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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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9.0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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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島한 제주 대기고등학교 1회 동기생 강경훈씨와 김용호씨

  지난달 25일에 남원읍 소재 한 펜션에서 제주 대기고등학교 1회 동기생 강경훈씨와 김용호씨를 만났다. 이들은 대학 때부터 서울로 유학을 가서 20년 이상을 타향살이하다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어떤 갈증과 갈망으로 'BACK島'를 결정했는지, 다시 시작한 '제주살이'는 어린 시절과 어떻게 다른지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왜 'BACK島'인가?

창작 뮤지컬 '자비, 벙글으는 소리' 공연에서 열연중인 강경훈씨.
창작 뮤지컬 '자비, 벙글으는 소리' 공연에서 열연중인 강경훈씨.

  강경훈씨(52)는 1987년에 대학 진학 후 줄곧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7년 전 귀농했다. 그는 고향 남원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며 관음사 자비량합창단 활동에 열심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비구니 봉려관 스님의 삶 이야기이자 제주불교 승려의 항일운동 활동을 조명한 창작 뮤지컬 '자비, 벙글으는 소리'공연을 마쳤다.

  그는 막연하게 만 40세가 되면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그에게 '귀향'은 '꿈'하나를 이룬 셈이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갑갑한 아파트 생활 등 서울살이가 그에게는 늘 답답했다. 그는 고향에 와서 노력한 만큼 갖는 게 정당하고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마음 편하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는 현재의 삶에 감사한다.

  '다시 제주살이'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웰빙 그 자체"

대학 동문인 배우 박철민과 기념촬영한 김용호씨.
대학 동문인 배우 박철민과 기념촬영한 김용호씨.

  김용호씨(52)도 서울로 대학 진학한 이후 30여년을 타지에서 생활했다. 3년 전부터 육지와 제주에 노무법인을 두고 제주살이를 겸하고 있다. 그는 철들면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고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해온 상황이 가장 불편했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언젠가는 고향 의귀리에 봉하마을처럼 유기농 과수원을 만들고 싶다. 자신의 고향에 골프장이 더 이상 늘지 않았으면 하고 청정한 자연 환경을 지키며 살고 싶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 치열하고 각박하게 일만 하며 산다면, 제주는 삶의 속도가 느리고 역시 웰빙 생활 그 자체"이라고 '다시 제주살이'의 소회를 밝혔다.

  우리도 '서울 것'이란 소리 듣는다

  올해 52세인 강경훈씨와 김용호씨는 제주와 서울에서 지낸 기간이 대략 반으로 나뉜다. 이들이 고향에 돌아와 주변에서 때때로 '서울 것이라 그렇다', '서울 살다 시골 왔으니 조용히 살아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너 같은 사람들이 지적해야 바뀐다'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이들은 개인의 성향 차이를 넘어 원래 고향에서 살던 친구들과는 교육, 문화, 문제에 대한 시각과 해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분명하게 다른 경험을 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경훈씨는 귀향과 이주민 모두를 포함해 향촌한 사람들을 '열심히 사는 귀촌형, 잠시 은퇴형, 막연한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는 계획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귀촌형'은 상대적으로 지역에 잘 적응한다며, 어떤 태도로 향촌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내 '텃새'라는 게 실제는 서로 간에 모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농귀촌교육에서 일상생활에서 겪는 차이에 대한 사례를 알려주고 상호 간에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모임이나 커뮤니티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김용호씨는 "지금까지 4·3 때문에 늘 역사에 대해 쉬쉬해 왔고, 아픔 때문에 드러내지 못해 왔다"며  "이제는 정치, 환경 등 어떤 분야의 지역 내 문제든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듣는 토론 문화가 확산되어 갈 때 세대, 지역, 신구유입 주민 간에 '열린 사회',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두 사람은 지역의 규모적 협소성, 농작물의 경쟁력 약화, 빠른 시일 내에 6차 산업과 관광산업의 전략적 발전을 앞당겨야 하는 점, 젊은층 유입 대안의 부족 등 제주 경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특히, 자본과 프로그램의 부족, 비즈니스 모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안목의 부족, 관행적 의식 등 지역 경제 발전의 걸림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제주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마무리했다.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제주를 바라보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다면 어떤 사업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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