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 해변이 유명한 이호해수욕장이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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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해변이 유명한 이호해수욕장이 있는 마을
  • 한기완 기자
  • 승인 2020.09.1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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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이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곳
검은 모래 해변이 유명한 이호해수욕장 모습.
검은 모래 해변이 유명한 이호해수욕장 모습.

제주시 이호동 현사마을은 제주시 동지역 중에 논농사가 성행했던 곳이다. 육지부에 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면적이 작고 작은 논에 벼를 심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벼를 심었던 논에는 미나리가 자라고 있다. 수도가 보급되기 전에는 논 주변으로 난 길을 따라 어머니와 딸들이 물을 길으러 다녔고, 아버지들은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포구에 테우를 띄웠던 옛 정취가 남아있는 동네이다. 그래서 이호동에서는 매년 '이호테우축제'를 열고 옛 선인들의 바다를 개척하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재현하여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다.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테우를 띄웠던 현사포구 모습.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테우를 띄웠던 현사포구 모습.

이호동은 제주시의 중심부에서 6km 정도로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는 15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이호동은 크게 1동과 2동으로 구분되는데 이들은 각각의 법정동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북쪽으로는 이호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와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골목 사이로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현사마을 안 길 모습.
현사마을 안 길 모습.

이호동은 현사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도두동과 경계를 이른다. 이호동 현사마을이 시작점이다. 현사마을은 '검은 모살', '덕지동', '남당'이라고 불린다. 이는 현사 마을의 '현사'는 이호 해수욕장이 검은 모래로 이루어졌듯이 검은 모래란 뜻이고 제주에서 모래를 모살이라고 한다.

현사마을 원장천 하류 바닷가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남당'이 있다. 이야기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갈 정도의 작은 길이지만 동산 위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직도 변하지 않은 옛 그대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오랜 옛날 이 길에는 밤에만 나타나 이곳을 지키는 백발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신의 허락 없이는 이 길로 다니지 못하게 했다. 불안한 마음에 마을 사람들은 이 길로 다닐 수가 없어, 어느 날 가장 용기 있는 마을 사람이 그 노인을 찾았다. "저의가 어떻게 해 드려야 마을 사람들의 이곳을 편히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자신을 정성껏 모시라고 했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현사 마을 본향당인 '남당'을 조성하고  햇곡식이나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가장 좋은 수산물을 먼저 노인께 올리고 난 후, 수확의 기쁨을 함께했다. 이후로 마을에는 근심도 사라지고 백발노인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현사마을 사람들은 바다는 삶의 터전이었고 '남당'은 정신적인 의지 처였다. 

이호동 현사마을에 있는 방사탑 모습.
이호동 현사마을에 있는 방사탑 모습.

이호동 현사마을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방사탑이 많다. 제주도의 방사탑은 지역마다 고루 분포하고 있다. 주로 바닷가 마을과 중산간 마을에 현존한다. 그리고 마을마다 방사탑의 개수는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5기까지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대부분이 돌탑과 거북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토양이 척박하고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살아가는 것은 절박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유인지 이호동에는 상태가 온전한 방사탑이 보전이 잘되고 있다.

현사마을 큰길 건너 땡가물을 돌고 남쪽으로 난 농로에 있는 ᄀᆞᆯ왓디(마을)에는 방사탑이 있다. 이곳 방사탑은 비드렁물과 ᄀᆞ망물의 용천수를 지나면 이호2동 가물개 일대가 나오는데 예로부터 이곳에는 사귀가 많았다. 잡귀 때문에 마을에 어려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여 방사탑을 세웠다고 한다. 마을 북쪽 지대는 낮고 바닷가가 훤히 들여다보여 액운이 이쪽으로 들어온다고 믿어 탑을 쌓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탑을 쌓은 이후로 큰 재앙 없이 평생을 무탈하게 살 수 있었다고 전해오듯이 이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제주 도민들은 방사탑에 대한 믿음이 종교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현무암 풍화토로 이루어진 이호해수욕장 검은 모래 해변은 전국에서 유명세가 높다. 백사장의 모래 입경이 매우 작아 열전도율이 높으므로 여름 한낮에는 맨발로 보행하기가 어려울 정도 뜨겁지만, 피부병이나 무좀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아토피에는 이호해수욕장 모래찜질이 최고 효능을 자랑한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한 번쯤은 여름에 찜질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낭만의 넘치는 현사마을 이호테우해변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잠깐의 여유,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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