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숲 비자리 숲과 해안선이 아름다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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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 비자리 숲과 해안선이 아름다운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5.1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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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즐거운 참맛을 느끼고 편안한 쉼터가 있는 곳
해안과 들판에 아기자기한 제주 밭담이 아름답게 펼쳐있는 마을 평대리 해안가 모습.
해안과 들판에 아기자기한 제주 밭담이 아름답게 펼쳐있는 마을 평대리 해안가 모습.

친한 친구와 함께 떠나는 추억의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시원한 해안 절경이 아름답고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있는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이다. 바다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평대리는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당근으로 전국에 잘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즐거운 여행이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다.

해안과 들판에 아기자기한 제주 밭담이 아름답게 펼쳐있는 마을, 평대리는 평평한 둔덕이라는 "坪岱", 한자 표기를 제주어로는〈벵디〉이다. 지명이 말하는 것처럼 좀 높고 평평하며 나무 없이 풀만 우거진 거친 들인 드넓은 버덩이 연이어지고 있다. 특히 '평대'란 이(理)명에는 한라 영봉이 우러러 보이는 평화로운 벌판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해안 절경이 아름다운 평대리 해안도로에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있는 모습.
해안 절경이 아름다운 평대리 해안도로에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있는 모습.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대부분의 알려진 관광지나 유적지는 잘 알고 찾아다니지만, 제주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마을 탐방을 통해 알기란 여간 쉽지가 않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이면 구좌읍 평대리에서 제주 사람들의 삶을 관조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대리에서의 가장 유명한 곳 중 한 곳이 천연기념물 제182-2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 비자림 숲이다. 평대초등학교에서 남쪽 방향 5.5km 지점에 있는 비자림 숲에는 수령이 500~800년인 오래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매우 독특한 숲으로 제주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삼림욕장이며 단일수종 숲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겨울에도 잎이 덜어지지 않아 연중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숲의 가장 자리에는 비자나무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천년의 비자나무가'가 있는데 키는 14m, 나무 둘레 6m, 수관폭 15m이며 수령은 약 820년 이상으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비자나무로 알려져 있다.

비자나무 숲속을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숲을 되돌아 나오는 데 40여 분이 걸리는 짧은 코스와 1시간 20여 분 걸리는 긴 코스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평대리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평대리 모래 해변의 시원함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모래해변을 따라 펼쳐진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바다의 딸이라 불리는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물이 잔잔하고 물때를 보며 바닷가에 나가보면 제주 해녀들의 억척스런 삶의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다. 그녀들의 인생을 일컬어 물 아래 3년, 물위 3년이라고 했듯이 숨을 참아야하는 일이지만, 바다는 그녀들에게 평생직장이다. 해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제주에만 있는 분들이고 제주의 어머니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원적으로 갖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하는 단어가 '어머니'. 그 어머니의 인생과 바다가 마침내 인류가 보전해야 할 소중하고 귀한 유산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다가왔다. 그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평대리 바닷가이다. 이곳에서 해녀들과 만남 속에 자연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삶의 나이테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있음을 실감할 수가 있다. 해녀들과 나누는 인생사 속에 자연의 부름 앞에 모든 삶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는 평대리 해안도로 모습.
평평해 보이는 평대리 해안도로 모습.

평대리 지형은 평탄한 편이나 돋오름 기슭의 천연 비자림군락을 제외하면 산림이 발달하지 못할 정도로 척박한 지역이다. 그 이유는 토질이 해안지대는 砂土(사토), 중간지역은 사질양토와 점질토, 산간지대는 송이와 점질토가 혼합된 토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이곳 사람들은 고향에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 고향을 떠나 홀로 객지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다른 마을에서 이곳으로 와서 사는 사람은 잘살고 이곳 출신이 다른 지역으로 가면 길조보다는 흉조가 많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는 이곳 사람들은 인심이 후하며, 풍속이 아름다움을 간직한 때문이고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을 때 고향에 대한 정성을 다하여 탯줄을 다룬 선조의 땅을 지키라는 경계의 뜻이 담겼다고 한다. 

평대리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일군 바다와 들녘에 서면 꺾이지 않은 삶의 의지를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평대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만큼 벅찬 감동이 바로 이곳 평대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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