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쉼터 '불턱'… 극한직업 속 현대식 잠수 탈의장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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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쉼터 '불턱'… 극한직업 속 현대식 잠수 탈의장으로 탈바꿈
  • 제주관광신문
  • 승인 2019.10.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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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잠수 탈의장시설 102곳 어촌계·191곳 시설

잠수들이 정치를 배우는 곳이다. 그 공간은 애 닮다. 검은 우주로 가려는데 두려움을 내려놓는 곳이다. 삶의 끈을 이어주는 탯줄 같은 터이다. 모닥불도 힘겨운 동지섣달에도 잠수의 비장한 각오가 오히려 온기를 감돌게 한다. 바로 불턱이다. 잠수가 한을 털어내는 유일한 공간이다. 뚝뚝 떨어지는 벚꽃들에 그토록 저항했던 기개도, 어떠한 핍박에도 극복했던 유연함도, 살갗이 얼음장이 되어도 담대함이란 공동체를 만들어낸 곳이다. 바람과 함께 승무 춤을 추어 되는 바다도 잠수의 기세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압도당한다. 긴 숨비소리가 공포를 쫓아낸 자리에서 놀고 있는 전복 한 마리가 행복하게 한다.

"딸을 낳으면 곤밥 해 먹는다"는 제주속담 의미는 딸은 잠수가 되어 집안을 먹여 살리기 때문에 귀한 쌀밥을 지어 동네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남자들은 섬이란 정체된 곳에서 포작인, 노역, 조공, 군역 등에 시달려 육지부로 도망했다. 따라서 남자가 하던 포작인이 없어지고 잠수로 대신하게 되어 전복 채취를 위해서 군령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제주 여성들은 스스로 가리켜 "쇠로도 못 낳아 여자로 낳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선조(宣祖) 손자인 이건(李健)의 제주풍토기(濟州風土記)에는 "미역을 캐는 여인을 잠수(潛嫂)라 부르고 2월 이후부터 미역을 캘 때 잠녀(潛女)는 적신노체(赤身露體)로 바닷가에 편만(遍滿)하여 호미를 가지고 해저에 들어가는데 남녀가 서로 어울려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복을 따내며 관가소징(官家所?)의 역(役)에 응하는데 불렴(不廉)의 관리라도 만나면 소위 잠수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라고 했다. 잠녀들은 노동만 하고 천시당했다는 역사적 기록들이 많다.

그렇지만 잠수들은 제주경제를 지탱해온 여성 경제인이다. 특히 지역의 장학사업, 지역개발사업에 물질에서 벌어들인 돈을 지원한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잠수들에 조업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1970년도 중반에 소중기에서 일본에서 수입한 고무 잠수복으로 바뀐 것 밖에 없다. 더욱이 잠수들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잠수복을 갈아입을 곳의 열악함이다. 겨울철에도 추위에 벌벌 떨면서 물질하는 행위는 인간이 갖는 직업 중에서는 극한 직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당시 유상돈 수산과장의 증언에 의하면 "제주도청에서 해녀 90여 명을 초청해 장병구 지사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 이 자리에서 잠수들이 건의한 내용은 잠수탈의장과 수산물직판장 설치였다. 장병구 지사는 잠수의 제주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서 현대식 잠수탈의장시설을 지원해줄 것을 지시한다. 잠수탈의장 모형을 3~4개 만들고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이때 장 지사는 해안가의 경관을 위해서 고도를 높이지 말고, 벽체는 모두 제주 현무암을 붙이도록 지시했다. 공유수면에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게 된 공유수면관리법을 무시하고 제주도의 지침만으로 건축하는데 공유수면 담당 부서와 건축부서의 결정을 하여야 하지만 감사 걱정 때문에 기피했다. 그러자 담당 부서 장을 모두 지사실로 모이도록 한 장 지사는 모든 책임지고 먼저 결제할 테니 나중에 담당자들에게 결제하라는 파격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그 후에 감사원 감사를 받았는데 합목적성 차원에서 잠수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한 수범 사업이라고 해서 담당자들이 표창까지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유수면수면에 현대식 잠수탈의장을 건축하게 하여 열악한 잠수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준 장병구 지사 강력한 의지가 행정가의 애민 정신 아닌가 싶다. 요즘 같은 제주의 행정 현실을 보고 있으면 법정 민원처리도 거부하는 세태에 도민을 위해서는 합목적적으로 판단하는 용기는 본받을 만한 행정가의 모습이다. 그렇게 해서 현대식 잠수탈의장 사업은 중점 사업으로 날개 돋친 듯이 어촌계의 조업 구역별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 사업비의 지원율은 도비 80%, 자담20% 이다. 바닷가에 점용된 부지도 지적 등록한 후에 어촌계에 매각해준 곳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정책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일부 어촌계에서는 잠수가 줄어들면서 잠수탈의장, 수산물직매장 시설을 매각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다.

제주 바닷가를 따라 들어선 잠수탈의장 등 시설이 특정 개인의 사유를 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어촌사회의 잠수 인구가 감소하거나 변화할 때를 고려하지 못했다. 어촌계가 소유하고 있는 잠수탈의장, 수산물 직매장을 매각하면 공적인 연안의 기능을 사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것을 예측해서 민간에 대한 자본적 보조로 지원할 것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건축해주고 이용 권한만을 주고 나중에 원상회복하는 정책을 폈으면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일부 어촌계에서 부지를 대부 내지는 점용을 한 어촌계는 별문제가 없다.

바닷가 내에 어촌계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물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안의 가치를 보전하고, 향후 어촌계 인구가 감소하거나 구조가 변화에 대비해서 어촌계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물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매입한 후에 그 기능이 소멸할 경우에는 시설물을 멸실하고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필자가 해양 수산정책을 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닷가(빈지)를 국비 지원으로 토지로 신규로 등록한 것이다. 바닷가가 토지로 변했다는 것은 미래에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이 된다는 개연성 때문이다.

현재 잠수 복리와 휴식의 공간인 잠수 탈의장시설은 102개 어촌계에 191개가 시설되었다. 이곳은 잠수의 복지 공간으로써 노래방 기계, 운동기구 등을 갖추어 잠수들이 즐거운 생활공간 역할을 독특히 하고 있다. 과연 잠수들은 장병구 지사와 함께 적극 행정을 편 유상돈 국장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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