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어낸 부드러운 곡선미의 해안이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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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부드러운 곡선미의 해안이 있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4.24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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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따라 오래된 시간을 찾아가는 여행지
올레10코스인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올레10코스인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제주의 아름다운 영주 십경 '산방굴사' 비경이 감동을 주는 사계리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이곳에는 산방산을 향한 하늘길과 올레 10코스가 지나가는 바닷길, 주민들이 애환이 담긴 마늘 밭길을 개발해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주에 또 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산방산 계단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이른바 '천국의 문'을 지나는 하늘길에는 산 중턱에 기이한 해식동굴 산방굴사에 이르면 대궐문 같은 삼중 구조 웅장한 석벽, 암굴 높은 천정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면서 샘이 만들어져 물맛이 정결하고 시원하다.

산방산 입구에서 내려다 본 바다 전경.
산방산 입구에서 내려다 본 바다 전경.

불로장생 샘물이 솟아난다는 산방굴사에서 보는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와 수평선이 주는 시원함과 해안선의 곡선미, 바다 위 홀연히 떠 있는 형제섬은 그림에 마지막 단계인 화룡점정을 찍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 듯하다.

산방산 남쪽 기슭 바다로 뻗은 용두암. '용머리'라고 불리며 바다로 뻗쳐 들어가 우뚝 선 모양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머리 해안에는 큰 범선 한 척이 뭍에 올라와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선박과는 전혀 다른 유럽의 범선이다. 1653년 8월 하멜 일행이 탄 배가 제주 앞바다에서 난파됐다. 하멜의 표착지가 용머리 해안가라고 해서 이곳에 당시에 범선을 재현하여 하멜전시관을 만들었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일 년 사시사철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한국을 서방세계에 처음 알렸던 하멜이 제주에 왔을 때는 스물둘이 청년이었다고 한다.

사계리 용머리 해안은 풍수사 고종달이 전설도 전해온다. 중국은 제주에 대장군이 태어날 것을 염려되어 혈을 끊기 위해 고종달을 파견한다. 호종단이 용머리 해안을 찾아 왕후지지(王后之地)의 혈맥을 찾아내 용의 꼬리와 잔등 부분을 칼로 내리쳐 끊자 시뻘건 피가 하늘로 솟아 주변을 물들이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로 들어가면 수 천만년 동안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있다. 해식동굴과 수직 단애들, 너럭바위에 만들어진 호갱이(천연 작은 못) 등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풍광이다.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갈고 깎여, 혹은 막혀서 방이 되고 혹은 뚫려 문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터진 곳은 이승 문이고 막힌 곳은 저승 문”이라고 부르며 생사를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멀리 송악산이 보이는 사계리 해안가 모습.
저 멀리 송악산이 보이는 사계리 해안가 모습.

자연이 빚어낸 부드러운 곡선미의 해안은 '명사벽계'에서 유래한 '사계'의 이름을 드러내는 바닷길이 있다. 이곳에는 제주의 바람처럼 드세게 몰아치다 어느새 고요한 평화로움으로 잔잔하게 다가선다. 넓은 테왁 하나 믿고 물질하며 숨비소리로 생사를 넘는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다. 해저관광 잠수함이 포구에서 바다 속 옛길을 환상의 아름다움으로 안내한다. 바닷길은 사계해안선의 바다길 체험의 백미이다. 사계 해안선의 끝자락은 '절잔개' 파도가 잔잔한 곳이란 뜻이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송악산은 파도가 운다고 하여 '절우리'와 대비된다. 해안 체육공원과 최근 발견돼 보호되고 있는 '사계' 해안 발자국과 각종 동물 발자국 화석 산출지와 접해있다. 이는 송악산이 화산활동을 하던 시기인 구석기 말기와 신석기 초에 만들어낸 화석들이다. 송악산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조간대에 쌓이고 그 위를 밟고 지나간 흔적들이 시루떡을 쌓듯 쌓여 오늘에 이른 것 같다.

사계리는 대전, 송죽, 용해, 신항동 등 네 곳의 자연부락이 모여 이뤄진 마을이다. 동쪽으로는 산방산, 서쪽으로 단산과 금산이 오름이 자리하고 앞쪽에는 형제섬이 위치한 제주 첫째의 풍광을 자랑한다. 주민이 2200여 명, 1100여 세대가 대부분 농업과 어업,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농업 주 소득원은 마늘이다. 마늘이 재배한 농민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마늘밭길이 펼쳐져 있다. 사계리의 황금작물 마늘은 이곳 사람들은 무한한 애정의 대상이다. 농로를 따라 마늘밭이 늘어선 모습은 사계리의 새로운 볼거리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들녘은 주민들의 부지런하고 성실함을 보여주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는 하늘길과 바닷길, 해안 바깥쪽에 있는 마늘 밭길은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를 걸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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