 그녀는 동갑내기이면서 같은 디자이너 출신에 취향도 비슷한 회사 대표를 만난 것이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던 자신에게 온 큰 행운이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그녀는 한동안 경력이나 타이틀 같은 거품이 빠지고 온전하게 다가오는  '나', 혹은 '못나기도 한 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배우는 동안 우울감에 몸살을 앓았다. 몸살을 앓고 난 후 그녀는 모든 것이 전과는 다른 태도를 갖게 하고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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