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칸타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 작곡가 공성환
상태바
'제주 칸타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 작곡가 공성환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0.21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란 꽁지머리를 한 피아니스트 공성환씨가 공연하는 모습.
노란 꽁지머리를 한 피아니스트 공성환씨가 공연하는 모습.

별을 가두다

피아니스트/작곡가 공성환씨(50)는 지난 3월 두 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 "그.리.다"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그.리.다'는 하얗게 쌓인 눈 위에 그리움을 손으로 쓰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제주KBS 다큐드라마 "중섭"에 사용된 테마곡을 앨범용으로 다듬은 '프롤로그', 유희경 시인의 희곡 '별을 가두다'의 연극 공연곡을 다시 다듬어 만든 '별을 가두다' 등 감성피아노곡 5곡이 수록되어 있다. 2015년에 첫 번째 앨범 'Missing You' 발표 이후 4년만이다.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공성환씨는 한라대 음악과 출강과 개인 레슨, 각종 공연과 함께 CBS 음악프로 '뮤직스토리' 진행자, 제주KBS 7시뉴스에서 음악프로듀서를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오랜 시간 발라드에 천착했던 결실이 드디어 나왔다. 제주라는 아름다운 공간은 그의 음악을 살찌우고 발라드 명작을 탄생시켰다."고 평론했듯이, 피아니스트 공성환은 제주살이 10여 년 동안 '제주 칸타타'를 연주하고 있다. 

절실하면 누구든 슈퍼맨이 될 수 있다

다음달 2일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를 서귀포에서 만날 수 있다. 공성환씨는 아들과 같이 조성진을 만나기 위해 서귀포 예술의 전당 앞에서 꼬박 하루 밤을 비박했다. 현장 발매 전날인 지난 1일 밤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과 천둥번개가 매섭게 몰아치던 날이었다. 연주회 티켓 가격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싸기도 했지만 이번이 아니면 제주에서 또 언제일까 싶은 심정이었다.

그 긴 어두운 밤에 공성환씨 부자는 무엇을 위한 기다림이었는가.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그에게 메시지와 영혼을 전달하는 젊은 예술가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단 한 편의 영화, 음악,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티켓을 구하기 위한 비박과 연주를 듣는 순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른다. 다만, 모든 일에 절실함을 담는 자신의 모습을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공성환씨가 버클리 음대에 입학할 당시에도 이러한 절실함에서 비롯되었다. 어학연수를 갔다가 영어도 안 되고 입시 준비도 없이 무작정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절실함' 하나만으로 도전했고 '슈퍼맨' 이 된 듯 기적같이 기회가 열렸다. 

아버지가 된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나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

공성환씨는 2008년 제주에 정착해 올해로 11년차가 되었다. 이듬해 그의 부친도 정년퇴임하고 제주로 이주했다. 그의 부친은 곽경택 감독의 영화 '극비수사'에서 김윤석이 맡았던 형사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고지식한 경찰공무원이었던 부친이 아들에게 원하는 꿈과 공성환씨의 꿈은 달랐다. 공씨가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 음악감독을 하던 시절에는 돈벌이가 변변치 않았으니 부모님에게 아들 노릇하기 더욱 힘들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걸음씩 나아갔고, 지금은 부친도 그의 음악인생을 응원하고 있다. 자신을 믿어주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아들과 따뜻한 아내에게 공씨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네이버 지식에서도 찾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을 느끼기도 했던 그의 제주살이는 어느새 3대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시간이 가고, 음악인생도 농후하게 익어가고 있다. 제주 문화예술인으로서 공성환씨는 일회적이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을 만들고자 오늘 하루도 노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