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나에게 닿고, 내가 빛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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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에게 닿고, 내가 빛에 닿는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0.2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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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정미숙
빛이 나에게 닿고, 내가 빛에 닿는 순간을 담은 정미숙 작품 _ 닿다.
빛이 나에게 닿고, 내가 빛에 닿는 순간을 담은 정미숙 작품 _ 닿다.

빛을 따라 걷는 그녀, 정미숙

사진작가 정미숙은 카메라를 들고 다닌 지 20년쯤이 되었다. 제주살이 10년. 이전부터 카메라와 함께 하긴 했으나 순수하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제주에 와서 부터이다. 그녀가 온전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빛을 통해 만나게 된 시간 속이었다.

다섯 번의 거주지를 옮겨 다니면서도 서귀포에서만 살아온 그녀는 거추장스러운 것 하나 없이 가벼운 몸으로 서귀포 해안도로를 걷고 또 걸으며, 우리네 삶의 번민과 갈등, 외로움과 고독함, 따뜻함, 거기에서 오는 감수성을 강하게 자극하고 흔드는 것들을 찾아 헤맨다.

나와 너, 우리에게 위안의 빛이 닿기를

정미숙씨는 개인 작가 활동 외에 인물, 풍경, 공연 등 스토리가 있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여러 장르를 다룬다. 작품 활동 뿐 아니라 1인 사진관 '바람슷긴'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연전문 사진을 비롯 인물, 프로필, 행사. 스냅 사진작업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정 작가는 2017년 7월 <색, 삶의 결이 되다> 개인전을 열고 정식으로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사진도 손에서 놓을 만큼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던 어둠의 시간, 그 시간을 지나 결국 사진으로 세상과 교감한 과정을 담은 전시였다. 그녀는 김영랑 시인의 '가을 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이라는 시구를 좋아해서 자신의 아이디가 '바람슷긴(바람에 스치다)'이다. 들판에 서서 태풍이든 하늬바람이든 재 각기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 자신의 살과 맞닿을 때 느껴지는 바람의 결, 그 순간에 집중한 사진들이었다.

지난 6월에는 그녀의 두 번째 개인전 <섬의 '빛.닿다'>가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 그녀는 포스터 디자인, 카피, 디스플레이 등 모든 준비를 혼자 해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뿌려내듯 최선을 다한 전시로 후회 없는 전시였다고 말한다. 이후 작업에 대한 깊은 고민은 또 다른 결과물로 개인적으로 남는 과제라고 말한다.

아픈 마음을 아련하게 달래주는 정미숙 사진작품 _ 견디다2.
아픈 마음을 아련하게 달래주는 정미숙 사진작품 _ 견디다2.

정미숙 작가의 사진은 작품명에서 서정성과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눈 속 오롯이 홀로 서 있는 앙상한 겨울나무를 찍은 사진은 작품명이 아픔이 느껴지는 '견디다 2'이다. 하늘과 구름, 하늘색 지붕과 벽을 타고 흘러내린 빗물 자국의 돌벽 집은 '세월'이다. 또한, 그녀의 작품 '동화'를 만날 때면 꿈속을 거닐 듯 작가와 관람객은 서로 위안과 위로를 주고받는다.

따뜻한 하늘색과 빗줄기 자욱 돌벽에서 세월을 느낀 정미숙 작품 _ 세월.
따뜻한 하늘색과 빗줄기 자욱 돌벽에서 세월을 느낀 정미숙 작품 _ 세월.
반영사진으로 동화같은 장면을 연출한 정미숙 사진작품 _ 동화.
반영사진으로 동화같은 장면을 연출한 정미숙 사진작품 _ 동화.

거친 숨결조차 투영된 '삶의 결'을 담아내고 싶다

작가의 지난 프로필을 살펴보면, '꽃다지'창립 멤버로서 공연활동, 공연기획, 음반 제작에 참여하고 '민족음악협의회'연합공연 기획,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음반 유통 및 공연기획,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자바르떼 홍보팀장 등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노동문화예술 현장의 거친 숨결이 느껴진다. 

그녀는 "나는 일상이 사진이다. 나와 너, 우리의 '삶의 결'이 투영된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의 자연은 그녀에게 한없이 처지고 주저앉은 마음을 두드리고 일으켜 세우는 힘을 갖고 있다. 그녀는 세 번의 전시를 통해 섬의 자연이 품고 있는 미세한 숨결과 감촉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로, 때론 아픔과 위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자리로 대중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섬의 자연을 통해 받은 느낌과 감각으로 늘 새로운 길을 떠나고 있다.

한편, 정미숙 작가는 문화예술인의 작업 공간, 창작 작품을 충분하게 선보일 수 있는 공공 전시·공연장 확대 등으로 '문화의 섬, 제주'에 걸맞게 자리매김해 나가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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