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한 '종합처리장 시설' 예산 확보 시급
상태바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한 '종합처리장 시설' 예산 확보 시급
  • 제주관광신문
  • 승인 2019.10.13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 신엄해안도로 앞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제주시 신엄해안도로 앞 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필자는 '백록로타리클럽'회장을 맡으면서 '(사)바다환경보전협의회'와 MOU를 체결, 한 달에 한 번 해안정화 봉사를 한다. 7월부터 해안정화 봉사를 시작하였다. 신엄리 먹돌 해변에서 청소했다. 이곳은 몇 년 동안 쓰레기를 수거한 흔적이 없는 곳이다. 밖에서는 돌 사이에 쓰레기가 박혀 있어 눈에 띄지도 않는다. 돌 사이에 꽉 끼어 있는 그물, 로프, 스티로폼, 나무들, 플라스틱, 병들, 쓰레기 종류별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바다환경회원은 지렛대, 호미, 톱 등을 완전무장하고 쓰레기와 전쟁이 시작됐다. 7월 땡볕은 머리 위를 맴돈다. 땀이 살갗을 뚫고 용솟음친다. 고도로 훈련된 회원은 일사불란하게 폐그물들을 포획한다. 마치 앓던 이를 빼는 것 같이 마음도 시원하다.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는 움직이며 명상을 하는 행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흠뻑 쏟아진 땀을 훔치고 깨끗해진 바다를 보면 순간의 번뇌가 사라져 뿌듯함이 넘친다. 바다와 인간은 이 시간만큼이라도 휴식을 취한다.

정말이지 한광수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은 지극정성이다. 존경스럽고 감사를 느낀다. 주일마다 제주 바다에 쓰레기가 모였다 하면 출동을 한다고 한다. 백록로타리회원들도 해안변에 쌓인 쓰레기를 보고 놀랐다고 이구동성이다.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고 땀을 쏟아내는 봉사는 처음이라고 놀랜다. 언제부터인가 육상에서 흘러들어 온 쓰레기 종류가 부쩍 늘었다. 9월에도 '태풍 링링'이 다녀간 후라 용담 레포츠공원 앞 해변에는 오수관으로 유입된 쓰레기가 동산을 이룬다. 60여 명의 회원이 2시간 정도 수거 작업을 했다. 잠시,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필자가 해양수산국장 때 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해양쓰레기 처리대책을 수립, 깨끗한 바다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이 제주에 방문한 적이 있다. 현안 보고도 할 겸 한동리 해변에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현장에서 보고가 끝나자 해양쓰레기처리 문제 때문에 현장 토론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원 지사가 갑자기 쓰레기더미로 올라가 중국어로 쓰인 스티로폼 상자를 갖고 내려왔다. 유 장관에게 보이면서 이 국제적인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데 국비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강한 의사 표현이다. 그런 원 지사의 열정에 힘입어 2015년에 꼭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시설 예산 300억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양수산부에서도 전남 신안군에서 추진한 결과를 보면서 2016년에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는 지인이 2015년도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비 지원율이 80%에서 50%로 축소되거나 사업 자체가 일몰되기도 해서 올해 예산을 확보하라고 알려 준다. 마침 제주 출신 조영범 과장이 기획재정부 농림해양예산과장에 재직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파견된 고창덕 사무관이 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에서 담당 사무관이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있을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밀어 붙이자 하고 고창덕 사무관을 앞장세웠다. 고 사무관은 이 예산을 확보하려고 기재부 담당과에 열 번 이상을 가서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다고 한다. 필자는 기재부 농림해양예산과에 수시로 드나들며 조영범 과장을 못살게 한 결과 일단 2015년에 설계비 10억을 확보했다. 그 후 2016년에 무슨 이유에서 인지 예산을 반납시켜버렸다. 원 지사가 공약사항이고 해양쓰레기 더미까지 올라가면서 유 장관을 설득했던 것이었는데 과연 260억 원의 80%인 210억 원을 반납할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이 예산을 확보하는데 노력한 기획재정부 당시 조영범 과장, 강상구 사무관, 신영국 사무관과 해양수산부 송상근 국장, 황의선 과장, 고창덕 사무관께 이 면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을 올려야 될 것 같다. 낙타가 바늘구멍지나 가듯이 어렵게 예산을 지원해 주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민원을 무서워 한 탓이 아닐까 한다. 특히 해양쓰레기 정책은 추진과정에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깨끗바다 환경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이런 님비시설이 들어서는 지역과 주민들의 희생에 대해 예우를 하고 최우선 행·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것만이 자존을 세워주는 일이다.

1년에 아마 2만여 톤이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 1만 2000여 톤을 수거하고 있다. 올해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청정제주바다지킴이를 채용해서 매일 수거 작업하는 것도 천만다행이다. 그나마 쓰레기로부터 바다 생태계 위협을 차단할 수 있어 좋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물론 산하기관, 민간기업, 로타리클럽을 비롯한 봉사단체가 지역별로 바다자매결연 맺기 운동이라도 전개하면 어떨까 한다. 어업인들도 생업의 터인 바다를 보호하는데 선봉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 백록로타리클럽이 선두에서 솔선수범하는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