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회화', 세상 그 이면에 주목하는 작가 문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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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회화', 세상 그 이면에 주목하는 작가 문성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0.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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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윤_Black Island 1, 53x45cm, 캔버스에 아크릴, 블랙파우더, 2019_문성윤.
문성윤_Black Island 1, 53x45cm, 캔버스에 아크릴, 블랙파우더, 2019_문성윤.

흑연으로 표현한 제주, 'Black Island'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제10기 상반기 입주작가 문성윤(39)씨가 탐색한 제주,  'Black Island(검은섬)'를 만났다. 문 작가는 흑연을 사용해 '검은섬', '검은자화상', '순간드로잉'시리즈를 제주에서 시작했고 앞으로 1~2년 동안에는 이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중섭창착스튜디오의 문성윤 작가 작업실 전경.
이중섭창착스튜디오의 문성윤 작가 작업실 전경.

문성윤 작가는 지난 6월 이중섭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Black Island'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기당미술관 기획초대전 '에꼴 드 제주-세 개의 서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기획초대전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이옥문, 박길주 작가도 참여했으며 내달 14일까지 열린다.

문 작가는 '비양도', '형제섬', '범섬', '문섬'등 제주의 섬들을 흑연 드로잉의 강한 터치로 재해석하고 있다. 관람하는 장소와 시간, 바라보는 각도와 심리상태, 외부의 조명에 따라서 평면의 회화는 입체가 되고 어둠은 빛을 머금으며 매순간 다른 창작물로 관람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검은 회화'를 해오고 있다. 회화 재료를 연구하면서 파스텔, 목탄에서 밀도가 더 높은 흑연으로 변화해 오게 되었다. 흑연으로 표현한 그녀의 '검은 회화'는 어두움에서 오는 '암전-블랙 아웃'의 두려움을 느끼며 무겁고 진중하다. 때로는 영화 '블랙 스완'의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시크한 한편, 시상식장에 잘 차려입은 '블랙 슈트'처럼 다른 어느 색보다 강렬하다.

'오늘의 무게'를 짊어진 긴 여정

문성윤 작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성신여대와 아트&디자인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녀는 4~5년 전부터 제주를 쉴 새 없이 오고가며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제주를 좋아하고 제주에서 온전하게 작업을 하고 싶어서 올해 상반기에는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다. 현재는 화순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문 작가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여행하기를 즐긴다. 특히 인도를 좋아한다. 그 곳은 땅도 넓고 민족도 많고 언어도 많다. 반경 3km만 떨어져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곳이 인도이다.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을 살아도 모두가 '문제없다'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흥미롭다.

그녀 또한,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 오늘 최선을 다하면 내일이 생길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제주 바다와 섬을 만나러 떠나는 지금의 여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언제까지일지 그녀도 모른다. 다만, 그녀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쉽게 타협하지 않는 모험가처럼 '오늘의 무게'를 배낭에 짊어지고 떠날 뿐이다.

그녀는 세상의 이면을 찾아 떠나는 청춘 탐험가이다. 그녀가 흑연으로 수천 번 수만 번이 넘는 '검은 선'을 그어가며 만든 작품을 끝낼 때면 소위 밥숟가락을 들 힘도 없다. 모든 관절이 나가고 연골이 닳은 느낌마저 든다. 탈진된 자신을 추스르고 자신만의 계획에 따라 다시 일어나야 한다. 생계를 위한 부수적인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작품과 마주할 때가 가장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 있고, 가장 진지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기당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
기당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

문성윤 작가는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모호한 신호들(2009)', '불편한 침묵(2013)', '말하지 않으며, 말하는 것(2014)', 'The View and Underneath(2016)', '부서지는 밤(2017)'등 전시를 통해, "오늘의 무게, 시선의 이면, 가치의 각도, 실재를 찾고자 던진 질문들"에 답을 찾고자 세상을 탐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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